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두 큰 광명체를 만드사

큰 광명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체로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창세기 1장 16절 중



 "야단났다, 야" 신께서 말씀하셨다.

 "달 전구 배터리를 거의 다 썼는데, 어떡하냐?"


신의 앞에는 천사 여럿이 멀뚱히 모여있었다.


 "잠시 배터리만 교체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한 천사가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럼 인간 입장에선 갑자기 달이 없어졌다가 나타나는 거랑 같잖아." 신께서 말씀했다.


 "그게 왜요?" 다른 천사가 물었다.


 "인간들은 달빛이 햇빛을 반사하는 거라고 믿고 있다고."


또 다른 꼬마 천사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달에 야광 페인트를 듬뿍 바르고 교체하면 되지 않을까요?!"


"너네 천사들이 일일이 바를 꺼야?"


"해가 떠 있을 때 교체하면 되죠, 뭐"

무심해 보이는 천사 하나가 말했다.


 "너는 지구 반대편에는 밤인 걸 모르니?" 신이 타일렀다.


 "아" 앞줄에 서 있던 천사 하나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구의 밤인 곳에 대홍수를 일으켜서 인간을 반 정도 죽인 뒤에 아무도 안 볼 때 바꾸죠."


 "너는 천사 왜 하냐?"


 "이참에 그냥 충전식으로 바꿉시다!"

대머리 천사가 제일 뒤에서 외쳤다.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바꿀건데"



몇 번의 문답 후, 슬슬 다들 조용해질 때 어떤 천사가 신께 물었다.


 "어떻게 태양 배터리보다 달 배터리가 더 빨리 닳죠?"


 "그건 아직 17만 년 정도 남았어."


 "그냥 배터리 교체하는 동안 달이 없어진 모든 걸 흑인들 탓으로 돌립시다!"


 "너 아까 대홍수 걔지?"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전능하신 주님이시여." 안경을 쓴 총명해 보이는 천사 하나가 말을 꺼냈다.

 "월식이 있는 동안 배터리를 교체하는 겁니다."


신께서 허공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시고 생각하시더니, 중국인 70명을 지옥에 보내고 돌아와서 말을 이었다.


 "그거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이봐, 가브리엘!"


 "왜요" 달을 굴리고 있던 천사 가브리엘이 대답했다.


 "너는 말투가 왜 그러냐, 아무튼 다음 월식이 언제지?"


 "25일 뒤입니다."


 "달의 남은 배터리 수명은?"


 "20일 정도입니다."


 "..."



결국 이도 저도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무의미한 천사들의 치열한 논쟁 끝에

처음 꼬마 천사가 제시한 대로 달 표면에 야광 페인트를 칠하게 되었다.


신께서 동원 가능한 모든 천사들을 갈아 3일 내내 달에서 공사를 벌인 끝에

성공적으로 그럴싸하게 달을 빛나게 만들었지만

밝기 조절을 잘못하여

2018년 1월 31일 지구에서는 슈퍼 블루 블러드문이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