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1, 조선, 한성부 육조 거리

"조선 정부의 모험적인 외교정책은 제국의 핵심적인 이익을 침해하였고...(중략).... 양국의 이해관계는 더 이상 외교적 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양국은 양국의 운명을 무력에 의지하게 되었다. 러시아-폴란드-리투아니아-카자흐스탄-만주 삼민주의 연합과 조선국 정부는 이 시간 부로 전쟁상태에 돌입하게 되었음을 통보한다."

서울 육조거리의 거대한 전광판에서는 쉽사리 믿지 못할, 그러나 예상되어온 파국의 선언이 중계되고 있었다.  길가의 행인들은 하나 같이 우뚝서서 만주 출신의 5중제국 대변인이 유창한 조선어로 선전포고문을 읊는 장면을 침묵과 두려움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전쟁이었다.

 

 

 

2015.7.23, 조선, 한성부 인천 공항

"신분증 부탁드립니다."

잘 차려입은 제복의 남 승무원이 손을 건넨다.

"아 특수목적객이시군요. 안내해드려요 혜진양."

"예. 따라오세요.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대기열에서 삐져나와 혜진이라는 늘씬한 여성을 따라간다. 목덜미가  핥고 싶게 참 하얗다.

"남아연방으로는 어떤 일로 가시나요? 특수목적객이시니 외교부에서 오신건가요?"

"알 바 아닙니다."

"아.. 네 죄송해요."

어쩔 수 없다. 미인의 궁금증 하나 풀어주자고 고시를 한 번 더 볼 수는 없지 않나.

터널의 창문을 너머로 제국에서 수입한 거대한 알루미늄의 백조가 보인다. 일류신 특유의 원통 모양의 기수 형상이 꼭 백조의 부리 같다.

"근데 왜 저 비행기는 기수가 저런 모양입니까?"

"글쎄요? 알 바 아니네요."

이런, 황금율.

 

지금 쓰다가 말았는데, 옛날에 원서로 굉장히 재밌게 읽은 대체역사소설이 있는데  한번 그 책의 도입부를 한국 패치해서 써봤어요. 어때요? 

해리터틀보브가 썼던 책인데... 이름이 기억 안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