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부터 고어 채널에서 쓰던 거 다 써서 올려봄

 (당연하게도) 고어주의/ 야함주의/ 스압주의 ㄷㄷ




 인어의 관 




  사실 이러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했다. 자기는 이러기 위해서 다시 태어난 게 아니었냐고.



  ◇

 

 어른들이 말하는 얘기는 들었다. 인어에게 가까이 간 사람은 좋은 꼴을 못 본다고. 그네들은 인간이 아니고 그러니까 특히 나같은 남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인어는, 자주 인간을 먹는다는 말을 들었다.


 인어를 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교실에서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도 멀리서 비늘 같은 게 반짝이는 걸 본 적이 있다, 멀리서 보니 머리카락은 어떻더라, 비키니 같은 걸 입고 있어서 흥분됐다. 하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집은 해변 근처로 이사와서 바다를 볼 기회가 많았고, 나는 혼자서 해변을 돌아다니는 일도 많았다. 조용한 걸 좋아했고 그러니까 인적이 적은 해변을 돌아다닐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인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인어들이 어떻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경계심이 없었다. 조금 험한 바위틈에서 노래를 부르는 걸 찾아냈는데 하루, 이틀 편의점에서 산 마카롱이나 푸딩 같은 걸 가져다 주자 인어는 금새 경계심을 잃어버렸다. 수심이 발목보다도 옅은 곳까지도 스스럼 없이 헤엄쳐 왔다.


 어깨까지 분홍색 머리칼을 기르고 있었다. 까만 천을 브라탑처럼 감고 있었다. 


 살결은 새하얬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수면제를 찾아냈다. 얼마나 많은 양을 써야하는 지는 몰랐지만 두 세알 쯤 넣은 마카롱을 줬더니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잠시동안 죽은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아니었다. 새하얀 배가 조금씩 오르내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준비해뒀던 수레를 꺼내서 인어를 담고 끌고 왔다. 비어있는 창고. 푸른색 지느러미가 밖으로 조금 삐져나와 있었지만 오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생긴 것처럼 성인 여성 하나만큼의 무게는 되는 것 같았다.


 창고로 들어가 인어의 몸을 내려놓고 양 팔과 허리 부분을 두꺼운 밧줄로 묶었다. 얼마나 세게 묶어야 할 지 몰라 있는 힘껏 조이자 새하얀 팔에 빨간 자국이 생겨났다. 나는 조금 웃었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헝겊을 덮어 입을 틀어막았다. 근처에 사람은 다니지 않았고 어지간한 소리는 밖에 들리지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나는 그녀의 배에 올라탄 채 일어나기를 가만히 기다렸다.



 인어는 생각보다 늦게 깨어났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도 먼저 근처 환경이 궁금했는지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러다가 내 얼굴을 발견하고 짧게 꼬리를 아래로 쳤다. 인어의 눈가가 둥글어졌다. 지금의 상황을 잘 모르는 거구나... 내가 준 마카롱을 허겁지겁 먹는 걸 웃으며 지켜봐주긴 했지만, 언제나 늘 조금 짜증이 났었다. 이 녀석들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아니구나, 하고.


 나는 인어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의 고개가 홱 돌아간 채 잠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손을 들어 반대쪽 천천히 밀어 턱을 원래대로 돌리자 다시 한 번 후려쳤다.


 인어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연한 푸른색 눈동자를 크게 뜨더니 곧 분노에 찬 듯이 몸을 털어댔다.


 배를 깔고 앉아 있던 나는 그녀의 몸이 꿈틀거리는 걸 감촉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스웠다. 누군가 내 얼굴을 본다면 분명 비틀려 있겠지.  


 "이제 시작인 걸." 나는 표정을 가다듬고서 다시 오른손으로 인어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찰싹, 찰싹. 다른 소리 없이 리드미컬하게 살을 치는 소리만 들려온다.


 처음에는 반항적인 표정으로 올려다 보던 인어의 얼굴도 점차 의문으로, 원망으로 이행해 갔다. 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쪽 뺨만을 집요하게 후려쳤다.


 이제 내가 오른팔을 들자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깔고 앉은 새하얀 몸이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실눈을 뜨고서 올려다 보는 걸 보고 웃으면서, 때리지 않고 팔을 내렸다.


 "이제 시작인 걸."


 인어의 아름다운 얼굴은 한쪽 뺨이 퉁퉁 부어 조금은 우습게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귀여웠다.


 나는 왼손으로 그녀의 뺨을 몇 번 두드려주고서 (그때 마다 흠칫흠칫 떠는 게 귀여웠다.) 손을 내렸다. 


 "이제 시작이야, 이제 시작." 


 나는 미리 모든 것들을 세팅해 놓았다. 인어를 이곳에 데려오면 어떻게 할 지. 어떤 도구들을 써야할 지. ...어떻게 해야 좀 더 오래 살려놓을 수 있을 지.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오른쪽으로 손을 뻗자 미리 소독해 놓은 도구들이 금세 닿았다.


 인어의 맨몸은 따뜻해져 있었다. 바닷속 생물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금세 체온이 전해져 오는 동물이다. 나는 은빛 칼을 꺼내 그녀의 가슴을 감싼 천을 잘랐다.


