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arca.live/b/writingnovel/46977907


1화:https://arca.live/b/writingnovel/47162833


1.5화:https://arca.live/b/writingnovel/47409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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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는 흙길을 따라 덜컹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초췌한 몰골의 사내 둘이 서로를 멍하니 바라봤다.

 

“서옥... 드디어 우리가 동쪽으로 온 것 같네. 아~ 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이었나...”

 

말총머리를 한 사내를 마주보던 서옥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일단 가면 몸부터 씻어야겠소. 냇가에 대충 씻다보니 여관의 온수가 그립다오...”

 

“하하하 나도 그러하네. 그나저나 중앙을 거치지 않고 우회를 많이 하여 여러 야수들이나 괴물들을 처리하면서 와서 그런지 반년이 마치 8개월 같았네.”

 

말총머리한 사내가 후련하게 웃는데 서옥은 문득 어떠한 생각이나 그에게 물었다.

 

“그렇소? 아, 선생께 하나 물어보겠소. 우리가 야수와 괴물들을 잡으며 마부의 안전을 지킬 때에 선생은 신기한 힘을 쓰는 것 같았소. 그게 이름이 뭐였는지 다시 알려줄 수 있겠소?”

 

“음? 아, 그건 말이지...”

 

사내는 몸을 숙여 서옥에게 가까이 가서 작게 말했다.

 

“사생술이라는 것인데 이게 무생물에게 깃든 영을 깨워주는 거라네.”

 

“그렇다면 그때 선생 주변에 떠돌던 것들이 영이 깃든 무생물들이었다는 것이오?”

 

“맞네. 그러나 이건 우리 일가에만 이어온 비급이라 함부로 말하면 큰 일 나니까 조용히 있게나.”

 

“그렇소?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그때 마차는 급정지를 하였고 말총머리를 한 사내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서옥의 명치에 박치기를 하였다.

 

“크윽...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아, 선생! 선생! 괜찮으시오?”

 

말총머리를 한 사내는 목을 잡고 얼굴을 찡그린 채 제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끄응... 목이 아픈 것 말곤 괜찮네. 그나저나 마부 양반이 어째서 급정지를 한 것인지 자네는 알겠나?”

 

“모르겠소. 다만 아직 건물들이 안 보이는 걸 보면 도착은 덜 한 것 같소.”

 

말총머리를 한 사내는 마차 문에 달린 창문을 봤다.

 

“호오... 확실히 여긴 길가 같구나.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한번 물어보고 올 테니 기다리게.”

 

“같이 가시오. 어차피 저도 상황을 봐야할 것 같으니 같이 보는 것이 낫지 않겠소?”

 

“뭐, 마음대로 하시게. 어차피 나는 이 돈만 있으면 그만이니. 그 외엔 그다지 더 귀한 건 없으니 가지.”

 

말총머리를 한 사내는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를 흔들었다.

 

“알겠소. 그럼...”

 

두 사람은 마차에서 나와 마부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마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마부가 없었다.

 

“이게 뭔가? 마부가 있어야 할 곳에 마부가 없다니 무슨 일인지 서옥, 자네는 아는가?”

 

“저는 잘 모르겠소. 다만 이건 범상치 않은 일임이 틀림없소.”

 

서옥은 비장하게 말총머리를 한 사내를 보면서 말하는데 사내는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서옥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범상치 않은 일이지 않나. 그럼 뭐 이게 평소에도 일어날 일인가?”

 

그때 이상한 괴물 소리가 들려왔다.

 

끼에엑!!!

 

녹색 피부에 매부리코를 가진 난쟁이가 쭉 찢어진 눈으로 두 사람을 보고 날카로운 이빨이 자그작자그작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을 위협했다. 

 

“저건... 고블린 아닌가?”

 

“선생도 알고 있소?”

 

“나야 살면서 북쪽 말고 전부 지내봤기에 대부분의 괴물들은 알고 있네. 서옥, 자네야 말로 저 녀석을 어떻게 아는가?”

 

“저... 저는...”

 

끼이이베르쿨레므!!!

 

서옥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고블린은 자신의 무리를 불렀고 그 무리들 사이에 고블린들에게 당한 것 같은 마부가 보였다.

 

“저놈들이 저질렀나보오. 선생, 일단 저놈들을 해치우고 말하는 게 어떻겠소.”

 

“동감이네. 어서 저들을 내쫓고 마부를 구하자고!”

 

서옥은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칼을 빼내어 고블린 무리에 달려들었고

말총머리를 한 사내는 손을 바닥에 두며 그들을 바라봤다.

