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남자를 건물로 데려왔고 메마른 널빤지 위에 그를 눕혔다. 옷을 풀어 헤치더니 축축한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고 뚫린 손을 보고는 비명을 삼켰다. 곧 약과 함께 많은 주사를 그의 몸에 박아넣었다. 남자는 그동안 기절하고 있었고 치료가 끝날 무렵에는 그는 약간의 방사선 중독 증세를 빼곤 몸이 멀쩡했다.


손은 이미 떨어지고 없었다. 붕대로 칭칭 감긴 부위는 오직 손목뿐이었고 그의 손은 그의 가방 근처에 있었다. 남자는 화로 근처에서 몸을 녹이다가 그 손을 주워서 품에 안았다. 그러고는 이걸 어떻게 돌려놓지 하다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몇 분의 시간이 더 지났다.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 말고 누군가 있다는 걸 알았다. 가방이 엄청나게 많았고 베개나 담요도 많았다. 그는 가방들을 뒤져보고 싶었지만, 누군가 들어올까 싶어서 문을 찾았다. 그리고 그 문은 빗장이 걸려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침낭이 하나 있었다. 붉은 피가 묻어있었고 남자는 곧 이곳이 그가 있었던 장소라는 걸 깨달았다. 남자는 스스로 손목을 자르고 꿈이라도 꾼 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자 하나가 문을 열고 그를 만나보러 와서 상상마저 깨지고 말았다.


남자는 그를 경계했지만 새로 들어온 남자는 그를 향해서 진정해라 그리고 약을 놓아주겠다 당신은 약탈자한테 공격당했다. 라는 말을 하고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남자는 단검이나 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몸을 다치건 사실이고 지금 이 꼴이 난 것도 별수가 없어서 결국 얌전하게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몇 분 동안 다시 잠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무렵에 주변에 여자가 있었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누구냐고 물었다. 그 여자는 자신이 의사고 일단 몸에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당신들이 누구고 난 왜 구한 거냐고 물었다. 여자는 자신들은 학자 겸 군인들이고 당신은 용병이라서 구했다고 말했다.


남자는 학자니 군인이니 하는 건 신경 쓰지 않았지만, 용병이 이런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동시에 의문도 있었다. 용병들은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일감이 없다면 늘 쫓겨 다녔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는 건지 그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그는 자신을 어떻게 용병으로 알아차렸는지 궁금했다. 그 점을 물어보자 여자는 남자 손목에 새겨진 문신을 가리켰다.


그런 문신을 새긴 사람은 흔치 않느냐고 그녀가 말했다. 용병들이 손목에 새기는 건 자신의 혈액형과 출신지 그리고 누구 밑에서 일했고 또 얼마나 일했는지를 새겼는데 남자의 경우엔 기본적인 정보만 적었다. 이런 법이 생긴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은 관습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남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문신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푹 쉬라는 말과 함께 나중에 다시 오겠다곤 하고 자리를 떴다. 남자는 누워서 자신의 옷을 찾았고 그걸 입었다. 가이거 계수기는 물에 들어갔을 때 결국 망가지고 말았다. 부품 일부가 밖으로 삐져나왔고 아예 철판이 구겨지고 말았다. 그래서 방사능이 묻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총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단검도 마찬가지였다. 가방도 없었다. 오직 옷이랑 또 방독면만 있었다.


남자는 결국 옷도 입지 않고 속옷 차림으로 화로 앞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목이 가려워 왔고 약간의 고통이 동반했다. 잃어버린 새끼손가락이 근지러워서 남자는 떨어져 나간 손을 손목에 부쳐서 그 부위를 긁었다. 그러자 고통과 함께 간지러움도 사라졌다.


다시 사람이 그 방을 찾아왔을 땐 양손에 통조림과 물이 있었고 식기도 있었다. 남자는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느냐고 물었다. 몸에 고통도 열도 없어서 남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시간은 꽤 많이 흘러서 비도 그치고 태양도 떠올랐으며 날짜는 하루나 지난 후였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또 자신을 왜 구한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용병이라는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남자는 왜 용병을 구한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대는 용병은 우호적인게 도울수록 좋고 또 사람을 구하는 것에 이유가 필요하냐고 물었다. 남자는 대충 이해하고 음식을 다 먹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짐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곧 있으면 가져다주겠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지만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따라 들어왔다. 그중에 덩치 큰 한 놈이 남자 앞에 앉더니 반갑다고 인사를 걸었다. 남자는 가방을 확인하면서 자신도 반갑고 또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보내달라고 말했다. 상대는 고개를 저으며 그 점에 대해선 안 된다고 말하며 뭔가 부탁할 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의 무릎 사이로 책을 하나 던지면서 또 가방 안에 물건들을 가리키며 어째서 우리 물건을 가졌는지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곳이 내가 턴 장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여기 있는 여자도 죽였냐고 물었다. 남자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럼 왜 죽였냐고 물었다. 남자는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의외로 순순히 답하는군." 하고 그가 말하자 남자는 "그쪽이 날 구해줬으니까요." 라고 답했다. 실제로는 그는 은혜를 갚을 정도의 미덕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남자는 그들이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말했다. 말하는게 나쁘진 않으니까.


