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의 어스름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여느 트레이너들의 가정과 다르게
우리 집의 구성원은 나와 형 둘 뿐이었고

나는 세간에서 말하는 고아였다.


형은 어느 시점부터 거의 집에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돈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듣기로 그 돈은 부모님이 보내는 것이라 하셨다.


형과 내가 아주 풍족하게 살았다는 것과,

매주 생활비를 보낼 때마다 '부모님' 은 장문의 편지 한장씩을 동봉시켰단 점을 고려하면

부모님은 썩 훌륭한 아들바보셨던 것 같은데

아이러니한 일은 난 한번도 그들을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 내가 트레이너가 되게 된 그 날까지.

형이 죽던 그 날까지도.

그리고... 내가 다시 일어선 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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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야 아저씨 좀 잠깐 볼까?"



푸른 유니폼, 반짝이는 손전등, 노란 배지


어느 모로 보아도 경찰처럼 생긴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위법행위에 대한 제보가 있어서 말이지."


"네?"


"혹시 올해로 몇 살이니?"


"저... 8살이요."


"그래? 잠시 허리춤의 그거 좀 체크해도 될까?"



아저씨는 내 허리춤을, 정확하게는 몬스터볼을 가리키며 말했다.


몬스터볼, 포켓몬을 담을 수 있는 도구.


인간은 이 몬스터볼을 이용해서 포켓몬과 동료가 되고 유대감을 쌓아간다.


이제 인간은 포켓몬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 포켓몬을 부리는 이들을 [포켓몬 트레이너] 라고 한다.



"... 흐음 딱히 누구를 잡았다거나 하진 않구나."


"다 비어있죠?"


"의심해서 미안하다. 어린 아이가 포켓몬을 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야.

10살 이하의 어린 애가 포켓몬을 잡는 건 불법인 거 알지?

너는 8살이니까... 앞으로 2년 남았구나.

잡히면 무서운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혹시라도 몰래 포켓몬을 포획하거나 할 생각은 하면 안된다?"



허나 포켓몬을 전문적으로 키우거나 부리는 이들, [트레이너] 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나이가 10살이 되야하며, 주 공인 박사들에게 직접 '선택' 을 받아야 한다.


그나마 후자의 경우,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국가 차원 혜택을 못 받는 데에서 그치지만 전자의 경우엔...


소년원 행이다.



"에이, 그럴 사람이 어딨어요~."


"그렇지? 앞으로 2년 남았는데...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경관은 멀리 사라져갔다.


그 등은 얼핏 안심한 듯 보였다.


나는 그러나, 그의 큰 등에 비웃음 던졌다.



"어디 있긴, 여기 있지. 눈앞에서 놓치고 가네."


'덜컹덜컹'


"아, 답답했지?"


'펑'



손 안에 숨겨두고 있던 '물건' 에서 레디바를 꺼냈다.


몬스터볼을 못 쓰는 내게 가능한 유일한 방법.


그것이 바로 '이것' 이다.



"이 짓도 참... 언제까지 해야 할 지 고민이다."


"레디이이"


"응? 아 그래... 역시 원수를 갚을 때까지겠지?

... 도대체 뭐였던 걸까. 그 녀석들은."



나는 잠시 배지 케이스를 내려다 보았다.


형의 유품을.



"기다려 형. 싹 다 찾아서 잡아낼게. 조금만 기다려..."



오로지 복수만을 생각해서였을까.


28의... 아니, 8살의 나는 몰랐다.


설마 내가 레디안으로 여기까지 올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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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요청 있었던 거 같아서 써 봄.

일단 프롤로그라고 쓰긴 했는데 다음 화는 아마 안 쓸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