 

서옥은 자신의 나이답지 않게 빠르고 현란한 칼솜씨로 하나 둘 베는데

질긴 피부를 가진 고블린들에겐 크게 상처를 입히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서옥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적당량의 힘을 조절하면서 베어갔다.

하지만 조잡한 칼은 고블린의 피부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가 나가기 시작했다.

 

“제길... 선생! 제 칼이 맛이 가버렸소! 어서 그 잘난 도술 좀 부려보시오!”

 

서옥은 고개를 돌려서 사내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자 그곳에는 말총머리를 한 사내는 없었고 옷이 반쯤 풀린 여인이 입을 벌리고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아니... 선생 정신 차리시오!”

 

“자네... 날 알아보는가?”

 

그때 여인의 뒤에서 긴 그림자가 나타났다.

 

“뒤! 뒤를 조심하시오!”

 

“뒤...?”

 

여인이 뒤를 돌아보자 양 엄니가 툭 튀어 나온 푸른피부의 트롤이 가시가 달린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그때 여인은 머리가 냉정해졌다.

그것은 여인이 사내였을 적부터 가지고 있던 고질병이었는데 당혹감이 극한으로 갈수록 그의 마음은 차분해져 가장 당황스러울 때가 가장 차분해질때라고 말할수 있을정도였다.

 

지금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일과 예상을 벗어난 등장에 여인은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졌다.

방 청소를 할 때 강제로 더러운 것을 옷장에 박아두며 깨끗하다고 합리화를 하듯이 지금 그녀의 머리에 눈앞에 있는 트롤의 공격을 대처하는 방법이 떠오르고 있었다.

 

“제기랄! 한 놈이 더 있던 것이로구나!”

 

서옥은 놀란 여인에게 달려가 트롤을 막으려고 했으나 주변에 있던 고블린들이 그를 붙잡아 달려가지 못했다.

 

‘젠장... 지치지만 않았어도... 이것들은 그냥 처리하고 나갔을 텐데...’

 

서옥은 있는 힘껏 외쳤다.

 

“이을령 선생!!!! 피해야합니다!!!!!”

 

이을령이라고 불린 여인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돌아다니며 여러 번 위험을 겪은 적이 많기에 서옥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그리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정리 되기도 전에 본능이 먼저 움직여 옆으로 굴렀다.

 

헐렁해져 반쯤 풀어진 옷은 옆으로 구르면서 벗겨졌다.

그녀는 상의가 벗겨진 걸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들어 트롤을 쳐다봤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무엇을 했는지 떠올랐다.

그렇기에 속에서 무언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 망할 괴물 녀석들이... 네녀석들 때문에 내가 여인이 되어버린 게 아니냐!!!”

 

이을령은 주먹을 쥐고 바닥을 때렸다.

그러자 트롤이 있던 곳에서 거대한 손이 나왔다.

 

땅에서 솟아난 손은 기이하게 생겼는데 가장 기이하게 생긴 부분은 손바닥에 눈이 달려있던 것이었고 이상하게도 손은 살아난 것처럼 숨 쉬고 있다고 느껴지는 기분을 들게 만들었다.

이을령은 침착하게 그 손을 바라봤지만 서옥과 괴물은 당혹감에 그 손을 보고 있었다. 

 

이을령이 일어나 손가락을 튕기자 손에 있던 눈이 떠졌다.

 

“이곳이 신의 땅일 줄 누가 알았겠나! 이럴 줄 알았으면 양기를 쓰지 않았지!!! 부활한 신의 일부여 내 말이 들리는가! 네녀석들이 해야 할 일을 해라!”

 

이을령이 외치자 손바닥에 있던 눈이 떠지더니 땅에서 가시가 나와 트롤과 고블린들을 공격했다.

그 후 거대한 손은 다시 흙이 되며 무너져 내렸다.

 

그 공격으로 인해 많은 수의 고블린들은 즉사했는데

 

뀌이이이벨셀루쿰!!!

 

치명상을 입은 트롤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트롤은 몽둥이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이을령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네녀석이 그런다고 내가 맞을 것 같나? 이런 건... 어라...”

 

“선생 왜 그러시오! 저는 지금 가시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서 도와드리지 못하니 어서 피하시오!”

 

“몸이... 다리가 움직이지 않네... 빌어먹을...”

 

이을령에게 다리에 힘이 풀려 트롤이 휘두르는 가시 몽둥이에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쳐왔다.

