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여기에 밥 주지 마시라니까요?


총각, 이게 다 자네를 위해서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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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가 할아버지와 내 앞으로 걸어왔다.

길고양이는 조심성이 많은 생물이라 웬만하면 먹이가 있다고 해도 안 올 텐데.

어지간히 굶주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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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나를 위해서라는 게 이런 말이었나?
먹는 모습을 보니 인간성이 조금 되살아나지 않냐는 취지? 결국 다들 살려고 노력하는 거라는 교훈?
그래 뭐 솔직히 약간 훈훈하기도 하고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하는데..

같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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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물을 챡챡 핧아 마시고는 밥을 냠냠 씹기 시작하더니

이내 몇 입 먹지도 못하고 거품을 물었더니 그대로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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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할아버지는 보일 듯 말 듯 한 섬짓한 미소를 짓더니,

뒤 이어 고양이 사체를 들고, 대충 땅에 파서 묻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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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도 밤마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지? 나도 그래.

하여간, 금수새끼들.. 나라에서 싹 다 잡아 쳐서 죽여버려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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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퇴근 후에 고양이 때문에 잠을 못 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짜증이 난 것도 사실이고, 그렇다고.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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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처음에 밥을 못 주게 하려던 이유도

사실은 결과적으로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닌가.

다만 나는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굶주려 죽어가는 고양이를 볼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다만 내 눈 앞에서 밥 주는 꼴은 못 보겠고. 그래서 그냥. 나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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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밤마다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짜증 대신 죄책감을 느낀다.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과 짜증은 죄책감보다 짧았다.

울음소리가 들릴 때 마다 거품을 물고 나를 바라보던, 

선의인 줄 알았던 악의를 마주한- 그 초록색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고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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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음 날, 나는 삼만원짜리 귀마개를 샀고,

막히지 않는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도로 환불했다.

사유는 소비자 단순 변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