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일어나. 이 머저리야!”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감각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니, 발터의 넙데데한 낯짝이 바로 코앞까지 와 있었다. 구부러진 매부리코에는 붕대를 감고, 푹 들어간 안와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10년은 폭삭 늙은 듯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감옥이 무너졌을 때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용케 살아남은 모양이었다.

 

“젠장. 머리를 세게 다쳤나. 헛것을 다 보다니….”

 

볼멘소리를 웅얼거리다 머리를 쥐어박혔지만, 그의 눈가에 묻어난 얼룩에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이게 동료애라는 감각이려나, 싶어 실소를 터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냐며 또 쥐어박히긴 했지만. 

 

“무너진 감옥에서 풀려난 죄수들이 우리 예상보다 빨리 제압당했고, 네가 이렇게 누워있는 사이에 경비병들이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다. 우리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걸 파악하고 나면, 이번에는 30년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겠지?”

 

“그건 알겠는데, 당장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은 있고? 구호소도 경비가 이렇게 삼엄한데, 국경을 밟을 수나 있겠어?”

 

제아무리 감옥 환경이 열악해도, 내로라하는 죄수들이라 꽤 선전하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버텨주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보수도 제대로 못 받고, 퇴로도 끊겨버린 꼴이라니. 국경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길에는 전부 경비병이 깔려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져 온다. 

 

“당연한 걸 묻는군. 우리가 들어왔던 대로, 다시 나가면 그만이다.”

 

“.....”

 

맙소사. 또 그 구역질 나는 하수구에 머리를 처박아야 한다니. 벽을 기어 다니는 쥐새끼들 하며, 수로를 따라 흐르는 온갖 오물이 나자빠진 광경이 떠올라 절로 헛구역질이 났다. 목이 매달리거나, 똥물을 헤집으면서 도망치거나. 어느 쪽이나 정말 최악의 선택지밖에 남아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