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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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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는 끊은 시절

어느 영리한 강아지가 있었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매우 영리한 강아지가.

주인이었던 집안 식구들은 그 영리한 강아지를 몹시 아꼈다.

왜 아꼈는고하면 간단한데, 그 동물은 침입자와 가족을 구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물은 자신의 영리함으로 침입자를 물었고 용맹함으로 도둑을 쫓아내었다.

식구들은 그 동물을 몹시 아끼며 [ ]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이 공백인 이유는 지금은 잊혀져 버렸기 때문이다.


러던 어느 날이었다.

집안 식구들 중 아들이 자신이 학교에서 사귄 새 친구를 데려왔다.

[ ] 은 낯선 이의 기척에 놀라 그 낯선 이를 물었다.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아들의 새 친구는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이 일로 인해 집안 식구들은 가족회의를 열게 된다.

[ ] 를 어떻게 해야 할까.

죽여야 할까?

하지만 그냥 죽이기엔 명분이 없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끝에 그들은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음 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외식을 마친 식구들은 집으로 들어왔고
[ ] 는 식구들을 반기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식구들은 무언가 달랐다.

평소에 비해서 무언가가 달랐던 것이다.

아무도 [ ] 을 아는 척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소 닭 쳐다보듯,  식구들은 [ ] 의 존재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 ] 가 그날 밤 집안에 든 도둑을 내쫓았을 때도 식구들의 무시는 계속되었다.


[ ] 는 생각하였다.

'왜 다들 아무 말을 안 해주지?'

[ ] 는 의아해 하면서도 끈기와 열정으로 하던 일을 묵묵히 수행해 나갔다.

'바빠서 그런 거겠지...?'

[ ] 는 그렇게 여기며 묵묵히 수행해 나갔다.

계속해서 집 도둑은 물어서 내쫓고 식구들은 꼬리로 반겼다.


러나 한참이 지났음에도 식구들은 [ ] 을 무시했다.

[ ] 는 영리한 동물이었다.

'왜 다들 칭찬도 꾸중도 안 해주는 걸까? 혹시 내가 잘못 행동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열심히 머리를 굴린 [ ] 는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칠 후부터 [ ] 는 거꾸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도둑을 보면 꼬리를 흔들어 반겼고, 식구들이 집에 돌아오는 걸 보면 시끄럽게 짖어 댔다.

[ ] 은 자신의 각오를 보여주기 위해서 식구들을 물기까지 했다.

가슴 아픈 행동이었으나 그것이 주인과 식구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여겼다.


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식구들은 주방으로 달려갔다.

"이 놈의 개가 드디어 미쳤구나!"

그들은 그러고는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음 날, [ ] 는 식구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