그들은 남자를 노려보다가 편하게 쉬라고 하면서 떠났다. 덤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남자는 떠나는 그들의 등을 보고는 나에게 원하는 게 그게 전부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돌아와서 남자를 보고 말했다. "실은 우린 그쪽을 약탈자에게 습격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뭔갈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이제 당신이 우리 일원을 죽였으니 옛말이 되었소." 하고 떠났다. 그는 가방에서 통조림을 까먹었다.


아까와는 달리 여자 한 명과 남자 하나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는 음식을 다 먹고 나서 그들에게 책을 들어 보이며 이걸 읽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둘 다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남자를 막지는 않았다. 그는 페이지 한장 한장을 넘겨보며 어떤 게 적혀있는지 보았다.


책은 일종의 일기였다. 여자의 삶에 대해서 모든 생각과 지난 나날들 앞으로 해야 할 일들 전부가 그곳에 있었다. 남자는 그녀가 겪은 삶, 콘크리트와 너무 그리고 대리석으로 만든 대도시의 시끄러운 삶과 가을의 건조한 바람 그리고 사랑이나 그것과 비슷한 감정을 풀이하고 뭐가 궁금하고 뭘 해야 하는지 적어놓은 걸 읽었다. 


그가 주의 깊게 본 부분은 이곳이 박물관이라는 점이었다. 전쟁 이전에 지어진 것을 복구하려고 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행동이 아닌 단체가 직접 나서 문화를 복원하거나 혹은 보관하려고 한다. 남자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굳이 이 위험한 장소에 박물관을 만들 이유가 뭘까. 덤으로 박물관을 왜 만들려는 걸까 하고 그 의문은 책을 읽다 보니 풀렸다. 이들은 국가에서 단체로 도망쳐 나온 집단이었다. 이곳에 박물관을 세우려는 이유 또한 그저 게인적인 집착이 단체로 번졌다는게 맞았다. 실제로는 생존 그룹에 가까워서 남자는 그녀가 미쳤다고 정의했다.


그는 생존을 무엇보다 우선시했고 박물관이라는 것에 이해를 할 수를 없었다. 그것에 목숨을 바쳐서 도시를 빠져나간 그녀와 그녀 친구들을 무식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뭐라고 생명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 점을 옆에 있는 이들에게 말하자 그들도 약간은 동의하는 생각이었다. 여자 쪽은 그래도 숭고하지 않느냐고 답했고 남자는 문화재를 지키자는 점은 동의하지만 이런 장소에선 안된다고 말했다. 둘 다 그녀가 조금 이상하다는 점엔 동의했다. 남자는 그래서 나에게 잘해주는군 하고 대충 어림짐작했다.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삶보다 중요한 건 없고 삶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어 다른 건 그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기호품일 뿐이고 굳이 따지면 쓰잘대기도 없는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어짜피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런걸로 위안을 얻는 족속이니까 당연한걸지도 모르겠군. 


시계가 없어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남자는 대강 하루가 더 흘렀다고 생각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점심 저녁 아침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그들은 남자를 잘 대해주면서도 매 끼니를 먹여주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밥을 먹은 직후에 두 번 정도 더 먹었으니 대강 하루가 지난 셈이다. 밥이 없는 시간 동안은 남자는 짧게 잠을 자거나 책을 계속 읽었다. 방 내부에 인원들도 가끔 교체됐다. 시간마다 팔에 주사를 박았고 주사가 없을 때면 근육이 경련해서 남자는 그걸 진정시키느라 꽤 끙끙거려야 했다.


