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하는 척

날 위하는 척

잘해주는 척

챙겨주는 척


팔다리의 실과

머리 위의 두 손

등에는 태엽 대신

꽂아놓은 칼


어차피 너도 결국

내가 차에 치이거나

사고를 당해서

뒈져버리길 바라겠지


슬퍼하는 척

공감하는 척

이해하는 척

동의하는 척


누군가는 날

죽이려 들었고

누군가는 내게

죽어버리라 말했고


등 뒤의 손이 쥔

날이 선 칼 끝을

감춰두기 위해

겉으로 쓰는 가면


피 묻은 칼 끝을

구태여 감추고

겉으로는 웃으며

찌르지 않은 척


너도 나를 보면서

내가 죽기를 바라겠지

겉으론 웃으면서

나를 찌르려 들겠지


왼쪽에는 가시밭

오른쪽에는 창 끝

눈 앞의 칼날과

등 뒤에는 도끼가


늘 나를 향하는 건

목을 향해 세운 칼 끝

뱉어대는 욕설과

이유 없는 경멸 뿐


혼자 남은 새벽

자괴감 위에 누워

증오감을 베고

혐오감을 덮고


약을 한 움큼 쥐어

입에 털어 넣는다

물에 섞어 넘기고

남은 건 씹어 삼킨다


차가워진 손 끝과

닫혀가는 세상

눈을 뜨면 그 곳은

행복한 곳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