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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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렁쩔렁. 사슬끼리 부딪혀 쩔그럭 대는 소리.

꼬르르륵. 천장에 샹들리에처럼 사슬에 얽매여 매달려있는 암살에 실패한 암살자 프린의 뱃거죽 등거죽이 서로 맞붙는 소리. 두 소리가 마법사의 방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젠장! 여기에 매달아놓곤 아예 관심을 꺼버렸어!/

암살 시도 실패 후 이틀째, 실패 후 천장에 매달린 꼴이 된 프린은 안간 힘을 쓰며 풀려나려 시도하고 있었다.

아마 마법사가 들었다면 그를 산산조각 낼 수도 있었을 수 많은 욕지거리 들조차 마법사가 듣기 싫다며 건 침묵 마법에 가로막혀 입 밖에 나오질 않아 미칠 지경이었다.


/..정말로, 저 마법사는 정체가 뭐지? 어떻게 한 끼를 먹는 걸 못봤어, 벌써 이틀 짼데 어떻게 하루 종일 안쉬고 연구만 하는거야?/

죽지 못하는 마법사, 자칭 네크로멘서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써내려 놓은 스크롤을 하염없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다행이다, 핏자국이 번져서 못쓰게 된 문서 빼곤 기록한 문서가 없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필사본이 있구나."

마법사는 벽을 꽉 채운 책꽃이 사이에서 하염없이 뒤적거리다 발견한 스크롤이 무척이나 귀한 것인양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여기서 풀려난다면, 바람구멍 따위 수십방을 뚫어주겠어../

프린은 사다리 위에 걸터 앉은 마법사를 보며 순간 치가 떨려 온 몸을 힘껏 발버둥 쳤다.

계속해서 버둥거린 보람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프린은 사슬이 천장과 매달린 곳의 고정이 헐거워 졌다는 것을 깨닳았다.

/이건 기회다! 조금 더 버둥거린디면 탈출할 수 있겠어!/

프린은 자신의 몸을 최대한 퉁겨 앞 뒤로 흔들어대며 틱, 틱거리며 사슬의 접합부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한 순간, 틱 틱 거리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못들과 함께 천장에 매달려 있던 프린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으아아악!"

떨어지면서 마법이 풀린 것인지 추락할 때 지른 비명 만큼은 또렷히 내지를 수 있었다.

쿵 소리와 함께 마법사의 방바닥에 떨어진 프린은 여전히 사슬로 사지가 결박되어 있긴하지만 더 이상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이.. 괴물!"

프린은 마침 사다리에서 내려온 마법사를 보고 소리쳤다.

"누가? 누굴?" 마법사는 반문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천장에 매달아 놓을 생각이었나? 밤에 잘 때마다 천장 바라보면서 날 죽이려던 놈 꼴 좋다 하면서 좋아하게?"

프린은 다리도 팔도 결박된 채로 두 다리가 붙어서 통통 튀는 우스운 꼬라지로 책상에 다가가 편지칼을 집어들었다.


"무슨 소릴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난 어쨌든 풀어주긴 할 생각이었어."

"거짓말 마! 저대로 굶겨 죽일 작정이었으면서!"

"날 죽이려던 년 한테 보일 자비론 이미 충분한 거 같은데."

마법사는 자기 책상에 걸터 앉더니 컵에 타진 커피를 한모금 홀짝였다.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거 아니라고,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단 말이야.."

프린은 두 눈을 글썽였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아.. 어머니 말씀이 맞았다. 무두질 일 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일이었다.

"흠."

마법사는 찻잔의 커피를 바닥에 쏟아버리곤 찻 잔도 떨어뜨려 깨버렸다.

"오랫만에 찾아가 봐야겠군. 그 녀석 증손자 놈한테 말이야."

순간 남자의 두 눈이 살짝 빛나보였다.

그러자 다음 순간 프린의 두 팔다리를 감싸고 있던 차가운 결박이 터지듯 풀려버렸다.

"?!" 놀라기도 잠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는 무척이나 위압감과 함께 살기를 온몸으로 내뿜고 있었다.