 조금 세개 동여내놓았던 듯, 튀어나오는 것처럼 새하얀 가슴이 드러났다. 인어는 몸을 흔들었다. 아직 반항할 기운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좋은 일이었다.


 여기선 처음으로 보는 여자의 가슴. 아마 인간 여자의 가슴과도 크게 다른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것들을 손에 쥐고 조금씩 만져 보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의 몸이 따뜻해져 갔다. 아까전의 분노로 찬 흥분과는 달랐다. 손에 잡힌 가슴은 말랑하다기 보다는 따뜻한 천으로 감싼 것처럼 부드러웠다. 살아있는 몸의 애매한 온기가 무척이나 기분좋았다. 인어의 가슴이 내 손에서 조금씩 더 따뜻해져 갔다.


 "난 알고 있어. 너는 모르고 있었구나?"


 가슴을 천천히 주무르면서 다른 손으론 그녀의 연약한 배를 쓰다듬으며 내려갔다. 따라 내려간 아랫쪽에 인간의 것과 다를 바 없는 구멍이 있었다. 인간 여성의 것과 다를 바 없는 감촉과 습기가 느껴졌다.


 '얼마 만이지?' 하는 생각이 들자 몸이 다 떨리는 것 같았다.


 인어는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의문스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웃으며 그녀의 그 부분을 조심스레 만졌다. 세게 하면 아플 뿐이다. 물론 아프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아직 그녀는 여자로서의 기쁨도 모르는 것 같았다. 시작하기 전에 여러가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녀의 성기는 인간의 부분과 물고기의 부분과 이어지는 바로 그 경계에 있었다. 위쪽에 털이 자라나 있어야 할 부분은 매끄러운 인간의 살결, 하지만 가랑이를 벗어나면 매끄러운 비늘이 있었다.


 "아슬아슬했네. 아래쪽이 사람이랑 달랐다면 여러모로 실망할 뻔 했어."


 인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손가락 끝의 따뜻한 곳에서 조금씩 습기보다 물기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묶여있는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눈에선 의문이 더 커졌지만, 더불어 어딘가 안타까워하는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물론 아직은 내 기분탓일 수도 있다.


 집어넣은 검지가 촉촉해지자 중지를 하나 더 집어넣었다. 인어의 구멍 속으로 양 손가락이 부드럽게 미끄러져들어갔다. 움찔, 하고 인어의 몸이 한 차례 크게 떨었다. 얼굴을 쳐다보자 스스로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느낀다는 거야. 알아들을 수 없겠지만 잘 기억해 두렴."


 집어넣은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위쪽을 쓰다듬듯이 아주 부드럽게 움직였다. 처음이니까, 느끼려면 이 정도는 느리게 해줘야 할 것이다.


 인어의 속은 촉촉하게 젖어들어갔다. 그녀의 표정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한 채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다. 느리게 느리게. 깔고 앉은 몸이 내 두 손가락에 모든 걸 맡겨버린 듯 축 늘어지기 시작했을 때 손을 떼어냈다.


 의문스러워 하면서도 여전히 조금 풀려 있는 그녀의 하늘색 눈동자 앞에서 손가락을 벌려 보여줬다. 손가락 사이의 액은 진득하다기 보다는 좀 더 물기에 가까웠다.


 그 손으로 다시 한 번 인어의 뺨을 후려쳤다.


 갑작스레 번개를 맞은 것처럼 인어의 몸이 크게 꿈틀거렸다. 무시한 채로 계속 오른쪽 뺨을 후려쳤다. 찰싹, 찰싹. 인어는 눈을 크게 뜨고서 피하려는 것처럼 움직이며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외쳐댔다. 무시하고서 처음보다 더 쎄게, 있는 힘껏 인어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찰싹. 깔고 앉은 배 위에서 살아있는 근육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하하, 이거 재밌잖아."


 그녀의 얼굴을 계속 후려갈기면서 말했다.


 저항하는 꿈틀거림이 힘이 들어 잦아질 때쯤에 나는 다시 배를 쓸고 내려가 인어의 성기에 손을 갖다댔다. 다른 자극으로  그 몸이 다시 펄쩍 튀어올랐다. 한쪽 뺨이 심하게 부어오른 얼굴로, 인어는 떨면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다시 부드럽게 쓸기 시작한다.


 구멍에 새로 손가락을 집어넣자, 아까 맞을 때 조금 샌 건지 소변의 감촉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까 전까지 얼굴을 아프게 때린 손인데도 어찌할 수 없이 그곳은 새로 따뜻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읍, 으읍


 인어가 소리를 내며 얼굴을 찡그렸다. 답답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몸을 흔든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나는 다시 조바심이 날 정도로 느리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과 처음 겪는 감촉에 다시 한 번 완전히 풀어져갔다.


 나는 그 한심한 표정을 비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의 자세는 너무 불편했다.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면 위치를 바꿔야 했다.

 인어는 배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나를, 얼굴을 들어 내려다봤다.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어딘가 기대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아니면 내 착각일 뿐일까? 아니었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기대가 섞여있다.


 처음에는, 처음에는. 이제 시작이야.


 나는 여러가지 충동을 억누르면서 손을 집어넣기 좋도록 자세를 바꿨다.


