어김없이 찾아오는 디멘션 신화 이야기. 우리는 지금까지, 태양과 달의 신화. 야만의땅을 평정한 군신의 신화를 알아봤소. 그것들 모두 어찌되었든간에 앞날이 어둡진 않소. 허나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하오.


이 이야기는, 만물에 신이 깃들었던, 한 세계의 이야기요.


상상은 곧 소망으로, 소망은 곧 염원으로. 그리고 염원속에서 신들이 태어났소. 그렇기에 흔히들, 만물에 신이 깃든다 라고하지. 하지만 이곳의 신들은 스스로 태어났소. 그렇기에 모두가 평등했지. 나무,풀,꽃,구름,먼지,호수,열매, 동식물들까지. 모두가 신이였고, 모두가 노래했소.


이곳은 성역이라고 불렸었고, 그 성역이라 불렸을 시기에는 노래로 가득찼소. 그 노래의 염원은 생명의 찬가요, 또한 스스로 태어남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영원불변할것이라 여겨지는 평화의 노래였소.


동식물들은 모두 말하였고, 그 어떤 신들도 서로를 해하거나 잡아먹지 않았소.그들의 모든 욕망은 음악을 통해 해소했으니까. 모두가 아프지 않은 세계. 그것이 스스로 태어난 신들의 세계였지.


하지만, 모두가 동등했기에. 특별한 누군가가 나올수 없었고. 붉은색의 꽃이 피어났을때, 그가 부른 노래는 들리지 않았소. 노래는 평등했기에, 그의 노래는 크게 들리지 않았소. 그저 노래의 흐름속에 섞일뿐.


하지만 붉은색의 꽃은 포기하지 않았지. 자신의 노래가 이 성역 전체에 울릴때까지, 끝없이 노래했소. 그 노래는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그 노래만 들을 필요는 없었지. 여러 신들의 노래가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이루어 평화를 이루는데 어찌 하나의 노래만을 듣겠는가. 마침내 붉은색의 노래가 푸른색의 노래를 침범했을때, 그의 노래는 꺼졌소.


모두가 만족하고, 모두가 평화롭게 노래하는데, 왜 너는 그 흐름을 거부하고 혼자서 독단적으로 노래를 하는것이냐. 왜 너는 이기적이게 구는것이냐. 모두가 만족하는데 왜 너는 만족못하는것이냐. 평화의 노래로 가득한 성역에서, 그 노래를 부르는 신들의 입에서는 도무지 나올리가 없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소.


그것들의 원인은 붉은색의 노래가 푸른색의 노래를 침범해, 균형을 흐트렸기때문. 즉 붉은색의 꽃이 잘못한것이였지만, 어린 꽃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자신을 이리도 질책하는 다른 신들때문에 한없이 울었소.


노래를 멈추자 다른 신들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소. 그제서야 자신들이 너무 심하다는것을 깨달았지. 하지만 그들은 어린 꽃을 달래주지 않았소. 노래는 멈추면 안돼니까. 흐트러진만큼 채워야하니까. 결국 평화를 되돌리기 위해 그들은 약간의 이기심을 내기로 했소.


하지만 결국 그 약간의 이기심이 화를 불렀지. 모든 신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노래를 하고있었을때였소. 세계수라고 할수있는 가장 큰 고목을 중심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노래를 했지. 각자의 노래는 뚜렷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섞이고..섞여, 조화를 이루었소. 찰나의 순간에 수백의 신들이 태어나고, 그 평화의 노래가 골렘들의 숲에서부터, 침묵으로 가득찬 진주의 바다까지 멀리 퍼져나갈때였소.


그리고 그때. 어린 꽃이 나타났소. 가운데의 반듯한 돌 위에 올라왔지. 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소. 하지만 그 노래는 조화의 노래가 아닌, 홀로 높이 올라가는 노래였소. 다른 신들은 또다시 그를 질책하면서 멈추라고 하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소. 꽃잎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고, 반석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소. 무언가 이상했지!. 꽃은 점점 시들었고 매우 크게 소리를 질렀을때.


고목이 불탔소.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음악은, 칠색의 물결로 조화를 이룬 성역을 뒤덮기 시작했고, 그곳의 모든 신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그 노래에 잠식당했소.


꽃들은 꽃잎하나 남기지 못하고 시들었으며


나무들은 불타 재가 되었고


동물들은 아직 남은 꽃과 나무. 그리고 같은 동물들까지 잡아먹고 자기자신을 잡아먹었소


평화를 부르는 노래의 물결은 붉은색으로 탁해졌고


호수의 물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소.


어린꽃의 뿌리는 성역 전체에 내려졌소. 아직 살아남은, 나무의 열매들조차 피로 물들어 말라비틀어졌지. 구름조차 검은색 비를 내리며 죽어갔소.


그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음악속에서, 다 증발하여 피만 남은 호수에서, 두 신이 태어났소. 하나는 이 음악에 미쳐버린 광기의 신. 또하나는 이 음악에 분노하는 침묵의 신.


광기의 신은 꽃과함께 계속 노래를 불렀소. 노래는 퍼져나가, 골렘의 숲에서부터 진주의 바다까지 닿았소. 자연과 하나가 된 늙은 골렘들은 그 노래를 필사적으로 막았고, 진주의 바다를 헤엄치던, 은하에서부터 태어난 별자리고래들은 고통속에서 신음했지.


그리고, 그 모든것에 분노하던 침묵의 신은 광기의 신을 죽이고, 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소.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음악의 물결은 멈췄고


붉은색으로 뒤덮힌 성역은 검은색으로 물들었으며


스스로 태어난 신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소,


말 그대로, 오로지 침묵만이 남았소. 그 누구에게도 죄를 논할수없는, 침묵이.



이 신화의 내용에서, 우리가 얻을건 뭐가 있겠소?. 사실은 매우 간단할지도 모르오. 하지만 하나 확실한건, 난 그걸 모른다는거요. 찾는건 그대들의 몫이지만, 명심하길 바라오. 그 무엇도 정답이 아니요. 그대가 생각하는게 있다면 그것이 사실일것이요.


혹여나 다른것을 믿고싶다면, 자기 자신을 믿으시오. 그것을 판단하는것은 결국 자기자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