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어가는 하늘은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붉게 타버린 구름들도 그러했습니다.


자주빛을 넘어 스며드는 검정도 그러했습니다.

장대하게 펼쳐진 검은 장막은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더 아름다운 것은


회색빛으로 스러져가는 것들과

놓친 것들이 멸망해가는 퇴폐적 미관과

쇠락하여 흩어지는 세상과


곧 사라질 것들, 주저앉은 폐허들은

기억너머 작고한 추억들의 단말마는

숨죽이며 마지막을 축복하는 사람들은


지독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폐허 속의

사람들과 사람들과 사람들과

사람들 마음 속의 글줄과

글줄로써 녹아내린 사랑과


사랑으로 흘린 눈물과

그로써 피어오른 별들과

그 별들이 모인 별자리와


그로써 다시 떠오른 하늘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