문이 열렸을 때 남자는 음식을 가져왔나 싶었지만, 이전에 본 덩치 큰 남자가 그를 향해서 장비를 챙겨서 따라나오라고 했다. 그들은 총알 없는 총과 단검을 던져주면서 얌전하게 굴고 이상한 짓은 하지 말아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남자는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다음에야 장비를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침이 아닌데도 복도는 밝았다.


벽마다 매달린 간의 전구가 빛나고 있었고 다리 아래에는 작은 양초가 있기도 했다.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덩치 큰 인간을 따라서 남자는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갔는데 거긴 넓은 테이블과 수많은 의자들 그리고 인공적으로 만든 바위와 나무 따위가 있는 전시관이 있었다. 그보다 더 많이 사람이 있었고 너무 많아서 방을 꽉 채웠다. 다들 연장 같은걸 들고 있었는데 덩치 큰 남자는 따라온 남자에게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하자 그들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를 가두려구요?" 남자가 먼저 물었다. 덩치큰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난 그쪽을 고용하고 싶어." 하고 그가 말했다. 남자는 고개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당신 친구를 죽인 사람을 이렇게 고용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당신이 약탈자랑 같은 족속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용병이었으니 더 위험하고 본래라면 죽이는게 맞아. 하지만 일단은 그쪽을 믿기로 헀네 솔직하게 우린 여유가 없거든." 


"그럼 협력했다 치고 내가 뭘 해줘야 합니까." 그가 손목을 들어보였다. 


"일손이 됬으면 하는데."


"손이 없는데요."


"상관없어."


"그럼 좋아요 저도 다른 방법은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죠?"


그러자 남자는 버튼을 하나 던졌다. 


"우리가 나가고 30분 뒤에 그걸 눌러 얌전하게 하면 자네도 살 수 있을 거야."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게 배신이랑 약탈자인데요."


"믿음을 가져 그거 말곤 방법도 없으니"


"적어도 구체적인 계획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그걸 누르면 폭탄이 터져 그럼 우리 모두 산다고." 


"나도 죽는 거 아닙니까?"


"자넨 죽지 않아. 이곳에서만 신호가 터져서 그러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나면 우린 놈들이랑 싸울 거고 자넨 도망치거나 싸우거나 마음대로 하게."


"고용이라면서요 전 뭘 받나요."


"살아나갈 기회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는데." 


"그 말이 맞네요 삶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예기가 끝났다.


덩치 큰 남자는 시계를 바닥에 놓았다. "이건 정확하게 30분 뒤에 울릴 거야 그때 버튼을 눌러." 그리고 모두 준비해 이제 싸워야 한다. 하곤 나가버렸다. 남은 인원들도 그를 뒤따라 나갔다. 유일하게 남은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남자를 보곤 너 이용하는 거 맞고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도 없지만 우린 거짓말은 안 하니 30분 되면 버튼을 눌러달라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목에다가 목줄을 걸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건 "폭탄 목걸이야 40분 뒤에 터지지 30분에 폭탄이 터지면 내가 와서 풀어주지." 하고 갔다.


그건 헐거우면서 무거웠다. 손으로 만져보자 쇳덩이랑 가스캔 비슷한 파이프가 하나 있었다. 남자는 욕을 내뱉고 배신할 생각을 접었다. 애초에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동료를 살해하고 물자를 강탈한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죽여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아니면 고기 방패로 내 새운다는 것이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난 모르겠고 그냥 떠나고 싶다. 하고 생각했다. 양손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그는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애초에 내부에서 터트리려야 한다면 그냥 남는 사람 하나를 써먹는 게 났지 않나 싶었다. 그럴 여유마저 없다면 이들은 이미 망한 거나 다름없다. 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감시역 비슷한 인물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10분이 지났고 밖에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탕 탕 탕하고 처음엔 작았지만, 이윽고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앉아서 책을 읽다가 그녀가 자신의 삶보다 이상이나 목적 혹은 공동체적인 무언가에 목숨을 걸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남자로선 비정상적인 생각이었다.


"인간은 짐승이고 짐승은 삶을 목적으로 두지. 그게 정상적인 거야. 애초에 지금 이 꼴이 난 것 자체가 살자고 하다가 망해버린 거 아닌가. 전부 다 본능에 얽매여 있으면서 기만이나 펼치는 꼴 하곤."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남자의 생각은 일종의 믿음에 가까웠다. 그는 삶 빼고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가끔은 삶 자체에 가치가 없다고도 생각하곤 했다. 애초에 인간은 고기이지 않은가 그리고 지구에서 생겨난 곰팡이와 비슷한 존재이고. 그런 존재가 어째서 위대하다고 주장하는지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고 그는 믿었다.


