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7번째 참가자의 작품은 여기까지! 이번 대회는 쟁쟁한 우승후보들이 꽤나 많은 것 같군요! 방청객 여러분들의 환호 소리가 저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네요! 여러분의 열기가 저까지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한 손엔 마이크를 쥐고, 다른 한 손은 쫙 펼쳐서 귀에다 가져다 대고 있는 사회자의 모습이 벽면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다.


주위의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터뜨리며 자신의 마지막 아닌 마지막을 아름답게 꾸며 즐거움을 준 7번째 참가자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아, 이번 참가자는 저번 대회 때 준우승 까지 올라갔던 분이군요! 저번 대회의 설욕을 갚기 위해 칼을 갈고 나왔습니다! 길게 끌게 뭐가 있겠습니까? 바로 영상 보도록 하죠!”


벽면 중앙에 위치한 텔레비전의 채널이 돌아간다. 사회자의 웃음기 많은 얼굴은 어두운 암실로 바뀌었다. 암실의 불이 켜지고, 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방의 구조물들에 초점이 잡힌다. 칼을 갈고 나왔다는 사회자의 말이 진실임을 증명하듯, 마체테 같은 넓적한 칼날이 각각의 실링팬 날개에 샹들리에 마냥 매달려있다.


8번째 참가자가 방에 들어왔다. 힘든 운동을 한 듯이 온몸이 땀범벅이다. 실링팬의 전원을 키니, 칼날이 서서히 돌아간다. 그러다 점점 회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아래로 맺힌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듯, 칼날이 실링팬 날개와 일직선을 이루며 돌아간다. 8번째 참가자는 만사가 귀찮은 듯이 씻지도 않고 방 한가운데 있는 침대에 드러누워 잠을 청한다. 곧이어 칼날의 줄이 버티지 못하고 끊어지며 칼날이 이리저리 날아간다. 그리곤 떨어지며 다섯 개의 칼날이 몸과 목, 어깨와 팔, 골반과 다리의 이별을 고한다.


놀랍도록 깔끔하고 정갈하게 잘린 팔다리와 머리를 보며, 방청객들은 감동에 겨운 박수를 친다. 영상 자체는 말 한마디 없는 다소 정적인 영상이지만, 그렇기에 칼날이 날아가는 소리와 살을 가르고 뼈를 부수는 소리가 더욱 생생히 들렸다. 또한 날아가는 칼날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날아가 자신의 살을 가르는 장면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겠는가. 그것 또한 하나의 감동적인 부분이다. 그런 걸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 묘미이다. 그러던 와중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모든 참가자의 영상을 보았군요! 방청객분들은 앞에 있는 리모컨으로 몇 번 참가자의 영상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찍어주십시오! 결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