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방패의 전설 모음집(계속 업데이트) - 창작문학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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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참혹한 패배 


결과는 참혹했다. 350명의 병사와 알프레트가 대려 온 호위병 10명, 총 360명 중 남은 병사는 겨우 100명. 게다가 그 100명 중 4분의 1은 부상자였다. 말의 피해도 막심하여 마법으로 말을 소환할 수 있는 20명을 제외한 80명의 80필의 말 중 남은 말은 30필, 그 말들을 전부 궁기병들에게 몰아주어도 40명은 말을 타지 못한다. 저 좁은 협곡에서 말이 없어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놈에게 죽여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궁기병 300명 중 230명, 마법사 30명 중 10명, 사제 20명 중 10명 전사… 피해가 상상 이상이야…”


알프레트가 전사했기에 부관인 아인이 임시 지휘관을 맡고 있지만 아인은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다. 자신 혼자라면 모를까 자신 외에도 자신이 생전 처음 이끄는 군사들까지 있는 데다 상대는 용이였다. 협곡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바라치아’를 죽일 방법을 계속 강구했지만 답이 나오지를 않았다.


“내 오판이야. 그때 그 놈을 잡은 것 가지고 다른 용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아인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왔다. 막사의 입구 너머 보이는 용의 입 협곡은 어둠 속에서도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협곡을 타고 오르는 것도 생각해 보았으나 높이 100미터에 이르는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을 ‘아바라치아’에게 들키지 않고 100명이 전부 오르는 것은 불가능 했다. 아인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망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아인은 다시 분노를 삭이고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마리를 비롯한 사제들이 부상자들을 치유하고 있었다. 아인은 자신처럼 밖에 나와있는 잔을 불러 함께 막사를 나와 걷기 시작했다.


“힘들지? 사령관.”


“난 임시 사령관이야.”


“많이 힘들어 보이네.”


아인은 자리에 멈추고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미르의 왼쪽 눈’이라고 불리는 푸른 달이 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인은 잠깐 죽은 부모님과 고향에 있을 프레야, 오스카를 떠올렸다. 

그날 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인은 어떻게 살았을 까. 아마 평생 부모님의 죽음을 모른 채 지금 이 순간에도 풀링스블룸에 평안히 살고 있었을 것이다. 프로스트블룸 씨도 멀쩡히 살아 있었을 것이며 오스카의 어린 시절에, 혹은 모든 기억에 자신이 없을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용이 나타났기에 아인은 지금 여기 있다. 아인은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인은 어렸을 때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마법을 배워 보라고 하셨다. 마법, 하늘, 절벽… 그 순간 아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하고 떠올랐다.


“잔, 마법사들은 저 절벽을 오를 수 있어?”


“응, 저 정도면 모두 오를 수 있어.”


“어느 정도로?”


“방해가 없다면 10초?”


“좋았어! 우리가 이겼다!”


아인은 환호했다. 드디어 ‘아바라치아’를 쓰러뜨릴 방법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아인이 왜 저러지? 스트레스에 미쳐 버린 건가?’


“뭐해, 잔?! 돌아가자! 당장!”


아인은 그런 잔의 속도 모른 채 잔을 끌고 돌아갔다. 오래지 않아 태양이 떠오르자 아인은 움직일 수 있는 병사 80명을 모두 모아서 집합시켰다.


“오늘! 저 용을 쓰러뜨릴 것이다! 더 이상 패배는 없다! 알겠나!”


아인의 예상대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어느 병사가 소리쳤다.


“사령관 님! 겨우 이 병력으로 저걸 죽인다니요? 자살행위입니다!”


“그냥 돌아갑시다!”


그를 시작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그들에게 동조하기 시작했다. 잔과 마리는 아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기 위해 그저 조용히 서 있었다. 잔이 조용히 생각했다.


‘아인, 어떻게 하려는 거야?’


아인은 병사들 중 가장 먼저 불만을 터뜨린 병사에게로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제군은 가족이 있나?”


그 병사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도에 남동생 두 명이 있습니다.”


그 순간, 아인은 칼을 휘둘러 병사의 한쪽 귀를 배어버렸다. 그가 비명과 함께 잘린 귀가 있던 부분을 부여잡고 쓰러지자 모든 병사들이 깜짝 놀라 아인을 바라보았다. 아인은 칼을 칼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다들 알고 있겠지, 여기는 산맥의 반대편이다. 저 용을 죽이지 않고 트리움피한에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은 귀를 자르는 것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내 말에 쓸데없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아 기강을 해치는 자는 이유불문 죽이겠다. 알겠나!”