 

그때, 한 소녀의 우렁찬 목소라가 들려왔다.

 

“이랴앗!!!! 위험한 분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모험가님의 등장이다!”

 

이을령은 커다란 나무 방패와 어울리지 않는 흰 블라우스와 하늘색 치마를 입은 소녀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트롤을 밀쳐내는 모습을 보았다.

 

끄워섥렉꿁........

 

트롤은 기이한 비명을 지르며 고블린들의 시체더미에 넘어졌다.

가시는 트롤의 가슴을 꿰뚫어 트롤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다 죽었다.

 

소녀는 트롤이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 해맑게 웃으며 이을령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어라? 상의를 안 입으셨네. 혹시 노출증 있으신 건 아니죠?”

 

소녀의 입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이 들려오자 이을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자네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나는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네. 이곳이 동쪽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 알 수 없는 단어로 이야기 하는가? 도대체 5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네?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혹시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인가요?”

 

소녀가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자 이을령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시체더미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외쳤다.

 

“서옥! 여기는 북쪽 아니지 않나! 이게 어찌된 일인지 말하게!”

 

이을령이 소리치자 트롤의 시체가 들썩이기 시작했고 소녀는 그 모습을 보고 아직 죽지 않았다고 생각을 해 방패로 다시 한 번 칠 준비를 했다.

 

트롤이 점점 일어나자 소녀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몸을 움직여 방패를 들고 높게 뛰었는데

 

털석...

 

소녀가 방패를 들고 뛰었을 때 트롤은 맥없이 앞으로 쓰러졌다. 

 

‘털석...?’

 

소녀는 붉은 머리의 덩치 큰 남자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트롤의 시체를 치우고 나서 가시에 박힌 고블린 시체들을 치우는 모습을 봤다.

 

소녀는 피하고 싶었지만 이미 높게 뛰어 올라 피할 수 없었다.

소녀가 보기에 남자가 다치지 않게 하려면 남자가 스스로 피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 남자에게 소리쳤다.

 

“이름 모를 아저씨!!!! 피하세요!!!!”

 

그 소리를 들은 서옥은 물러서지 않았다.

서옥은 양손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방패를 보며 손을 뻗었다.

 

쾅! 콰자직...

 

방패와 서옥의 손이 맞붙는 소리는 마치 돌과 돌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먼지구름이 흩날리다 잠재워질 때 쯤 소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아무리 나무 방패여도 금속 같은 느낌이 나게 만드는 문양과 피해를 카운터 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마을 안에서 자신이 휘두르는 방패를 막은 사람은 커스트 밖에 없어서 크게 다쳤을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

 

“아니... 이걸 어떻게...”

 

그러나 소녀의 눈앞에 있는 붉은 머리의 남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양손으로 방패를 잡았고

그것도 모자라 남자는 방패를 한손으로 들고 등에 짊어졌다.

 

“꺄악! 뭐... 뭐하시는 거예요?”

 

“미안하오. 조금만 기다리면 되니 참으시오.”

 

서옥은 그 상태로 앞으로 걸어갔다.

 

이을령은 그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고 서옥은 눈웃음을 지으며 다가갔다.

 

“우리가 동쪽으로 온 게 아니었나! 또 그 망할 자네의 까막눈이 우릴 방해하는구나!”

 

“하하... 거 참 미안하게 되었소. 몇 개월간의 정을 봐서 참아주시오.”

 

“흥, 됐네. 그나저나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걸 보니 이곳은 북쪽이겠지. 맞나?”

 

서옥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예, 맞는 것 같소. 이 소녀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북쪽 특유의 억양이 있으니 맞을 거요.”

 

“아저씨 내 말 알아들어요? 그럼 나 좀 내려줘요. 아저씨 이러는 거 제 친구가 보면 큰일 나거든요? 그러니까 어서 내려줘요.”

 

소녀가 내려달라고 하자 서옥은 눈을 크게 뜨며 소녀를 흘겨봤다.

 

“의외로 침착한 것 같소? 이랬을 때 침착한 건 선생 외엔 본적이 없는데 말이오.”

 

“헤헤 칭찬 고마워요. 아,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서 내려줘요. 친구가 곧 올 거란 말이에요!”

 

둘이 대화를 하는 걸 보고 있던 이을령은 반쯤 감은 눈으로 서옥을 툭툭 쳤다.

 

“이을령 선생 왜 그러시오?”

 

이을령은 팔짱을 끼고 벌게진 얼굴로 서옥을 바라보았다.

