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든 사람들 -여기서 사람들이란 8세 이상의 정신적으로 멀쩡한 사람들을 말한다.-에게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20XX년 XX월 XX일 12시부터 모든 사람들은 각자 하나씩 능력을 가지게 된다. 알아서 써봐."

 

당연히 99.9%의 정상적인 사람들은 어느 정신나간 관종의 장난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는 0.1%의 비정상적인 사람들에 의해 써지는 법이다. 그들이 몸소 이 메시지가 진짜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단 며칠만에 모든 이들이 이 '능력'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능력이란 '모든 창작물에서 등장하는 능력.'을 일컫고 있었다. 최초로 이 능력이 진짜라는 것을 보여준 미친놈은 박재환이라는 대학생이었다. 자신의 손에서 불이 나간다는 것을 알린 그를 시작으로 물을 퍼붓는 능력, 바람을 불게 하는 능력, 금속처럼 단단해지는 능력 등 일반적인 능력자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동내 초딩들이 자신조차 감당 못할 능력으로 골목에서 놀기 시작한 게 겨우 한 달 전이었다. 뭐였더라? 한 놈은 살인 바이러스를 퍼붓는 '퍼플 헤이즈'였고, 다른 한놈은 폭탄 능력을 가진 '킬러 퀸'이었다. 당연히 난리가 났지, 그 둘은 물론이고 주변 수십 미터 내의 모든 사람들이 죽었다. 그 일을 시작으로, 혼돈이 일어났다. 몸에서 실총을 꺼내는 능력을 가진 양아치가 은행을 털려다 전기를 뿜어 대는 은행원에게 오히려 전기구이가 되어 버리거나 반대로 야한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정신지배로 하렘을 구축하겠다고 설치는 병신도 있었다. 게다가 이 일이 SNS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퍼지며 자기도 능력 좀 가져보겠다고 전 세계가 난리인 와중에 몰려드는 중2병 환자들도 득시글거렸다. 이런 사태가 잠잠해진 것은 일주일 전이다. 원래였다면 방구석에서 야갤이나 하며 낄낄거렸을 병신 찐따 새끼가 '흔들흔들 열매'를 가졌을 줄이야. 자기 기분이 좆같다고 탁자를 쾅 내려친 게... 대지진으로 도시가 끝장나버렸다. 도시의 행정과 치안이 무너지자 다음은 강한 능력을 가진 자들의 현실 북두의 권이었다. 매일매일 사고가 일어나지만 당국도 손을 놓아버린 지옥도가 바로 이곳이었다. 아, 참고로 그 찐따는 처음엔 지 능력으로 갱단 두목이 됐다가, 지가 지 능력을 감당 못해 내부 반란이 일어나 살해당했다. 병신.

 

"저기다! 저 새끼 잡아!"

 

갱단원들의 함성을 등지고 나는 미친듯이 달렸다.

 

'여기선 내 능력을 쓸 수가 없어!'

 

미친듯이 달린 끝에 나는 각종 잔해가 잔뜩 쌓인 쓰레기산에 다다랐다. 곧이어 갱단원들이 나를 따라잡자 그 중 양 손톱이 없는 남자가 다가왔다.

 

"드디어 잡았네, 도둑놈 새끼..."

 

"이런, 잡혀버렸네. 그래서 넌 뭐 하는 놈이야?"

 

"입 닥쳐! 황근출 대장님에게 무슨 말버릇이냐?!"

 

그 이름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뭐가 웃겨!!"

 

"너 같으면 안 웃기냐?! 21세기에 이름이 어떻게 '황근출'이야 하하하하하!! 뭐, 능력도 '남자 후장 따는 능력' 그런거냐?"

 

당연하게도 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이 개자식이! 역시 안 되겠어! 끔찍한 죽음을 보여주마!"

 

그자의 손톱이 있던 자리에서 혈관이 마치 촉수처럼 기어나와 내 몸을 휘감았다. 혈관이 내 몸을 새게 조이자 나는 나도 모르게 고통을 호소했다.

 

"아프겠지? 하지만 이 다음 능력을 맛보면 차라리 이게 낫다고 생각할거다."

 

곧이어 그자의 혈관에서 핏방울이 뚝 뚝 떨어졌다. 문제는, 금속 위로 피가 떨어지자 금속이 녹아내리고 있던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어떠냐?! 내 피는 펄펄 끓거든! 무려 금속도 녹이는 온도다!"

 

"그래, 무지막지한 능력이네. 그래서?"

 

"이제 이 피를 네 이마에 한 방울씩 똑 똑 떨어뜨릴 거야. 너는 피부가 녹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겠지. 하지만 난 절대!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난 절대! 남자의 후장은 원하지도 않지. 죽기 전에 순순히 말하지 그러나? 우리한테 훔친 물건, 어디다 숨겼어?"

 

"니… 후장에."

 

놈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죽어!”

 

놈은 천천히 혈관에서 끓는 피를 내 이마에 떨어뜨렸다. 한 방울이 내 피부에 닿음과 동시에 불판 위에 고기가 올라가는 소리와 함께 고기 굽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물론 나는 고통 때문에 죽을 맛이었지만. 한참을 진행하는 동안, 그는 내가 무어라 흥얼거리고 있는 것을 들었다.

 

“뭐야, 이 새끼. 뭐라고 지껄이고 있는 거냐?”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이 노래 아나? ‘더없이 단순하게 단행되는 더러운 짓거리’.”

 

“뭐 라는 거야?!”

 

“Dirty Deeds Done Dirty Cheap.”

 

그와 동시에 잠깐동안 빛이 번쩍 하더니 그 자리엔 그대로 내가 있었다. 다른 갱단원이 나를 비웃었다.

 

“뭐야? 뭔가 대단한 능력인 줄 알았는데 번쩍 한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잖아? 형님, 빨리 끝내죠…!”

 

모든 갱단원들이 말도 못 이을 정도로 경악했다. 혈관을 뽑아 나를 조이고 고문하던 황근출이… 두 사람이 되어 서로 합쳐지고 있었다.

 

“뭐… 뭐야… 내가 둘…?!”

 

“세상에 똑 같은 사람이 두 명? 말도 안 되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 내 ‘능력’은 그렇게 할 수 있다! ‘더없이 단순하게 단행되는 더러운 짓거리’, ‘Dirty Deeds Done Dirty Cheap’!”

 

그는 점점 하나가 되며 멩거 스펀지 모양으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이제 너는 하나가 되며 멩거 스펀지 형태로 분해되어 사라질 거야. 고통은 없어도 너는 하나가 되어 사라진다는 공포에 비명을 지르겠지. 하지만 나는 절대! 마음이 약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난 절대! 남자의 후장은 원하지도 않지. 가지고 있는 것 다 내놔!”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끝내 그는 멩거 스펀지가 되어 소멸되었다.

 

“자, 그럼… 너희들은 어떻게 할까?”

 

“사… 살려주세요!”


“제발 목숨만은!”

 

“좆까.”

 

토끼귀가 달린 인간형의 스탠드가 그들을 죽여버렸다. 나는 가만히 그들의 주머니를 뒤져 자동차 키를 얻고, 그 차에 탄 채 그들의 갱단 두목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이것이 이 무질서해진 도시에 대한 책임이 있는 나에 대한 속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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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흐흑! 황근출 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