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소녀를 죽였습니다."






죄를 고백하라는 사제의 말에 나는 그리 대답했다.



짧게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사제는 다시 한 번 나에게 말했다.






"살인을 한 때가 정확히 언제시죠?"



"......"






대답하지 못했다.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저 사제가 바라는 대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대답하지 못했다. 내 대답은 저 사제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기에.



잠깐을 고민했다.



결정했다.



적당히 진실을 말하기로.






"...한 번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침묵이 흘렀다.



지금 사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글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끝나든 간에,



나는 앞으로 이 사제와 두 번 다시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걸.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그것은 살인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서부터 사람을 죽이는 사람은 없으며, 태어나서부터 사람을 죽이도록 정해진 사람은 없다. 그것은 현재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감히 말하건대, 그는 분명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그 책은 이렇게 시작을 맺었다. 꽤나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그다지 인기는 많지 않은, 동네 서점에 가면 어느 구석진 공간에 박혀있는 평범한 책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특별했다.



나도 모르는 내 살인의 목적을 추리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



그래서였을까. 불과 저번 주에 읽은 책들조차 이름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은 또렷하게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살인의 인과관계.'



그것이 이 책의 이름이었다.






*






가끔씩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왜 매일마다 살인을 하냐고.



책의 구절을 몇 번씩이나 곱씹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질문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냥 두루뭉술하게 대답할 뿐이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계속해서 마약을 하는 것처럼, 나는 계속해서 살인을 할 뿐이다.



단지 그 뿐이다.



그것 말고는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






우연히 사람 한 명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사제라고 소개했다.






"저기, 실례지만. 혹시 최근에 이사 오신 건가요? 처음 뵙는 것 같아서."






사제의 질문에 나는 별다른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거짓말이었지만, 뭐, 그런 게 상관 있겠나.



어차피 저 사제도 어색한 기류를 애써 지워내려 질문했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었을 거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뵙시다. 저는 이 골목에 자주 다니니까요. 하하..."






자기가 보기에도 어색했던 모양인지, 사제는 멋쩍은 웃음을 내뱉으며 제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나는 그 사제와 헤어졌다.



평소에도 이 한적한 골목길을 자주 다닌다는 말에 그를 죽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관두었다.



지금 저 사람은 자신을 죽여달라 대놓고 외치는 꼴이다.



그럼 뻔하잖아. 함정인 거.





*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나는 어제처럼 그 골목길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이 골목길로 다시 돌아온 걸까.



글쎄, 나도 모르겠다.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모양이다.






"엇, 정말로 오셨네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말소리. 나는 이번에도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혹시 말을 못하시는 건가요?"



"아뇨, 그냥 말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그랬습니다."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와버렸다.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건 그 소녀와 나눴던 대화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러고보니, 그것도 벌써 삼 년이 넘었던가.






"아하하...대화를 잘 안하시는 쪽인가 보네요. 이해합니다. 그런 사람들 많으니까요."



"......"






나를 이해한다는 사제의 말에 순간적으로 헛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이해해? 나도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아, 그러고보니 혹시 취미라도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활동이라던가..."



"......"



"어,없으신가요?"



"...책 좋아합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내뱉은 대답이었다.



뭐, 거짓말은 아니었다.



낮에는 주로 독서로 시간을 때우니까.






"흐음...보기보다 고상한 취미를 갖고 계셨네요."



"고상까지는 아닙니다."






예상 외였다는 듯 사제는 놀라는 눈치였지만, 나는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화를 맺었다.



사실, '보기보다'라는 말에 살짝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었다.



이제는 매일 아침마다 그 골목길로 나오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건 그 사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둘은 매일 아침마다 골목길에서 마주쳤고, 그렇게 한 번 마주치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 일쑤였다.



사제는 항상 내게 질문했고, 나는 그 질문에 항상 단답으로 답해주었다.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질문을 하는 건 항상 그였다.



나 역시 무언가 질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제는 무슨 일을 하는 겁니까?"



"글쎄요. 뭐 여러가지 일을 합니다만...가장 특이한 일이라 하면, 죄를 용서해주는 일이 있겠죠."



"용서...?"



"어떤 사람이 죄를 고백하면, 저는 그 죄를 사해줍니다."



"무슨 자격으로 하는 겁니까?"



"자격...이면...글쎄요? 사제라서 가능한 거 아닐까요? 하하..."






이번에는 정말로 헛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나를 이해한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죄까지 사해준다니.



내가 저지른 일들을 말해도 과연 저 사제는 나를 용서해줄까?



아니, 아마 용서는 커녕 이해해주지도 않을 거다.



저 사제는, 사제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니까.



인간이란 본디 그런 존재다.



말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호언장담하지만, 현실이 눈 앞에 들이닥치면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한다.






"...질문할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만."



"아, 예! 말씀하세요."



