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걷고 있다.


1km, 2km, 3km......


왠지 모를 허전함과 공허함에 쫒히며,


가끔은 아무것도 없는 벽에 눈알들이 들어있는 것을 느끼며, 


난 오늘도 걷고 있다.


"...다 왔네 집에..."


혼잣말을 하며 집 안에 들어온다.


집에는 간단한 부엌, 좁은 침대, 그리고 지지직 소리만 나는 흑백 TV. 그게 다였다.


'뭐라도 먹으면 나아질까?'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어제 만들어두었던 김치찌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나 먹어야지."


난 김치찌개가 들어있는 냄비를 들고, 그걸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파지지직!


가스레인지가 켜졌고, 켜진 걸 확인한 뒤, 냉장고로 돌아가 같이 먹을 반찬이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시금치나물...김치..."


난 그중에 시금치나물을 집었다.


"유통기한이...2144년 2월 4일?"


난 그대로 내 뒤에 있는 달력을 보았다.


"2044년 2월 4일."


난 다시 한 번 그 나물 위에 붙어있는 스티커의 유통기한을 보았다. 다시 봐도 2144년이었다.


난 성급히 사온 다른 것도 유통기한을 보기 시작했다.


"2144년 2월 4일...2144년 2월 4일...2144년 2월 4일..."


모든 물품들이 소름돕게 똑같은 유통기한, 2144년 2월 4일을 표시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것을 언제 사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내 집 주변을 항상 벗어나지 않았다.


"이 물건들은 어디서 오는 거지? 소환되는 건가? 아니 평범한 세상이라면 그럴리가 없을텐데...."


머리가 복잡해질 때 쯤, 김치찌개가 끓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난 생각을 그만두고 국자를 집어 김치찌개를 젓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난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치찌개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찬장에서 즉석밥을 꺼낸 후, 아무 생각 없이 전자레이지에 80초를 돌린 후, 다시 꺼내어 식탁 옆에 두었다.


시계를 보았다. 18시.


"저녁 먹기 딱 좋은 시간이군."


숟가락을 들고 한 입을 뜨기 직전, 쇄애애액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또 기차인가보네."


난 창 밖을 보았다. 긴 기차가 철로를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기차의 생김새는 볼품 없었다.


1920년대에 볼 수 있을 법한 투박한 디자인에, 칙칙한 회색 고철로 코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게 몇십 칸씩 이어졌다.


"저 기차는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사람을 싣고 있는 거 같진 않은데..."


항상 들었던 의문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 기차를 따라가진 않았다.


왠지 그걸 따라갈려고 생각이 들 때마다, 온몸이 무기력해지고 내가 끔직한 변을 당하는 상상을 자꾸만 해댔기 때문이다.


"...신경 끄자."


난 김치찌개 한 숟갈을 들었다. 그리고 계속 그 행동을 반복했다.


가끔씩 밥도 한 숟갈 푸었다. 


시간이 지난 후, 김치찌개가 바닥을 들어내고, 밥도 다 먹었지만, 그것이 우울함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였다.


나의 상태는 여전히 불만족 상태였으며, 배부르다는 느낌, 포만감 전부 없었다.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시계는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난 냄비를 설거지 한 후, 냄비뚜껑을 덮었다. 쓰레기도 쓰레기봉투에 다 버렸다.


그걸 다하니 시계는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야지..."


그러고 난 내 몸을 침대로 향하게 하였다.


그 밤은 유달리 생각이 많은 밤이었다.


평소처럼 그냥 하루가 리셋되길 기다리는 밤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등등의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곧이어 난 기나긴 밤 속으로 빠져들었다.


.


.


.



*삐비빅! 삐빅!


"아으..." 난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그리고 커튼 밖을 바라보았다.


오렌지색 하늘이었다. 아침에는 항상 하늘이 이런 색이었다.


그리고 난 평소대로 살아가기 시작하였다.


무의미하고 따분한 하루를 말이다. 


아침에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고, 


점심이 될 때까지 밖에서 집 밖 풍경을 보았다.