 내 손은 아직 덜 자란 소년의 것이다. 인어의 손보다 가늘지도 모르는 그 손을 움직여 그녀의 가랑이를 열어봤다. 그곳의 색은 진홍색에 가까웠다. 나이는 어려보이는데, 어쩌면 종족의 차이일지도 몰랐다. 보기에 흉하진 않았다. 늘어난 적도 없이 붉은색이 짙었을 뿐이다.


 열고서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안에선 기대에 가득찬 무언가가 새어나왔다. 나는 끈적거리는 그걸 손가락으로 만진다. 몸을 움찔 움찔 떠는 게 느껴졌다. 힐끔 인어의 표정을 확인하고서 손가락을, 이번에는 네 손가락을 접어 한 번에 집어넣었다.


 흐읍, 하는 소리를 내며 참는 듯이 인어의 몸이 튀어올랐다. 왼손으로 꿈틀거리는, 인간이 아닌 아래 부분을 붙잡는다. 그곳은 차갑고 매끄러웠다. 언젠가 손에 댄 적이 있던 라텍스 재질의 레깅스를 닮았다. 이 아래의 외피 아래에 있을 쾌락들을 생각하며 오른손을 휘젓는다. 손가락이 아니라, 팔을 통째로 휘두르는 감각.


 부드러웠던 건 처음뿐이다. 이제는 그녀의 쾌락을 배려하지 않았다. 손가락 마디로 느껴지는 뜨겁고 매끄러운 감촉을 느끼다 보니 어느새 손 끄트머리를 모았을 뿐, 거의 손목 전체를 진홍색 구멍 속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그런데 따뜻한 액체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첫반응은 분명 처음이었는데 꽤나 잘 받아들이고 있다.


 아, 아아, 앗!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 녀석은 허리가 튀어오른다.


 허리가 튀어오르자 아래에선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금 환멸했다. 밤중에 물결에서 떠오른 투명한 살갗은, 조금 우아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걸 달고 있는 것들은 전부 똑같은 건가." 중얼거리면서 나는 내 몸, 소년의 팔뚝을 구멍 안쪽으로 밀어붙인다. 소년의 팔뚝은 가늘다. 쑤셔넣는대도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하얀 살결 그 아래의 근육이 고통스러워 하는 악어처럼 꿈틀거렸다. 살갗은 한없이 부드럽다. 여성의 것. 나는 윗몸을 일으켜 인간이었다면 배꼽이 달려 있었어야 할 그 부분을 손으로 짓누르면서 오른팔을 마구 쑤셔넣었다. 인어는 고개를 꺾어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새하얗고 가는 목이 들여다 보였다. 나는 그저 기계적으로 같은 동작을 반복할 뿐이었다. 앞으로, 뒤로, 주먹을 쥔 채로 순진하게 모래장난을 하듯이 웃으며 동작을 반복한다. 따뜻한 건 이제 얼굴까지 튀어서 나는 조금 인상을 찡그렸다.


 "앗, 아아. 흐읍-."


 처음부터 인간의 말을 못한다지만 이젠 정말 짐승의 것이다. 여자의 몸에서는 땀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수중생물이 맞는 건지, 알 수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 인어의 몸에 거꾸로 올라 타 앉았다. 찰박 하고 뜨거운 땀에 젖어 맨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팔을 뽑아내자 깔고 앉은 몸이 들썩거렸다. 녀석의 클리토리스-라고 불러야 할 부분은 붉게 달아올라 튀어나와 있었다. 나는 낄낄대면서 다리를 들어 발가락으로 그곳을 문질렀다. 자극을 어느 부분으로 하든 상관없이 그녀의 몸은 튀어오르고 아래쪽에서 여러가지를 쏟아냈다. 내 몸이 통째로 들릴 정도로 튀어올랐던 허리가 떨어지자 노란 액체가 질질 흘러내린다.


 "하하, 너 뭐냐. 진짜 개변태네. 인어들은 다 이런가?"


 나는 녀석의 허리를 치면서 돌아봤다. 인어는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 새하얀 만큼 흥분도 쉽게 드러나는 피부인지 처량할 정도로 뺨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입을 막아놓은 헝겊은 이미 흠뻑 젖은 채 입가로 끈적거리는 게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최면에 걸린 듯 초점이 멍했다.


 나는 코를 내밀어 킁킁대며 인어의 얼굴에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 의외로 지저분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향긋하다고 불러야 할 법한, 야채에서 날 법한 냄새가 난다. 채식주의자였던가 이녀석들.


 인어는 조금 정신을 차렸는 지 조금 풀린 눈을 옮겨 내 얼굴을 쳐다봤다. 질척이는 헝겊을 풀어주자 그녀는 아직 좀 부어오른 뺨으로 입을 벌린 채 헐떡였다. 당혹스러우면서도 기대에 가득 찬 얼굴이다. 그 모습을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숙여 입술을 벌렸다.


 벌린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어 인어의 혀를 감싼다. 끈적거리고 부드러운 것이 처음에는 영문을 모른 채 굳어있었다. 하지만 입천장 속 여기저기를 핥자 조금씩 얽혀들어왔다. 나중에는 먼저 조바심이 난듯 성급하게 얽혀들어오자 오히려 기분이 식었다. 나는 입술을 포갠 채 녀석의 코를 틀어막았다.


