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진리교 대광장에서 노예 해방의 날을 맞아, 아세비오 대주교의 특별 연설이 있었다. 그는 연설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 수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계파의 도덕성 문제와 여러 불신자의 처분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던 노예제는 이제 구시대의 잔재라는, 다소 급진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동안 노예 산업은 시타델 내부에서 금지됐으나, 진리교를 비롯한 다른 대형 교파들의 암묵적인 용인 아래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그동안 적발된 노예 사냥꾼들의 수는 무려 세자릿수에 달하며, 이렇게 사냥한 노예를 비인도적인 정신/육체적 개조를 가해서 상인에게 납품하는, 이른바 교육소는 힐데를 비롯한 시타델 근교에 다수 포진해 있음을 확인하였다

 

 노예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진 엘프 영토의 침입과 그로 인한 평화 협정의 위반은 언제나 심각한 외교 갈등의 원인이 되어왔고, 여러 이종족 사이에서 인간에 대한 적개심을 심화시켰다. 또한, 잔혹하고 비인격적인 교육 과정은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으며, 몇몇 교육소에 대한 단속도 그저 눈속임식 처분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따라서 노예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등,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던 문제점들을 악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재작년 10, 창조교파의 몇몇 주교들이 전쟁 이전의 인형 제작 기술을 발굴하여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인형을 움직이기 위해서 사용자의 마력을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기에 잘 쓰이지 않았지만, 마력을 주입한 에소나이트 광석으로 노심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노예보다 값싸고, 사용하기 편리하며, 반항하거나 도망칠 걱정도 없는 골렘은, 노예 산업에 일대 파란을 불러왔고, 여러 제도와 대형 교파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존의 노예 사업이 차지하던 지분을 상당 부분 대체하며 새로운 거대한 사업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이듬해 10, 만 명 정도로 집계되던 노예들의 수는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게 되었고, 이를 기념하고자 10월 25일을 노예 해방의 날로 지정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로 인한 부작용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사냥꾼과 조교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하층민들은 직장을 잃은 데다 비윤리적인 행위에 동참했다는 것을 이유로 여러 사회적 불이익을 받고 있어, 이전부터 위태로웠던 계층 간 관계는 크고 작은 폭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자유의 몸이 된 엘프들을 처리하거나 지원할 마땅한 방안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풀려난 이들이 고향으로 채 돌아가기도 전에 짐승들의 먹이가 되거나, 집단으로 아사하는 등,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시체들은 사후 처리를 맡은 실무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비윤리적인 요소들을 개선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틀림없이 좋은 일이지만, 그에 수반되는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수용과 대응 역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보여주기식 대응으로만 일관해온 총의회 역시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