창작이라든지 인류애라든지 그런 것들도 남자는 믿지 않았다. 전부 본능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행위일 뿐 그것에 가치를 둔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총 소리가 더 커지고 몇 번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잠해졌다. 남자는 죽었구나 하고 누가 이겼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시겟 바늘이 30분을 가르켰고 남자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방 전체가 뒤흔들리고 전창에선 먼지가 우수수 떯어졌다. 더 커다란 소리가 복도를 타며 먼지를 몰고 왔다. 남자는 기침하다가 그래도 건물이 통째로 날아가진 않았구나 하면서 버튼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인공 나무에 버튼이 맞으면서 다시 한번 눌렸는데 또 폭탄이 터졌다. 남자는 당황하고 말았다. 폭탄이 덜 터진건가? 하면서 그는 버튼을 여러번 계속 눌렀다. 그래도 반응이 없어서 이번에야 끝났구나 하면서 앉아있던 바위위에 다시 걸터 앉았다. 그리고 35분이 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남자는 슬슬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싸우다가 죽은걸까? 하고 그는 의문을 품었다.


이렇게 죽는 건 좀 아쉬운데 지금이라도 좀 즐길까? 하고 그는 바지를 매만졌다. 음식을 먹을까 성욕을 풀어버릴까 뭐라도 하고 싶은데 죽기 직전에서야 뭘 하고 싶다니 외팔이 양반 너 미쳤구나? 38분이었다. 30분이 돼서 알람을 울리던 시계가 시끄러워진 그는 시계를 발로 차서 복도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따라서 복도로 나가서 고개를 내밀어 보니 불은 모두 꺼져있었고 몇 개의 전구가 깜빡이고 있었다. 떠나면 죽는 게 아닌가? 하면서 그는 의문을 품었다. 떯어진 시계는 39분을 가르치고 있었다.


남자는 혹시 몰라 기계가 불량인지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목줄을 풀려고 했다. 그리고 목줄이 풀렸다. 목 뒷부분의 헐거운 부분이 잘그랑 거리다가 경첩이 뜯어나갔다. 남자는 목걸이를 복도로 던졌고 귀를 막고 엎드렸다. 40분이 되도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그가 복도로 나가서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가까이서 봐보니 철을 박은 허리띠였다.


남자는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이성이 마비되어 있었다는 걸 반증하는 상황이라 그는 자신이 싫었다. 남자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서 챙길만한 게 있나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있었든 방을 떠올려서 왔든 길을 거슬러 올라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도 가방은 없었고 남자가 먹다 남은 통조림만 있을 뿐이었다. 그때 즈음엔 그는 화가 나서 허공에다가 욕을 하고 있었다. 또 양손이 땀에 젖은 기분이 들어서 바지춤에 손을 문질렀는데 한쪽 손이 허전해서 바라보니 손목이 잘렸다는 걸 다시 한 번 직시할 수 있었다.


환상 통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겪은 적은 적었다. 흉터가 아파지는 일은 있어도 뭔가 허전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남자는 의수를 구헤야곘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어떻게 구할지는 떠올리지 못했다. 그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가 사람들이랑 마주치고 말았다. 그들 모두 얼굴이나 몸이나 회색 먼지로 뒤덮여있었다. 방독면을 쓰고 있었는데 몇 명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남자는 그들을 향해서 가방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남자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따라가보니 가방이 모여있는 장소가 나왔다. 그가 들어가도 아무도 제지 하지 않았다. 


그 방에는 가방이 정말 많았고 상처 입은 자들이 몸을 치유하고 있었다.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었고 몇명은 총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다들 그리 어두운 표정은 아니라 전투가 잘 끝났다는건 알수있었다. 게속해서 방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남자는 티나지 않게 자리를 잡아서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몸에 먼지를 발랐다. 그러고는 자신의 가방을 찾아 뒤지다가 총이랑 단검을 줏었고 그걸 허리춤에 매달았다. 또 익숙한 가방을 찾아서 그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등 뒤에 누군가 그를 두드려서 얼굴을 돌려보게 하였다. 덩치 큰 남자가 방독면을 뒤집어쓴 채로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웅얼거리면서 알 수 없는 말을 했고 남자는 방독면을 벗어서 내 물건을 찾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결국, 그들은 욕을 하면서 남자를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찍어 기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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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은 겁나게 긴대 재미도 이야기도 없는거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