 그녀가 새로 놀란 듯이 꿈틀댔지만 놓아주지 않았다. 숨이 막혀 헐떡대면서 내가 내는 숨을 빨아들이려했고 그러면서 더 간절하게 얽혀들어왔다. 호흡은 짧다. 내어주지 않는다. 미친듯이 움직이는 혀를 충분히 괴롭혀 준 후에야 입술을 떼고 떨어져 줬다. 길게 침이 이어졌다.


 하아-하아-


 새하얀 목과 맨가슴이 오르내렸다. 나는 그녀의 몸에 탄 채로 발을 밑으로 뻗어 그녀의 가랑이를 비볐다.


 인어는 처음 살짝 몸을 떨더니 상기된 얼굴로 내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입술이 그녀의 여성기처럼 부풀어 올라있다. 내가 미소짓자 그녀는 나를 따라 순진하게 미소지었다.


 짝! 하고 오른손으로 인어의 뺨을 후려쳤다. 고개가 돌아간 채로 헐떡거리다가 다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이번에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발을 세워 비누를 바른 것처럼 미끄러운 틈새로 빗겨넣는다. 이제는 젖을만큼 젖어 매끄러운 살의 단면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몇번 더 얼굴을 후려쳤지만, 인어는 미소를 거의 지우지 않았다. 계속해서 순수한 흥분에 찬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내가 주는 생전 처음으로 주는 쾌락에 완전히 지배당한 것 같았다.


 폭력에 익숙해지는 것이 빠르다. 성의 쾌감도, 폭력의 아픔도 동시에 처음 겪는 것이기 때문일까.


 아무튼 인어는 쓸만한 셈이었다.


 나는 단 한 번 화답하듯 미소지어준 후 몸을 옮겨 그녀의 가슴을 향했다.


 충분히 봉긋하고 부드럽지만 크지는 않은 가슴이다. 더 자랄 예정이자만, 몽우리가 진지 얼마 되지 않은 느낌도 들었다. 보기좋게 동그랬다. 소년의 어린 손으로 쥐어도 꽉 차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였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쥐고 있었는데 기특하게 젖가슴은 따뜻해져왔다. 올려다보자 인어는 홀린 표정으로 내려다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바보처럼 웃었다.


 "아직도 모르는구나."


 나는 잠시 땀에 젖은 인어의 연분홍빛 머리칼을 쓸었다. 여기까지 전희를 계속했지만, 아직 내 성기는 아직 제대로 발기하지도 않았다. 나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몸이 바뀌었어도, 가학적인 취향은 사라지지 않았을 뿐이다.


 반대로 여기까지만으로 인어의 유두는 꼿꼿이 일어나있었다. 손가락을 접어 두 번째 마디 사이로 꼬집자 기뻐하는 듯 몸을 비틀었다. 아파하지도 않다니. 반 인간의 몸은 고통에 무디고, 느끼기엔 쉬운 건지도 모르겠다. 잠시동안 그렇게 젖가슴 끝을 비틀어주자 환희에 차 얼굴을 돌린 채 헐떡였다.


 어쩌면, 이 인어를 잡은 게 평범한 소년이었다면, 여기서 온전히 서로의 기쁨을 나누었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평범한 성교를 몇 번이나 나누고. 후에 일기장에다 어린 날의 추억이라고 적어야 할까?


 하지만 나는 병들어 있었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 선택해 망가진 정신은 다시 태어나고서도 바뀌지 않았다. "조금은 미안한데" 하고 중얼거리면서 나는 손을 뻗어 왼쪽 탁자위의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아직 소년인 나는 여러가지를 갖추긴 힘들지만, 그건 1000원 짜리 샵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물건 중에 하나였다. 손으로 집어들자 속에서 투두둑 하는 소리를 냈다.


 여전히 잔열에 찬 인어는 헐떡이면서 내 손에 들린 바늘통을 순진하고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잠시 맨가슴에 머리를 기대 그녀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쿵쿵쿵 하고 꽤 빠르게 약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상태로 손가락으로 유두 끝을 한 번 튕겼는데, 그것만으로 다시 몸이 힘껏 튀어올랐다. 참 순수하게 반응하는 몸이었다.


 나는 유두 끝을 왼손가락으로 잡아 세운 다음 바늘을 가로로 단번에 찔러넣었다.


 아아아-!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인어는 비명도 노래처럼 질러댔다. 어딘가 음율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느껴지는 비명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시끄럽기도 했다.


 나는 그 고통이 진정되기 전에 다시 바늘을 더 꺼내 이번엔 새로로 찔러 넣었다. 인어의 몸은 엉망으로 비틀린다.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힘으로 부여잡고 세로로 찌른 손가락 길이의 바늘을 그대로 마디 하나만큼 찔러넣었다.


 나아아앗- 나아아-


 "시끄러워." 나는 주먹으로 인어의 얼굴을 쳤다. "유두는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잖아."


 인어의 몸이 아까까지와는 다른 흥분으로 떨렸다. 투두둑 하고 아래에서 물줄기가 흘러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추하게 배뇨하는 하반신을 돌아보고서 다시 작업으로 돌아왔다. 세로로 찌른 바늘에서는 새빨간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인어가 붉은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었듯이 피 역시 붉은색이다. 그것 역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어의 피가 붉은색이 아니었다면 그것 역시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녀의 비명과 표정은 무시하며 나는 작업에 집중했다. 잘못하다가는 형태가 흐트러진다. 예쁜 가슴이었다. 좀 더 보기 좋게 찔러넣고 싶었다.