"사제님은 어쩌다 사제가 되신 겁니까?"






문득 호기심이 하나 생겼다.



지난 시간동안 봐온 이 사람의 모습들은 아무리 봐도 신성함과는 거리가 먼 쪽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이 사람에게 사제라는 직업은 천성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사제를 택했다. 사제가 되기를 택했다.



어째서.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질문했다.






"사제가 된 이유라...글쎄요. 조금 복잡한데..."






말로는 복잡하다고 얼버무리고 있지만, 누가 봐도 말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뭐, 그렇게까지 말하기가 불편하다면야 이쪽도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려던 찰나ㅡ






"...아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 '진짜로 강한 사람은, 남에게 화살촉을 겨누는 사람이 아니라 그 화살촉을 받아내는 사람이다.'라고..."



"......"



"좀 어려운 말이죠? 사실 저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어요."



"......"



"...? 뭘 그리 굳어있어요?"






정신 좀 차리라는 사제의 말에도, 나는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익숙한 말이었다.



익숙한 목소리여서가 아니라, 익숙한 구절이어서였다.






"아저씨 책 자주 읽는다고 하셨죠? 그럼 혹시 이런 문장 들어보셨어요?"



"......?"



"진짜로 강한 사람은, 남에게 화살촉을 겨누는 사람이 아니라 그 화살촉을 받아내는 사람이다."



"못 들어봤다만."



"당연히 못 들어봤겠죠. 제가 방금 지어낸 문장이거든요! 어때요, 좀 멋지지 않아요?"






그때, 그 소녀가 말해주었던 그대로다.



...설마. 우연이겠지.






*




또다시 하루가 흐르고, 아침이 되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인지,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사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연락을 시도해보는 게 좋겠다 싶어 휴대전화를 꺼내들었지만, 막상 연락을 하자니 전화번호를 누를 수 없었다.



몰랐다.



연락처를 몰랐다.



여지껏 그렇게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나는 그 사람의 전화번호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아...이렇게 된 이상,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야! 누가 여기 사람없는 골목이라 했어?! 사람 있잖아!"






일순간, 귓가에 쩌렁쩌렁 울려대는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아보았다.



한 눈에 봐도 덩치가 있어보이는 세 명의 사내가, 한 여자아이를 질질 끌고 다니는 모양새였다.



인신매매라도 되는 건가? 아니면 납치?



사실, 무엇이 됐든 간에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었지만,






"살려...주세요...아저씨..."






젠장, 어제 그 사제가 이상한 말을 해버린 탓에 소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어이, 형씨."






그 소녀가 겹쳐보인다.






"형씨는 아무 것도 안 본 거야. 대충 무슨 말인지 알지?"






마지막 순간, 내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 모습이 겹쳐보인다.






"어이, 말이 안 들려?"






구해줘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건 순식간이었다.






"묻잖아, 말이 안 들ㅡ"






상대는 전부 무방비 상태.



우선은, 항시 들고 다니던 나이프로 한 사내의 복부를 여러 번 꿰뚫었다.



그냥 한 번에 급소를 꿰뚫는 쪽이 더 편하긴 했지만, 대낮에 살인을 저지르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었다.






"너 뭐하는 새끼ㅡ커헉...!"






순식간에 세 명이 쓰러졌다.



본래는 벌벌 떨고 있던 소녀에게 괜찮냐 안부를 물어보려 했지만, 잔뜩 공포에 질린 탓인지 소녀는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이제 이 자리에 남아있는 건 나 자신 뿐이었다.



그런 줄 알았다.






"지금...무엇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말소리.



급하게 나이프를 숨겨봤지만, 이제 와서 숨겨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나를 보았다는 건, 높은 확률로 내가 나이프를 사용하는 것도 봤다는 이야기니까.






"방금, 분명히..."



"......"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지금 뭐하자는 거냐.



그때, 그 실수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면서도.



이제 와서는 무슨 감성에 젖어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거냐.



설마, 벌써 잊은 거냐?



네가 죽였잖아.



그 소녀, 네가 죽였잖아.



그것도 네가 벌인 멍청한 실수 탓에!!






*






그 날은 눈이 소복소복 쌓여가는 겨울날이었다. 영혼을 본다는 소녀와 매일같이 대화해왔던 나는, 오늘따라 유독 보이지 않는 소녀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래서 머지 않아 소녀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다행스럽게도 소녀를 찾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열 명도 넘는 사내들이 소녀를 납치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생긴 말동무를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그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나는 열 명의 사람들을 전부 죽인 상태였다.






"아저...씨..."



"...미안하다. 많이 무서웠겠지. 이제 괜찮으니ㅡ"






일순간, 소녀를 보호하려 내뻗은 내 팔이 내쳐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소녀가 피했다.



소녀는 떨고 있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아저씨...뉴스에 나오는 그 살인범이에요...?"