 

“둘이서만 대화하면 내가 뻘쭘하지 않겠나. 그리고 상의 좀 빌려주게. 이제 보니까 내 상의가 없는 걸 깨달았네. 조금 창피하니까... 얼른 겉옷이라도 빌려주게.”

 

“알겠소. 그 전에 소저를 먼저 내려주고 빌려드리겠소.”

 

서옥이 소녀를 내려주고 이을령에게 겉옷을 주기 위해 벗고 있을 때 거대한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이게 웬 그늘인가? 서옥 방금 전까지 맑지 않았나?”

 

“그러게 말이오? 이게 어찌된... 저게 뭐요?”

 

서옥은 거대한 붉은 용이 자신들을 보며 으르렁 거리고 있는 걸 가리켰고 이을령은 놀라 소리쳤다.

 

“아니 세상에나! 저게 뭐란 말인가! 해괴망측하구나! 저런 거대한 도마뱀이 있다니!”

 

서옥과 이을령이 가만히 그 드래곤을 보고 있는데

가만히 방패 위에 앉아있던 소녀가 그 드래곤을 보고 크게 미소를 지으며 팔을 휘적거렸다.

 

“용용아~~”

 

드래곤은 소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머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가 땅에 가까워지자 그 위에 있던 중성적인 외모를 지닌 소년이 씩씩거리며 서옥과 이을령을 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이... 변태 녀석들이 내 친구한테 뭐하는 짓이야!”

 

이을령은 잠시 당황했으나 침착하게 뒤돌아 서옥을 보며 말했다.

 

“서옥, 해석 좀 해주게나. 아니 그전에 옷 좀...”

 

“알겠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소년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를 갈며 지팡이로 둘을 가리키고 마법을 외웠다.

 

“날 무시하지 마... 날 무시하지 말라고!”

 

소년이 마법 진을 다 그려가기 시작할 때 

소녀가 소년의 옆에서 나타나 어퍼컷으로 소년의 턱을 쳤다.

 

“끄헉!”

 

소년은 맞은 것 때문에 지팡이의 방향이 흔들려 이상한 곳으로 마법을 쏘았다.

 

“아니, 카즈리마 너 아까 전부터 왜 그래? 용용이 머리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나 이제는 저 변태들의 편을 들어주는 거야?”

 

“전혀, 틀렸어. 저 사람들 여행 온 사람들 같아!”

 

드래곤의 머리 위에서 방방 뛰는 소녀를 보고 소년은 호기심이 생겨 소녀에게 물었다.

 

“어디서 온 것 같은데? 어딘지 알면 내가 번역 마법을 써줄게.”

 

“음... 모르겠어.”

 

“모르니까 그런 거겠지. 내가 공용 번역 마법을 써줄게 그러면 근데 이게 은근 말이 이상하게 들린단 말이지.”

 

“뭐, 상관없지 않을까?”

 

“그래, 그러면 해줄게.”

 

소년과 소녀가 대화를 하는 중에 이을령과 서옥은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북쪽의 단어를 몇 개만 알면 어느 정도 해석을 할수 있을터... 그런데 자네는 아나?”

 

“북쪽의 단어는 대부분 남쪽과 비슷하다고 들었소. 다만... 남쪽과 발음이 완전히 달라 말해주기가 어렵다오. 게다가 저는 글은 잘 모르고 말만 할 줄 알아서...”

 

이을령은 서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그럼 저 꼬마가 방금 전처럼 이상한 걸 날릴지 모르니 우선 번역 기부터 사용하지. 나중에 차차 알아 가면 되니 말이야.”

 

“알겠소, 그럼 등을 대시오.”

 

소년은 자신의 등과 소녀의 등에 마법 진을 불어넣기 시작하였고

서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에서 특유의 문양을 적고 흙을 뿌렸다.

 

서옥은 책에 올린 흙더미를 불어서 털어내어 반짝이는 구체를 소환해 그것을 자신과 이을령에게 집어넣었다.

 

먼저 작업을 마친 소년은 서옥이 만들어낸 구체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저것... 구세대 마법진인데 저 사람이 어째서 알고 있는 거지?’

 

소년이 서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떄 소녀는 웃으면서 등을 쳤다.

 

“야! 넌 또 이상한 생각을 하냐? 좀 생각 안하면서 지내봐~”

 

“넌 궁금한 것도 없냐? 어쨌든 되는지 보러 가보자.”

 

“그래! 좋아.”

 

소년과 소녀는 드래곤의 머리위에서 내려와 서옥과 이을령에게 다가갔다.