허름한 집 앞엔 송전탑 5대가 우중충하게 서있었고,


그 옆엔 기차가 매일 지나가는 철도가 놓여져있었다.


그리고 송전탑 뒤엔 나는 못 넘을 듯한 담벽과 철조망이 놓여져 있었다.


내 집 뒷편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점심이 되었고, 밥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난 밥을 꺼내 주먹밥을 만들어 먹었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 시나리오대로 살기가 싫었다.


괜히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걸었다.


감시당하는 듯한 불쾌한 장벽을 지나,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있는 쓰레기장을 지나,


어딘가 있을 도시를 향해 한없이 걸었다.


어느새 하늘은 구름 많은 하늘색 하늘로 바뀌어져 있었다. 점심마다 항상 이런 색이었다.


저녁 때 다시 오렌지 색으로 바뀌고, 밤 땐 검정색 그 자체인 하늘로 바뀌곤 했다. 별 한 점, 구름 한 점 없이.


또, 5일마다 항상 이상하게 규칙적으로 특정 시간대에 비가 왔다. 


그리고 어딘가에 건물이 있을 거란 내 확신이 맞아떨어졌는지, 외딴 건물이 하나 보였다.


난 그곳으로 달려갔고, 그곳이 마침 음식점이라는 걸 알았다.


녹슨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식당 내부가 보였다.


내부엔 빈 테이블과 의자들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고, 카운터에도 아무도 없었다.


다만 주방에 늑대 가면을 쓴 한 명이 있었다.


난 일단 테이블에 앉고,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을 불렀다.


"저기요..? 저 주문 좀..."


그 사람은 반응하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메뉴판을 나에게 건네었다.


난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스파게티...초밥...케밥... 온갖 음식은 다 있었다.


난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 좀 기분이 나아질까 싶어, 모든 음식을 다 주문해보았다.


그리고 웨이터는 묵묵히 그걸 받아적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게임의 NPC같이.


다양한 음식을 주문 한 건 내가 항상 먹던 것만 먹어서였다. 


'근데 난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꽤 된 거 같은데...'


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1월 29일...1월 22일...


그리고 그 기억은 1월 2일에서 멈추었다.


그 전의 기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내가 여기에 언제부터 있었지? 집 가서 확인해봐야겠어. 마침 달력에 날이 지날 때마다 X 표시를 쳐놓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곧 음료부터 시작해서,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스파게티, 음...괜찮아.


초밥, 괜찮네.


케밥, 음...


그렇게 웨이터가 계속해서 규칙적으로 음식을 전달해주었고, 난 그걸 계속해서 받아먹었다.


하지만 공허하고 우울한 마음은 끝내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 해결될 거라는 생각 역시 허튼 망상이었다는 것이었다.


'우울감은 해소가 안 되는 건가? 뭔 짓을 다해보아도?'


갑자기 눈물이 쏟아질 거 같은 느낌이 들었고, 난 무의식적으로 손을 눈 앞에 갔다 대었다.


하지만 눈물이 쏟아질 거 같은 느낌만 들 뿐, 눈물은 단 한 방울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상태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가면 쓴 웨이터가 날 툭툭 건드렸다.


"네?" 난 손을 눈 앞에서 내리고 말했다.


"..."


"나가라고요?"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알겠어요..."


난 하는 수 없이 식당 밖을 나왔다.


그리고 이젠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오는 길도 가는 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똑같은 길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집에 도착하였다. 우울함과 공허함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아, 달력 확인해야지."


난 바로 달력 쪽으로 달려가 날짜를 확인했다.


X표를 치지 않은 날짜는 딱 하나, 1월 1일 뿐이었다.


'난 원래부터 여기에 없었던 존재였던 건가?'


'그럼 난 여기에 왜 온거지?'


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 세상의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야.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 차는 거도 그렇고, 똑같은 하늘이 반복되는 것도 그렇고...."


"...아으 머리 아파..."


난 머리를 쥐어잡았다. 혼란스러웠다. 마치 이 세상이 모든게 조작된 세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쇄애애애애액!