 나는 오른쪽 가슴을 잡은 채로 바늘을 몇 개 더 찔러넣었다. 그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헐떡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유두에만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건가? 바늘을 한 쪽 유두에만 네개 째 꽂았다. 피가 찔끔 배어나와 연지를 칠한 것처럼 보였다. 흘러나온 혈액에 손가락을 찍어 조금 흐트러트렸다.


 인어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이제 조금 울고 있었다. 아직 점잖게 헐떡이는 걸 보면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닐텐데. 벌써부터 그러는 모습이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옆에 있는 메스를 집어들어 인어의 목을 빠르게 그었다. 


 인어의 하늘색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크게 떠졌다. 나를 원망하듯 응시하던 눈이 부릅떠진 채 천장을 향했다. 울컥, 울컥, 잘린 단면 뿐만 아니라 입속에서 피어나온다.


 그르를륵,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추하다고 밖에 부를 수 없는 피거품이 튀어올랐다. 나는 그녀의 상반신 위에 앉은 채로 그 모습을 무료한 듯이 바라봤다. 오히려 절제없이 터져나온 선혈은 천박한 감이 있었다. 이런 건 낭비였다. 특히나 이렇게 아름다운 여체라면, 좀 더 아껴서 다뤄야 한다. 지난 세계에서도 젊은 여자라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렇게 낭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세계에서는 괜찮다고 할 수 있었다. 전생의 특전...때문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녀의 동공이 어둡게 벌어지기 전에 손을 펼쳐 그녀의 베어진 목에다 대고 영창했다.


 "안타까운 신의 자녀여, 상처를 치유하고 온전하게 내 종에게로 오라. 리커버리." 


 선혈만을 남기고서 날카롭게 베인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어 간다. 스스로에게 테스트 해본 바, 커다란 바위로 짓이겨진 손도 순식간에 회복하는 마법이다. 소독까지 끝낸 메스로 베어냈다면야 식도까지 잘렸어도 문제는 없다.


 눈빛이 꺼져가던 인어는 쿨럭 쿨럭 엉긴 피를 토해내더니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리다 나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 나는 흘러나온 피로 입가가 젖은 예쁜 얼굴을 메스를 쥔 손으로 쓰다듬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몸이 짧게 떨렸다.


 "정말 잘 모르고 있구나." 나는 소년의 얼굴로 무표정하게 말했다. "이제 시작이란다."


 

 ◇


 눈 앞에 나비가 있다. 아름답고 형형빛깔을 지닌 그 아래에는 갖가지 쾌락을 지닌


 누구나 아무렇게 다룰 수 있는 나비가 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누구도 당신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누구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이 창고는 소년에게 작은 관棺 속이었다.




 ◇


 인어는 이제 양 팔과 다리 지느러미를 묶인 채 작업대에 세워져 있었다. 나는 굴곡진 가슴을 보며 앞에 서 있었다.


 아직 기도에 조금 혈액에 남았는지 녀석은 콜록, 콜록 남은 피를 토해냈다. 나는 따뜻한 수건으로 그 입가를 닦아줬다. 녀석은 그것만으로 어째서인지 피곤하게 미소지었다. 멍청한 건지 아니면 영혼이 순수한 건 지 알 수가 없다.


 내 손에 맞아 여전히 부어있는 얼굴이지만, 나는 입가를 나름대로 상냥하게 닦아주었다. 인어는 숨을 가늘게 내쉬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아직 한 번도 절정에 다다르지 않았다. 내가, 가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이 소년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끝까지 이르러 사정한 적이 없다.


 그러니 육체 만으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처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여자아이를 다룰 수 있는 기회는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섵불리 마을 아이를 건드렸다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여지껏 미뤄왔다. 성인 여자를 다룰 기회도 있었다. 손을 뻗어 오는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성관계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이 날을 기다려왔다.


 인어는 피곤한 건지 조금 눈을 가늘게 뜬 채 작업대에 몸을 축 늘어트리고 있다. 바보 같게도, 이대로 두면 잠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목을 한 번 베었다는 건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냥 꿈인 걸로 생각한 걸까? 나는 발끝을 들어 지친 얼굴에 입을 맞추고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입술을 열고 혀를 대자, 인어도 입술을 움직여 왔다. 쾌락은 확실히 각인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지쳐있을 건 없다.


 나는 그녀의 입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다음 그 젖은 손가락을 다시 그녀의 구멍 속에 집어넣었다.


 아아, 선 채로 그녀가 내 손을 내려다봤다. 자신의 벌거벗은 가랑이 사이도 내려다봤다. 자신의 성기에 무언가가 들어가는 걸 실제로 보는 건 지금이 처음일 것이다.


 다시금 쾌락의 구멍이 쉽게도 젖어들어간다. 끈적거리며 흘러나오는 건 이번에는 훨씬 많았다. 시각적 자극이 더해졌기 때문일까. 나는 벗은 가슴을 만져주면서 올려다봤다.


 "좋아? ..좋으니?"