 

“저기 이름 모를 아저씨! 제 말 어떻게 들려요?”

 

소녀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면서 서옥에게 물었다.

 

소녀의 등에 있던 마법 진은 소녀가 하는 말에 맞춰 반짝거렸고

서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래! 성공이오! 이것이 바로 번역 기! 드디어 성공했소!”

 

“잠시만, 드디어는 무슨 말인가? 서옥 자네 설마...”

 

이을령이 하는 말을 듣고 소녀는 발을 구르면서 소년을 바라봤다.

 

“알베르토 성공이야! 성공! 번역 마법이 성공 했나봐! 되게 신기하다!”

 

소년은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이게 바로 내 실력이지! 어때? 카즈리마. 나 좀 멋지지 않았냐?”

 

“아... 그건 아니지. 대단한 건 맞는데 멋있지는 않아.”

 

“이럴 땐 그냥 칭찬 좀 해주면 어디 덧나냐? 진짜 치사하네.”

 

이을령은 잠시 생각을 하다 말다툼을 하고 있는 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자네들은 내 말을 알아듣는가?”

 

“네, 언니! 정말 제대로 들려요!”

 

“그렇긴 한데 무슨 일 있나요?”

 

“좋아, 그러면 일단 저기 뒤쪽에 있는 마부를 병원까지 가는 걸 도와주게나.”

 

이을령이 가리킨 곳에는 마부가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녀는 바로 달려가 마부를 엎고 다시 왔는데 

키가 작아 마부의 몸이 끌린 걸 보고 이을령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서옥 그냥 자네가 엎고 가게. 저러다 중상인 마부가 초상을 치를 것 같지 않나.”

 

“알겠소. 저기 잠시 저희가 이상하게 보여도 조금만 참으시오. 우리는 그저 여행하러 온 나그네이니 말이오.”

 

서옥은 마부를 엎고 소년을 보면서 말했는데 소년은 묵묵히 서옥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

.

.

 

소녀는 활짝 웃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좋아~ 이제 다시 집으로!”

 

“자네 집이 병원인가?”

 

“아뇨? 그냥 말해본 건데요. 이러면 뭔가 모험한 느낌이 나잖아요.”

 

이을령은 소녀가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그럴 수 있겠구만...”

 

“근데 이을령 선생 마차를 확인 안 해도 되겠소?”

 

서옥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상관없네. 어차피 중요한 건 책 밖에 없으니 말이야. 게다가 정보보다 비싼 것은 목숨 아니겠나.”

“별걸 돈으로 환원하는 것 같지만 일단 알겠소. 마저 가시지요.”

 

셋이 걸어가며 대화 할 때 소년은 맨 뒤에서 셋을 보고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걸어가면 하루 종일 걸릴 텐데 용용이 타고 가실래요?”

 

“아, 맞다 용용이가 있었네!”

 

소녀와 이을령은 옆에서 같이 살금살금 걷고 있던 붉은 드래곤을 바라봤다.

 

“저 도마뱀의 이름이 용용이인가? 이름도 해괴망측하구나.”

 

“우리 용용이보고 해괴망측하다고 하지 말아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거 나쁜 뜻이죠!”

 

“하하, 눈치는 빠르구나.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네. 빈말로 하는 것이니 크게 받아드리지 말게.”

 

소녀와 이을령이 대화를 끝낼 무렵 위에서 서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 너무 태연한 게 아니오. 얼른 올라와 타시오.”

 

이을령이 위를 쳐다보니 서옥이랑 소년이 붉은 드래곤 위에 올라타 앉아있었다.

 

“자네는 나보다 먼저 태연하게 그걸 타는데 남말 할 처지가 아닌 거 같네. 아무튼 올라갈 테니 기다리게.”

그렇게 넷은 다친 마부도 붉은 드래곤에게 태우고서 소년과 소녀가 살던 곳까지 날아갔다.

 

그것이 앞으로 같이 여행을 떠날 넷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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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급조절 대 실패

앞으로 이런 일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너무 꽉꽉 넣은 느낌이 나긴하는데 잘모르겠네요.


이걸 되게 붙잡으며 쓰다말다 지우다 더하다 막 다양하게 하다보니

되게 길게 써버려서 자르기도 애매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이번에는 길게 나왔습니다.


오타, 내용 오류, 문장의 어색함, 이해가 되지않는 내용 등 지적 할 사항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차차 고쳐나가겠습니다.


그럼 다들 코로나 조심하시고 3화는 되게 한참 뒤에 나올듯합니다.

그럼 다들 바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