"어...?"



"사실 예전부터 영혼들이 알려줬거든요. 아저씨 살인범이라고. 그래도 저는 끝까지 아니라고, 잘못 본 거라고 우겼는데...그 모습을 보니까..."






슬픔에 빠진 소녀의 말은 제대로 맺어지지도 못했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뚝뚝 흘려댈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든 간에,



나는 앞으로 이 소녀와 두 번 다시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






또다시 하루가 흘렀다.



사제는 다행히도 골목길에 다시 나타나주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예전부터 지켜봐왔지만, 참 좋은 분이시네요."






먼저 입을 연 건 사제였다. 그는 나더러 '좋은 분'이라고 말했다.



말의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살인범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런 표현을ㅡ






"그냥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당신을 처음 봤을 때, 혹시 그 살인범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잠깐만, 이건 또 무슨.






"삼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제 동생이 살인범에게 죽은 일이 있었어요."






안돼, 말하지 마.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 동생이 평소에 이야기하던 사람이 살인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말하지 마. 말하지 말라고.






"영혼을 보는 탓에 다른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던 그 아이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할 때는 얼마나 기뻤었는데..."






착각으로 남게 해달라고. 우연의 일치로 남게 해달라고.



제발.



제발.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제 동생이 떠들어대던 그 사람의 모습과 당신의 모습이 너무나 겹치더라고요. 그래서 의심했어요."



"...이제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이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어제 그 소녀를 구해주시던 거 전부 봤어요."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



지금 저 인간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분명 내가 나이프를 쓰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내가 그 살인범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텐데.



...아니, 잠깐. 모를 수도 있는 건가?



그때 그 아이는 영혼이 알려줬던 특수한 경우였으니, 이 남자의 경우에는ㅡ



아냐, 오히려 그걸 의도한 걸 수도 있다. 알고도 모르는 척 능청을 떨어대는 걸지도 모른다.






"어제 있었던 일 말이에요. 사실, 소녀가 납치당했다는 사실은 그쪽보다 제가 먼저 더 알았어요. 우연히 목격했거든요. 한 소녀가 세 명의 사내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는 광경을."



"......"



"분명 구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몸이 움직이지를 않더라고요.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그냥 그 사람들의 꽁무니를 따라만 갔어요. 죄를 짓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죄를 지은 거죠...하하..."



"......"



"그렇게 골목길까지 따라갔어요. 그리고 일순간, 당신의 모습이 보였죠. 저는 한참이나 망설이던 그 행동을, 거리낌없이 행하시는 그 모습을."



"......"



"상식적으로, 어린 소녀를 구하는 그런 용기있는 사람이 살인범일리 없잖아요?"






아냐, 아니다.



용기가 아니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리고 난 살인자다.



수백 명을 죽인, 그리고 저 사제의 동생도 죽인 살인자다.



하지만, 저 사제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거라면. 모르는 척 능청을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모르는 거라면.



이 거짓을 평생동안 떠안고 있을 자신이 없다. 한 시라도 빨리 털어놓고 싶다.



하지만,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나는 하나뿐인 말동무를 잃게 되겠지. 혹은 더 이상 살인을 할 기회를 잃어버리거나.



...잃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거짓을 떠안고 살고 싶지도 않다.



......



알고 있다. 둘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더 이상의 살인을 포기하거나, 평생동안 괴로움을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



문득, 구절 하나가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살인의 인과관계'를 쓴 저자는, 나 역시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나는 원하는 것이 있었다.



나는 이 세상이 싫었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싫었다.



모두가 나처럼 불행해지기를 바랐다.



나는, 남에게 화살촉을 겨누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화살촉을 찔러 넣을 때마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 소소한 행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화살촉이 소중한 사람을 향할 때는 멍청하게도 슬퍼했다.



알고 있다. 내가 글러먹은 사람이라는 걸.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는 결정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 네. 말씀하세요."






...막상 말하려 하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무언가 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내 눈 앞의 사람이 사제라는 것을 이용했다.






"그쪽도 자신의 죄를 고백하셨으니, 저도 제 죄 하나를 고백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



"죄를 고백하세요. 당신의 죄를 사해드리겠습니다."



"저는 한 소녀를 죽였습니다."






죄를 고백하라는 사제의 말에 나는 그리 대답했다.



짧게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사제는 다시 한 번 나에게 말했다.






"살인을 한 때가 정확히 언제시죠?"



"......"






대답하지 못했다.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저 사제가 바라는 대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대답하지 못했다. 내 대답은 저 사제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기에.



잠깐을 고민했다.



결정했다.



적당히 진실을 말하기로.






"...한 번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침묵이 흘렀다.



지금 사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글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끝나든 간에,



나는 앞으로 이 사제와 두 번 다시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걸.










이곳에 올리는 첫 글이네요.


즐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