"..누구한테 가신다구요?"

프린은 순간 마법사가 무척이나 크게 보였다. 심적으로 위축되게 만드는, 무척이나 크고 무서운 것으로.


마법사는 그대로 프린을 지나쳐가곤 구석의 상자에 쳐박혀 있던 검을 뽑아들곤 말했다.

"니 년 고용주."


한편 저 아래 깊숙히 묻힌 곳, 옛 종족의 폐허 한가운데,

에델사이트로 이루어진 반파된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옛 문"이 꿈틀거렸다.

그 주변에 흩뿌려진 검은 자국들은 마치 물방울처럼 응결되며 형상을 갖추고는 점차로 기어서 우물같이 생긴 "옛 문"에 기어들어갔다.

그러자, 검은 물질을 한가득 먹은 옛 문에선 경련하듯이 뒤틀리는 비명소리같은 파열음을 냈다. 다음 순간, 모든 것이 멈춘 후에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옛 문과 그곳에서 튀어 나온 비대해진 속삭이는 검은 부정형의 생명체들이었다.


"그 남자는 각오가 모자랐어, 그래서 실패한 거야. 

"저 아래에 우린 너무 오래 묻혀 있었어. 산산조각난 이후로."

"우리는 죽었을 때 느낌을 몇 번 돌려본 거지?"

"아파.너무 아파.창자를 후비는 고통은 아팠어"

"수갈래로 나뉘어진 생각과 육신이 빙글빙글 돌아서.."

"나만 이런 고통을 받아야하지? 어째서?"

"오래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우리잖아. 어째서 머뭇거려?"

"이제 다시 깨어나고 새로운 아침을 맞을 때야."

"..이제 하나가 되자.."

"..그리고 완전해지자..."

그러자 이제 부정형의 검은 짐승들이 있던 자리엔 이제 오직 검은 남자만 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새 모습이 흡족한 듯 빙그레 미소지었다.

"이브."


"아니, 자기 집 주변 길도 몰라서 안내하라니, 도데체 얼마나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던 거야?"

프린은 투덜거리며 먹은 게 없어덜덜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서 마법사를 앞장서고 있었다. "뭐해! 빨리 안따라오고!"

마법사는 아무 말없이 등 뒤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 새카만 구름이 한 귀퉁이에 걸려 침침해진 하늘이 어딘가 불안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 뭔데, 이상한 거라도 있어?"

"..아니다. 길안내나 마저해라."

/저 냄새나는 방구석이 벌써 그리운 가봐../

.

.

.

"오, 우리 왕이 돌아오셨다.. 죽음 이겨내고 돌아오셨다.."

허물어진 구멍 사이로 달빛이 비춰 들어오는 어느 지하,

어느 이교도 무리의 사제는 바닥에 피를 뿌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우리 왕께서 맨바닥을 밟지 않도록 살갗으로 카펫짜고 우리 왕께서 목타지 않도록 피를 가득 따라 준비해두겠으니.."

한 사발 가득 채운 피를 떠놓곤 정체 모를 가죽을 뒤집어쓴 사제는 중얼거리며 주문을 읊었다.

그 앞에 철창 속에 갇힌 제물이 될 남자는 머리를 싸매곤 비명을 질러댔다.

"끄으으아아아악!!"

"너는 그 분의 세례를 받으라."

사제는 사발의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 철 창 사이의 남자에게 피를 한방울 찍어주자, 

제물은 도저히 사람이 낼 수 있다고는 상상이 가지 않을 기이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꾸아이오이이이익!"

그의 주위로 가득한 철창에 갇힌 다른 야수들이 굶주림과 피의 갈증의 성가를 목소리 높여 울부짖자, 

사제는 흡족한 듯 미소지었다.

"아담께서 돌아오셨다."


세계의 죽음의 귀환을 축복하는 기이한 성가는 밤하늘에 울려퍼지며 메아리치며 뒤섞였다. 

밤은 무척이나 길고, 잔혹하리만치 모든 것이 어두워보였다. 모든 것이 그림자지고 검어졌다. 짙은 밤이 길어진 것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