"?"


난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매일 이 앞을 지나가는 기차였다. 그것은 내 집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혹시 저 기차를 따라가면 뭐가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온몸에 무기력함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끔직한 망상은 덤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 기차를 한 번 따라가봐야겠어.'


난 이를 꽉 깨물었다. 계속 끔직한 생각과 무기력함이 날 덥쳤지만 내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밖에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코트를 걸쳐입고, 호신용 도구인 손전등과 방어 무기인 도끼를 챙긴 후 양쪽 주머니에 넣었다.


기차 소리는 그 때도 계속해서 나고 있었고, 정점을 찍은 뒤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난 허겁지겁 신발을 신고, 집 밖으로 나왔다.


기차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의지로 무기력함을 뚫어낸 기회를.


마침 어느 칸에 손잡이가 보였고, 난 그대로 거기로 점프했다.


"탁."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눈으로 보니 손잡이었다.


난 손잡이를 이용해서 칸 안 쪽으로 넘어오는 데에 성공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화물칸인 듯 했지만, 아무것도 안 실려있었다. 


'일단 빨리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화물칸에 올라서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머리는 비 때문에 떡져있었고, 옷도 비 때문에 다 젖을 지경이었다.


난 움직이는 기차에서 조심조심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칸과 칸 사이 간격이 작아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보니 맨 앞의 화물칸에 와있었고, 난 조종실의 뒷문을 열어 들어갔다.


조종실엔 별 게 없었다.


의자 1개와 조종 기구만 있을 뿐이었고, 조종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인기차인가?'


'어쨌든 비는 안 맞을테니 좋네.'


난 조종석에 앉아 그대로 눈을 감았다.


피곤하기도 했거니와, 어차피 이 기차가 멈춘다면 나에게도 신호가 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


.


.


.


시간이 많이 지난 후였다.


"흐아암...."


난 조종석에서 일어났다. 기차는 멈춘 듯해 보였다.


"여긴 차고지인가?"


난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냈다.


"아, 일단 내리고 나서 생각하자."


난 기차에서 내렸다.


비는 그쳐 있었다.


"...항상 어두어지면 비가 그치더라."


난 손전등을 키고, 내가 어디있는지를 확인했다.


"여긴 차고지가 아니고...폐건물인데?"


난 폐건물 여기저기를 손전등으로 비추어보았다.


"근데 나 여기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기분 탓인가?"


이상했다. 여기서 이 기차를 타본 적도 없는데 왜 익숙한거지?


"잠만...이 건물에 와본게 2022년 1월 1일......2022년 1월 1일..."


"!" 


"여기에 뭐가 있음에 틀림없어. 들어가봐야겠어."


난 확신했다. 여기에 온 적도 없지만 익숙한 건물. 2022년 1월 2일부터 시작한 여기에서의 생활. 그리고 2022년 1월 1일에서의 일. 


이렇게까지 퍼즐이 착착 맞아떨어질 수가 없었다.


난 그대로 그 입구로 들어갔다.


걸어들어가는 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복도는 마치 도시 거리 같았다.


불꺼진 네온 사인, 환풍기, 꺼진 에어컨, TV 안테나...


하지만 모두 다 생명력을 잃고 전부 꺼져있었다.


쥐 하나조차 보이지 않는 소름돋는 공간, 난 그 곳의 1,2,3층 전체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는 듯한 문을 보았다.


'누가 있나?'


가슴이 뛰었다. 저기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난 살금살금 그 곳으로 걸어갔고, 어느새 난 희미한 불빛이 보이는 문 앞에 서있었다.


"후..." 난 한숨을 내쉬었다.


"셋 세고 들어가자." 계속 혼잣말을 반복했다.


"하나..."


"둘..." 난 문 손잡이를 잡았다.


"셋!"


난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고...




충격적인 그 방의 온상을 발견했다.


그 방은 오직 나만을 감시, 조종하게 만드는 방이었던 것이었다.