“네!”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외치자 아인은 슬쩍 미소를 지었고 마리와 잔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곧이어 병사들이 협곡을 향해 달려갔다. 어느새 협곡 입구에 도달했을 때, 아인은 잔을 비롯한 10명의 마법사들을 뽑아 미리 약속되어 있던 대로 절벽을 오르게 명령했다. 그리고 아인을 비롯한 나머지 병사들은 그대로 협곡으로 전진시켰다.


“나와라 ‘아바라치아’! 오늘 네놈을 단죄하러 왔다!”


아인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아바라차아’를 부르자 그에 부응하듯 ‘아바라치아’가 협곡의 위에서 검붉은 날개를 펼치며 나타났다.


“드디어 죽으러 왔구나, 벌레들아! 오늘 네놈들을 한줌의 먼지로 만들고 그분을 위해 이 세계를 멸망시키리라!”


‘아바라치아’가 허공에 불을 뿜으며 병사들을 위협하자 병사들은 어제의 공포로 덜덜 덜거나 뒷걸음질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인과 그의 말은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다. 그리고 ‘아바라치아’가 어느 정도 내려왔을 때쯤, 아인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금이다!”


아인의 신호에 맞추어 협곡에 있던 10명의 마법사와 10명의 사제들이 각각 푸른 밧줄과 노란 밧줄을 소환해 ‘아바라치아’를 묶기 시작했다. 20개의 밧줄이 ‘아바라치아’를 묶자 ‘아바라치아’는 몸을 틀며 빠져나오려 들었으나 밧줄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단단히 ‘아바라치아’를 죄여 들어왔다. 


“쏴라!”


남은 병사들이 ‘아바라치아’에게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아바라치아’는 마침내 화가 머리 끝까지 솟은 듯 괴성을 지르며 온 사방에 불을 뿜어 대기 시작했다. 역시나 공격에 직격 당한 몇몇 병사들이 나가떨어지고 있었지만 어제와는 달리 직격 당한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큰 피해가 없었다.


‘역시 다들 물을 온 몸에 적시게 한 게 효과가 있어.’


아인은 생각했다. 그때, ‘아바라치아’의 불폭탄이 마법사들의 근처에서 폭발했다. 폭발에 마법사들이 나가떨어지자 푸른 밧줄이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그러자 ‘아바라치아’는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며 그 힘에 사제들 역시 밧줄을 유지하기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느 사제가 외쳤다.


“사령관 님, 더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라!”

‘위는 아직인가?’


아인은 생각했다. 마침내 ‘아바라치아’는 밧줄을 모두 풀어버리고 밧줄이 닿는 사정거리보다 더 높이 올라가버렸다.


“하하 이것이 네놈들의 계획이냐? 허접 하기 짝이 없군, 먼지가 되어라…”


그 순간, ‘아바라치아’는 자신의 날개가 움직여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순간 옆을 보았다. 자신의 날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절벽에서 이어진 길고 두꺼운 얼음 덩어리가 달라붙어 있던 것이다. 그 오만한 ‘아바라치아’가 경악하고 말았다.


“뭐냐!”


“보아라! 우리의 계획이 먹혔다!”


아인을 시작으로 병사들이 환호했다. 몰래 그의 시선을 피해 움직인 아슬아슬하게 잔과 마법사들이 도착해 마법으로 공기중의 수분을 얼려 ‘아바라치아’의 날개와 그 주변을 모조리 얼려 절벽에 고정시킨 것이다.


“전군 공격!”


아인의 명령에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궁병들의 화살은 아바라치아의 주의를 돌렸고 마법은 그의 공격을 약화시켰으며 사제들의 공격은 그의 시야를 가렸다. ‘아바라치아’는 무력하게 공격을 맞고 있었다. 그 순간.


“크아아아아아아!!!”


‘아바라치아’의 입에서 끔찍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뭐야?”


그 순간, 아인은 ‘아바라치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바라치아’의 몸이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온 몸에서 타오르는 검은 불꽃이 그 자신을 구속시키던 얼음 덩어리들을 한순간에 증발시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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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아

검붉은드래곤이 울부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