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너무 어렵다. 죽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삶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살기 때문에 인생은 너무 어렵다. 사람들은 어째서 자신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만족할 수 있을까? 이해되지 않는다.

 내 삶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도 아니다. 내가 유년기에 입은 상처가 낫지 않기 때문에, 내가 그 상처에 얽매이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기 떄문이다. 나는 자유롭게 죽어간다. 사실 모두가 그렇다. 제한된 자유 속에서 죽어간다. 계속 살아간다는 것, 타협하고 거짓말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인생에 아무 가치도 두지 않은 것이 나의 잘못일 것이다. 그러나 인생엔 실제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 가치가 있다고 착각하는 행복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행복한 사람은 나를 탓할 자격이 있다.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해서 삶이라는 폭력을 휘두르고 자기 자신을 기만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세상의 무정함을 견딜 만큼 단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배신자가 되고 스스로에게 박해받는 까닭도 내가 무르기 때문이다. 삶을 살기에 너무 부드러운 사람들. 나는 하루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그저 그렇게 된 것 뿐이다.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이 없다는 것은 불행하다는 뜻이다. 내 삶은 어디에 있을까? 한 떄는 죽음 너머에 내 삶이 있을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내 삶은 없다. 그저 내 삶을 잃은 영혼이 소리없이 울고있었다. 갈 곳 없는 넋이 자신을 찾아 헤맸다. 다시 돌아갈 곳이 없었다. 집도 고향도 없었다. 언제나 그러했고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불행했다.

 나는 불행을 선택했다. 행복보다 진실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진짜 아픈 진실은 외면했다. 그것이 아마 내가 벌을 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인간에게 허용된 삶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길이지, 홀로 고뇌하고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하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길이었다. 나는 순전한 내 의지로 죽어간다. 그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누구도 나의 영광을 공유할 수 없으며, 내게 있는 것은 내  그림자와 같은 죽음 뿐이다. 

 선택. 삶은 오직 그런 것이다. 제한된 자유가 무한하다고 자신을 속이는 것. 인생은 그것이 전부고 무언가 선택할 자유와 의지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비결이다. 선택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을 통해 선택받는 것도 있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내가 존재하게 됐으며, 그의 변덕 하나만으로 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의 덧없음을 증명한다. 만약에 그가 변덕을 부리거나, 잠시 고민을 했다면, 여기에 외로운 병자는 슬퍼할 이유가 없었을텐데.

 생명과 삶을 사랑하던 어린 나와, 병들고 손상된 지금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나는 이제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이 됐으며, 허물이 벗겨진 번데기에 불과했다. 나비도, 애벌레도 되지 못한 무의미한 사람. 나는 자기 자신을 연민하기를 즐기지 않는다. 그러나 내 삶이 이도저도 아니게 끝나가고 있다는 것.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늙어서 죽을 것이다. 그것도 일종의 선택이다. 그저 삶이 나를 죽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마음이 아주 삭아서 허물어질때까지 기다리는 것. 나는 매일같이 기다린다.

 나는 자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