 인어는 눈을 감은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뺨은 맞아서 흉하게 부어있고, 눈가는 지쳐있으면서 입술만은 진홍색으로 붉다. 아마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창백했던 뺨도 다시 붉은색을 띠기 시작했다.


 왼쪽 가슴에선 아직도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아는 혀를 내밀어 바늘이 꽂힌 그 유두 주위를 조심스럽게 빨았다.


 "앙, 아아아."


 한 번 경험한 쾌락이었기에 똑같은 계단은 금새 올라가 진다. 녀석은 자신의 구멍으로 비참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애액을 흘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정말로, 추잡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 인어의 몸은 신기했다.


 줄에 묶인 그녀가 다시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통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터질 것 같은 조바심으로 온 몸을 비틀려고 애썼다.


 나는 가슴을 만지던 팔을 풀어 인어의 한 쪽 팔을 해방해줬다. 그러자 그녀는 가늘고 새하얀 팔로 물기에 젖어있는 내 등을 쓸어 끌어안았다.


 "후, 좋단 말이구나."


 나는 입 안에서 유두에서 흘러나온 피맛을 느끼면서 그녀를 올려다봤다. 나를 감싸 안으려는 인어의 얼굴에 어린 어머니처럼 안타까운 상냥함이 섞여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한 번 비웃고서, 주먹을 쥐고 배를 때렸다.


 크엇, 하고 여성의 입에서 날 것 같지 않은 소리가 난다. 침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손을 펼쳐 연약한 내장이 들어있는 하얀 배를 매만지면서 구멍을 찔러대는 손은 속도를 빨리 한다. 인어는 고통으로 몸을 움츠리려다가도, 갑자기 빨라지는 쾌락에 허리를 편 채 꼬리 지느러미를 흔들었다.


 다시 배를 주먹으로 쳤다. 앗, 아아. 인어는 신음을 흘리며 뭔가 주장하려는 것처럼 내 어깨를 붙잡았다. 하지만 어딘가로 떨어지려는 사람처럼 붙들었던 것에 더 가까웠다. 그녀에게 내 행위를 말릴만한 정신은 남아있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주먹으로 배를 때린다. 손속 따윈 두진 않았다. 덜 자란 소년이 전력으로 때린 것 정도로, 내장이 파열되진 않는다. 그러니까 아직. 나는 마음껏 때릴 수 있다.


 때리고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 진홍색 성기 속을 긁는다. 그것을 한동안 반복한다. 행위는 질 내벽 위쪽을 긁어내는 것처럼 변해있다. 손에서 오톨도톨한 돌기 같은게 만져지는 것 같았다. 인어의 특징인지, 야한 여자의 특징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부위를 집중해서 긁어내자 인어는 하반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배를 때릴 때마다 인어는 나를 안타깝게 껴안으려 하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따뜻하고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뜨거운 침이 목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윽. 윽. 윽. 이제 인어는 내가 때릴 때마다 신음을 내지 않으려 숨을 삼키고 있었다. 빨라지는 손가락 때문에 배를 맞은 고통과 질 내부의 떨림이 구분되지 않을 터였다. 몇 대 더 배를 때린 후에 그 손으로 인어의 목을 조르며 손가락을 빠르게 피스톤질했다.


 흐에으하아앗아아아. 손을 넣었다 뺄 때마다 목소리가 올라가며 흔들렸다. 나는 손목 근육이 끊어질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목을 조르고 또 그녀의 성기를 쑤셨다. 내벽이 긁혔는지 손가락엔 선혈도 약간 배어나왔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애액이 팔꿈치까지 흐를 정도로 찐득하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인어의 몸이 덜덜덜 떨리더니 뒤집어졌다.


 윽, 윽, 윽. 소리도 되지 못하는 신음을 내며 인어는 작업대가 덜컹거리도록 몸을 떨었다. 멈추지 않는 손가락에서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버틸 수 있을만큼 버티며 성기를 쑤시다가, 구멍에서 뽑아낸 끈적거리는 손을 뻗어 양손으로 인어의 목을 졸랐다.


 인어가 흐에엑,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젖혀들었다. 연분홍색 머리가 흐드러진다. 동시에 아랫구멍에서 마침내 지금까지와는 달리 혼탁한 백색 액체를 분수처럼 뿜어댔다. 나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 녀석의 목을 졸랐다. 쾌락과 죽음의 고통을 구분할 수 없을 때까지. 소년의 악력으로는 성인 여자의 목을 질식시키기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온 힘을 다해 인어의 가는 목을 졸라야 했다.


 엑, 엑, 엑. 인어는 추하게 부들부들 떨며 백탁액을 질질 쏟아내고 이어서 오줌까지 잔뜩 흘렸다. 집요하게, 저주하는듯이 목을 조른다. 하지만 그녀에겐 축복과도 같았을 지 모른다. 인어는 태어나 처음으로 장대하게 절정을 맞으면서 숨이 멎은 채로 죽었다.

 흰자위를 뒤집으며 꺾일 듯이 젖혀졌던 얼굴이 힘없이 떨어진다.


 "하아, 하아."


 힘겨운 숨소리가 들리지만 그건 내 몫이었다. 인어는 잔뜩 충혈된 얼굴로ㅡ 혀를 내민채로, 죽었다.


