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아래로, 이런식으로 얼굴을 마주보던 것이 참 오랜만이었다. 아니다, 처음인가? 보통 위에서는 모친이, 아래서는 내가 

바라보고 있던 상황이었으니. 상하 위치가 뒤바뀐것은 이번에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평생의 역사가 의사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손길과 발길질을 당하며 버텨 온 시절이었다. 뭐, 내가 모르는 잘못이라는거 완전히 무결한 피해자라곤 말 못하겠지만 그렇게 모질게 맞을만큼 잘못한것은 분명 아니었었는데. 어찌되었건 어렸을때에는  진창 두드려 맞고 오면 어머니의 무릎에서 억울한듯 눈물을 펑펑 흘리며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고 어머니의 이 허벅지에 그렇게 눕곤 했엇다.  


 남편도 진즉에 떠나 보네고 하나 있는 외아들이 맞고 들어오면 분함과 아이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맞고 다닌다는 원망이 조금 섞여 있어서 말을 섞은데 있어선 꽤나 불편했다. 허나  그럼에도 어머니의 허벅지에 누워 우는것은 그런 대화의 불편함을 감수하

고서라도 있을만 한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맞아서 우는 것이 사실 누군가와의 물리적인 충돌 때문에 아파서 운다기 보단, 진짜로 세상에 그 누구도 나의 편을 들어주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흐르는 서러움의 눈물이었으니. 그래도 아직 내 세상에 나의 편 하나 쯤 남아 있다 여겨지는 순간들이었기

에 나는 그 자리가 참 편했었다.  


 물론 나중에, 어머니의 항의 한 마디가 신경질적인 담임의 체벌로서 또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주먹과 발길질로 되돌아옴을 알게 된 시점부터는 차마 허벅지를 배고 앉아 우는 것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여하튼, 내가 한때나마 느낀 그 평온함을 다시 모친께 되돌려주기 위해 나는 이 찬란히 떠오른 태양 앞에서 모친을 나의 큼지막

한 허벅지에 새워 뉘였다. 눈을 감고, 피곤한듯 코를 심하게 고는 모친의 얼굴에서는 지난 날의 그 탐욕스러운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르는 사이, 모친에 얼굴에 주름이 많이 늘었다.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했다. 어느세 모친의 나이도 쉰의 중턱을 넘긴 샘이니. 

중간중간에 조그만하게 검버섯같은것이 울긋불긋 돋다났고, 흑단같던 머리털도 듬성 듬성 흰털이 보였다. 나는 그런 모친의 머리를

이마 뒤로 밀어 올렸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었다. 늦 겨울을 넘기며 봄의 태동을 알리는 3월 중순의 날씨인지라,  아주 좋았다.  저 방 안에선 누구하나 소리

내지 않는 이 적막함이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었는데, 이렇게 잠든 모친과 함께하니 영락없이 평온한 일상속 한 장면 같았다. 이

일상이 너무도 달콤하고 보드라워 굳건했던 마음 속 한 부분이 툭툭 녹아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무너지는듯한 느낌이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이렇게 느낀다고 뭐가 달라지는게 아닌데......


 평소라면 지루해서 10분 15분 동안만 있어도 진즉에 휴대폰을 꺼내 보았을텐데 이상하게 오늘은 전혀 질리지 않아 한참을 모친의

잠든 얼굴과,  저 너머에서 지기 시작하는 햇빛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햇빛이 져가며 주변이 어둑어둑 해 지기 시작한 것은 슬슬 모친의 머리를 베겨놓은 허벅지가 아려올때 쯔음이었다. 주변 풍경이 푸

르스름해지고 사물들이 서서히 색체를 잃고 어스름해질 쯔음에 이르러선, 무릎에 뉘어놓은 모친의 코골이도 거짓말처럼 멈춰섰다. 


 여전히 잠을 자고 있음은 분명 하였으나, 서서히 잠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 날 시간이 되었다는 뜻. 저 산 너머에 비추는 태양의 황

혼은 천천히 산을 타고 넘어가며 떠나가는 이 세상에게 손인사를 하며 사라져 나갔다. 나는 그것이 나의 마지막 황혼이라 생각하며

떠나가는 태양의 모습을 두 눈 가득히 담으며 그가 남기는 발자취를 바라보았다. 


 햇볕이 완전히 가시고 주변 사물의 선이 어둠에 섞여내려가 주변 풍경이 온통 시커멓게 비출 때 쯔음에 이르자, 적막했던 저 창 밖의 세상엔 다시금 한 마디씩 소리가 샘솟기 시작했다. 이 늑대 무리들과 같은 존재들의 하울링은 마치 도미노처럼, 제일 앞에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자 그 인근 누군가가 이어져 소리를 지르고 또 주변 이들이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소리를 쳐 온 동네를 깨운다. 


 한 집씩 한 집씩, 가까워지는 소리의파도가 기어코 이 빌라촌의 열린 거실창문을 타고 들어 와 여기 거실의 중앙에 도착하자, 아이처럼 자고있던 모친의 눈꺼풀이 위로 밀려났다. 밀려난 곳에 있던 눈은 조그만한 문틈 사이에서 마주쳤던 그 충혈된 두 눈.  


 완전히 처음 보았을땐 너무도 겁이 나 소스라치게 두려운 느낌의 얼굴이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저 한 평생을 힘들게 살고 간 모친의 아픈 눈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숙연해지고 서글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편 방향으로 그 소리를 전하는 모친의 모습을

바라보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끝이로구나. 


 소리가 끝이나자, 고개를 휙 돌리고 나를 바라본다. 벌린 입 사이에서는 침이 질질 흐른다. 모습을 변모하며 완전히 변형되어 더이상은 인간의 것이라 볼 수 없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수두룩히 보인다. 


 그 날 이후, 자그만한 방에서 언제나 상상하던 나의 마지막이 곧이어 펼쳐졌다. 손가락 끝부터 시작하여 목줄기까지 이어진 고통스런 피식자의 마지막. 생각 한 것 보단 덜 아팟지만, 아프지 않았다곤 말 할수 없었다.   손, 발, 배, 끝끝내 목덜미를 물어 뜯기고 등 뒤를 적신 흥건한 피에 의해 경련하는 허벅지 근육과 소실되는 의식 속에서, 나는 한쪽만 뜨인 눈으로 그런 모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왜소한 몸과 굽은 허리에  올라 타 나는 대체 무엇을 하며 살아 왔던가. 어찌보면 이것도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한 징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아픈 이 고통 또한 나의 잘못과 나의 과실과 나의 부덕으로서 스스로에게 가해진 속죄의식이라 할 수 있지 않나

모르겠다. 그저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한 비참한 최후라 말하는게 타당하겠지만 무슨소용인가. 어짜피 이 마지막,

결국 나만이 볼 뿐인데.  


 그나마 뜬  한쪽 눈마저 마저 곧 이어 완전히 감기고, 사각사각 내 몸을 쥐어 뜯는듯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나의 의식은 거기서 완전히 끊겨버리며 나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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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뭔가 뇌절치다 내용이 길어졌으나 여하튼 끝남. 이제는 그 뭐 scp였나? 그거 콜라보 한다는거로 한번 글 써볼까 함. 잠깐 운동좀

다녀와서 있다가 혹은 내일 오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