"기차"


그 버튼 아래에는 여러가지 옵션을 조정할 수 있는 기계가 붙어있었다.


무력함, 두려움, 공포감 등등...


난 왜 그 전엔 기차를 탈 생각만 하면 무력해지고 끔직한 상상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메모가 하나 붙어있었다.


난 그 메모를 떼서 보았다.


"메모. 한달간 우울감과 공허함을 증폭 시켜 점점 미쳐가게 만들 것. 우울함과 공허함을 조종하는 버튼은 이 아래에 있음."


난 아래를 보았다. 정말로 버튼들이 아래에 있었다. 난 완벽히 조종당하고 있던 것이었다.


"...미친 것이 확인되면, 잔인함 수치를 올리고 주변 NPC들을 소환해 시험해 볼 것."


"마지막으로 이 실험체 N190이 살인 로봇으로서의 자아를 완벽히 충족한 것을 확인했을 때,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그 자아를 현실의 N190에 이식할 것."


" - 해드노이엄 연구소"


'...프로그램?'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내 손을 잡는 모든 것이, 심지어 나조차도, 이 세상조차도, 모두 프로그램이었을 뿐이라고?'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졌다.


내가 추위를 느끼지 못 한 것도.


배부름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눈물이 흐르지 않는 것도.


전부 다 퍼즐이 맞추어졌다.


또 다른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실험체 N190."


"납치: 성공적. 기억 소거: 약간의 사고가 있었으나 큰 문제는 없는 걸로 생각됨. 실험 시작 날짜: 2022년 1월 1일. 시나리오 생성 날짜: 2022년 1월 1일."


"집 생성: 쓰레기장 옆. 장벽에서 감시중. 이상행동 발견 시 시나리오 종료 요청 하길 바람."


이 전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날 난 평소와 같이 스터디카페에서 밤늦게 집으로 가던 중이었고, 납치당하고 보니 이와 똑같은 건물 안에 있었다.


그리고 난 이제 여기에 있다.


'...역시 장벽에서 이상한 눈길이 느껴지던게 틀리지 않았어.'


"그럼..."


난 고개를 들었다. 목표는 바뀌었다. 여기를 나가는 걸로.


"여긴 가상세계고, 여기서 나갈려면, 너 컴퓨터를 부셔야 한다는 거네?" 난 씩 눈웃음을 지었다.


"망치를 챙겨오길 잘했군."


난 망치를 꺼냈고, 그대로 휘두를 준비를 하였다.


"잘가라."


난 휭하고 망치를 휘둘렀고, 그것은 컴퓨터에 명중했다.


컴퓨터 파편이 날렸고, 이대로 날 괴롭히던 것에서는 해방인 것 같았지만...


"허억...허억....."


갑자기 큰 고통이 나에게 덥쳤다.


난 반사적으로 손을 눈 앞에 갔다대었고, 눈물이 찔끔 나왔다.


감정을 다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다시 컴퓨터를 보았다. 난 내가 죽더라도 이 가상세계를 끝내겠다고 마음 먹었다.


반쯤 모니터가 나가있었지만, 대충 난 볼 수 있었다.


처음엔 날씨 4개가 나왔다.


아침 저녁의 주황색하늘.


점심의 하늘색 구름 많은 하늘.


5일마다 오는 비오는 하늘.


그리고 밤 하늘.


그 다음에 1월 2일부터 날 감시한 로그가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자, 난 비틀대는 몸으로 최대한 세게, 최대한 세게 컴퓨터의 중간을 가격했다.


그와 함께 난 쓰러졌다.


가상세계가 무너지면, 그 안에 있는 나까지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쓰러져있으니 모니터 앞 거의 부서진 얼굴이 보였다.


난 그래도 씩 웃었다.


어차피 나갈 수 없으면, 부숴버리는 게 나으니까.


모니터가 깜박깜박 거렸다.


내 심장박동도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컴퓨터가 꺼진 순간.


실험체 N190은 더 이상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작가의 말: 휴머노이드가 어떻게 만들어졌나에 대해서 써본 소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