 "하아, 하아. ㅡ리커버리."


 그러나 몸 상태를 회복시키면 저주받은 영혼을 이곳에 붙잡아 놓을 수 있었다. 그것이, 내가 이 세계에서 영웅으로서 받은 특전이었다.


 눈을 뜬 인어는 내 어깨를 강하게 붙들고는 다시 허리를 젖힌 채로 몸을 떨었다.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느끼고 있던 쾌락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하아, 학. 큭큭. 진짜 요란하잖아. 죽으면서 처 가고있네."


 나는 내 어깨를 아프도록 붙잡으면서 떨고 있는 인어의 하얀 몸뚱아리를 쳐다보며 바지를 벗었다. 내 옷은 이미 인어가 쏟아낸 분비물들로 엉망으로 젖어있었다. 아까전부터 내 성기도 그녀의 것으로 엉망진창으로 젖어있다. 속옷을 벗자 내 성기는 이제야 처음으로 잔뜩 불거져 뻣뻣하게 튀어올랐다.


 "뭐야 이거, 애 주제에 걸출하잖아."


 나는 젖힌 고개를 도무지 내리지 못하는 인어의 목을 올려다보며, 뻣뻣한 성기를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쑤셔넣었다.


 이, 헤에에에. 헤에에에.


 어린 개가 새된 목소리를 내듯이 인어가 헐떡거렸다. 방금 되찾은 목숨을 자랑하듯 선홍빛 성기는 미어질 듯 부풀어올라 소년치곤 커다란 성기를 환영했다. 그녀가 팔을 떨면서 뭐라도 붙잡으려는 것처럼 내 옷을 쥐어뜯었다. 나는 헐떡거리면서 몸을 움직였다. 눈 앞에는 바늘을 찔러 누더기처럼 되어있는 새빨간 유두가 보였다.


 "헤엑, 헤엑." 정신을 차린 인어가 개처럼 헐떡이며 나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엉망진창으로 울고 있었다. 잔뜩 붉어진 얼굴은 희열에 차다못해 슬픔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푸르렀던 눈동자로 자신의 성기가 내 물건을 삼키는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 입을 벌린 채로 본다.


 나는 그런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그녀와 함께 헐떡거리면서 손이 닿는 곳에 빼 둔 메스를 꺼내들어 인어의 새하얀 팔을 내리찍었다.


 으읏! 인어는 아프다기보다는 신음을 흘리면서 머리칼을 흔들었다.


 이미 날카로운 통증도 성관계의 쾌락과 구분되지 않았다. 나는 허리를 밀어붙이면서 반짝이는 칼을 묶여있는 그녀의 팔에다 쑤셔박았다. 하얀 팔에서 붉은색 피가 터져나왔다. 선홍빛 여성의 성기가 내 것을 찐득하게 삼켜왔다. 은빛 메스를 찔러넣을 때마다 피가 튀고, 또 내 것을 얼얼할 정도로 조여왔다.


 하아, 하아아앗! 인어가 노래하듯 비명을 지르면서 내 얼굴을 만졌다. 그녀는 자신을 찔러대는 내 오른팔을 막을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붉고 흰 누더기가 되어가는 것도 모르고 자신의 조그마한 구멍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나는 절정에 다가갈 수록 칼날을 그녀의 왼팔에다 빠르게 찍다가 사정과 동시에, 메스로 그녀의 하얀 배를 갈랐다.


 가느다란 메스로는 하얀 살결과 그 밑의 근육을 한 번에 베어낼 순 없다. 그러니 인어의 귀여운 내장이 쏟아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붉은색 선혈이 가득 새어나와 그녀의 여성기와 삽입된 나의 것을 뜨겁게 물들였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내 눈 속에도 들어가버린 걸까.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어린 아이의 내 하반신도 쾌락에 지배당해서 마비된 것처럼 속에 있는 것들을 인어의 내부에 터뜨렸다.


 울컥, 울컥. 피에 젖어 흐르는 데도 확연히 질감이 다른 하얀 백탁액이 여자의 내부를 가득 채우고 흘러나와 내 다리에까지 흘렀다. 하반신 전체가, 뜨거운 쾌락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인어가 자신의 떨리는 팔로 내 얼굴을 들어올렸다. 무력한 복수라도 하려는 것인가, 하고 비웃으려 들자 인어는 오히려 목이 꺾일 정도로 내게 달려들어 입술을 맞췄다. 끓는 물처럼 뜨거운 여자의 혀가 내 안으로 섞여들어왔고 동시에 비릿한 피냄새가 났다.


 인어는 절망적일 정도로 내 입맞춤을 요구하며 몸을 떨었다.


 나와 그녀의 몸을 뒤덮은 피가 식어갈 때까지 인어는 나와 혀를 섞으며 감은 두 눈을 뜨려 하지 않았다.


 

 인어의 입맞춤은 열정적이었다. 자신의 몸을 베어낸 칼날 이상으로, 혈액과 섞여 달콤하게 얽혀 들어온다. 가녀린 팔은 내 어깨를 잡고, 쓸어 내리려 애쓰고 있었다.


 나는 잠시 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이 여자는 어째서 이렇게까지나 두려워 하지 않는 거지? 


 나는 조금 덤덤하게 입을 벌린 채 정열적으로 얽혀오는 끈적한 혀를 감당하고 있었다.


