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빌라 계단 끄트머리

우리 빌라 공동계단 끄트머리에는 툭 튀어나와 있는 돌이 있습니다

항상 칙칙한 시멘트로 덮여있으면서 날 사용해달라고 조릅니다

날 신발끈 묶는 데에 사용하라고

날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데에 사용하라고

날 짐을 올려놓는 데에 사용하라고

날 근심걱정 털어놓는 데에 사용하라고 늘 조르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못합니다

그러나 돌은 가지 않고

늘 묵묵히 자리를 지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친구를 기다리며

사계

           빼빼 마른 국화 잎은

           겨울이 옴을 알리고

           빼빼 마른 동백 잎은

           봄이 옴을 알리고

           빼빼 마른 목련 잎은

           여름이 옴을 알리고

           빼빼 마른 무궁화는

           가을이 옴을 알리네

           눈물이 고이는 눈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알리고

           빽빽한 시간표는

           개강이 다가옴을 알리고

           터질 듯한 머릿속은

           기말이 다가옴을 알리고

           옷장에서 나온 코트는

           가을 축제가 다가옴을 알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