 올려다 보면 한 쪽이 부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한쪽 눈의 실핏줄이 터져 눈에서 가늘게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한 쪽 손은 나를 해치지 않고, 껴안으려 하고 있었다.


 갑자기 불안해져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려고 하자, 인어의 가는 손이 내 얼굴을 더듬었다. 호흡을 막은 채로 그녀는 입맞춤을 계속했다.


 마침내 인어의 손에 실린 힘이 풀려 나는 막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사정의 흥분과 격한 움직임으로 쌓였던 호흡을 몰아쉬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묶여있는 인어를 올려다봤다. 벌거벗은 상반신을 내쪽을 향해 최대한 내민 채로 축 늘어져, 인어는 죽었다. 표정은 어째서인지 기뻐보였다. 어째서지? 아무리 그래도 어째서, 이렇게까지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묶여있던 한 쪽 팔은 섹스를 하는 동안 어느새 수많은 얕은 칼질에 붉고 노란 걸레처럼 뜯겨져 있었다. 하얀 살갗이 늘어져 거의 아래로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인어는 자신의 팔이 이렇게 되고 있는데도 그저 나를 껴안으려하고 또 입맞추려 할 뿐이었다. ...목숨의 위험과 쾌락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그 정도 지능밖에 갖고 있지 않은 걸까.


 조용하고 심지어는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 죽은 얼굴을 나는 잠시 동안 올려다봤다.


 손을 펼쳐, 회복마법을 사용했다. 바닥에 흩트려진 피와 애액 그리고 살점들은 그대로였지만 인어의 몸은 되감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원래의 아름답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이번에는 곧장 일어나지 않았다. 체력을 모두 소모했는 지 그대로 늘어진 채 잠들어, 벌거벗은 하얀 가슴이 느리게 오르내렸다.


 나는 잠시 동안 그녀의 몸을 올려다보다가 작업대를 내려 구속구들을 벗겼다.


 나의 오로지 욕망에 충실했고 이번 생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십 수년만에 처음으로 한 만족스러운 행위였다. 한 번의 사정이었지만 인어의 몸 속에 남김없이 짜냈다. 내 몸은 아직까지도 억센 사정의 기쁨과 탈력감에 마비된 것처럼 둔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 기분은 어딘가 복잡했다. 마지막 순간, 다시 죽어가면서도 내게 얽혀오던 인어의 입맞춤이 어쩐지 정복감 이상으로 뇌리에 남아 있었다.


 이 인어는 나에게 겁을 먹고 복종하는 게 아니었다.


 죽을까봐 무서워서 행위가 기쁜 척 연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의 행위들을 결국 모두 받아들이고 오히려 내 몸을 안으려했다. 나는 그 사실이 어쩐지 불안하고 기분이 나쁘기까지 했다.


 지난 생에,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억지 미소를 짓는 벌거벗은 여자들을 수없이 봤었다. 내가 가진 돈이나 권력 때문이기도 했었고 더는 맞고 싶지 않아서기도 했다. 그녀들은 항상 티가 났다. 그 얄팍한 연기가 끝날 때까지 때리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었지만, 그런 희열도 오늘의 이 관계와는 달랐다.


 시간만 너무 지나지 않는다면 죽은 목숨까지도 되돌릴 수 있는 내가 얻은 치유의 권능. 그 권능을 활용해 여자의 몸을 이렇게까지 다룰 수 있었던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회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상대를 죽이기까지 하는 일방적인 쾌락과 폭력. 나는 그 욕망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떤 여자도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쾌락은 상대에게서 빼앗는 일방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이 여자는 '빼앗기지' 않았다.


 입 안에 남은 피맛은 도무지 가시지 않았다. 나는 끈적했던 입맞춤을 생각하며 혀로 잇몸을 닦았다.


 "...씨발."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오늘은 한 번의 사정만으로도 지친 기분이었다.


 숨은 쉬고 있지만 시체처럼 축 늘어진 인어의 몸을 기대 안은 채 질질 끌어 이 창고에 미리 준비해뒀던 커다란 수조에다가 인어의 몸을 집어넣었다.


 창백하다고 불러야 할 정도로 하얀 인어의 벗은 몸이 물 속에 거꾸로 떠올랐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익사할 것이기에 나는 인어의 어깨를 잡고 돌려 눈을 감은 얼굴을 살펴봤다.


 물 속에서도 인어의 지친 얼굴은 잠든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분홍빛 머리칼이 물 속에서 피어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치유의 마법은 배와 얼굴에 부은 상처까지 흔적없이 치유한 것 같았다. 다만 메스로 걸레가 될 때까지 찔러댄 그녀의 왼팔에 만은 하얀 상처자국들이 남아있었다. 아마 그것들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 하얗지만 거칠어진 왼팔을 물 속에서 만져보다가 젖은 손을 꺼내 아래에 뒀던 칼을 꺼내들었다. 평온하게 잠든 인어의 목에 예리한 칼날을 댄 채 잠시 생각을 했다. 아깝지는 않았다. 하나도 아깝지는 않다.


 이건 내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오브제일 뿐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나는 수조 옆에 칼을 내려놓았다. 창고 문을 닫고서 뒤늦은 원래의 하루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