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지?

뒷목이 뻐근하다.

꺾인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는 숲속 통나무집 같아 보인다. 심지어 저쪽에 벽난로까지 마련되어있다.

나는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나무의자에 앉아있었다.

다만, 양 손목이 팔걸이에 단단히 묶여있고, 발목 역시 묶여있는게 느껴진다. 

심지어 의자는 무게가 꽤 나가는지 옆으로 자빠뜨리려해도 미동도 않는다.


진정하자.

일단 집안 풍경은 정겹다.

벽난로에는 약간의 재와 작은 불씨가 남아있어 얼마전까지 타오르고 있었음을 드러내고 있고, 위에는 작은 화분이 몇 개 보인다. 내가 원예는 잘 모르지만, 일단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다는것은 알겠다.

즉, 나는 같혀있다 뿐, 여기에 버려진것은 아니다.

주변 풍경도 시골 가정집에 가깝지, 피튀기는 고문실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안락하다.

오히려, 이 나무집 자체가 어머니의 품 속 같은, 포근한 기분이 느껴진다.


끼익.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마치 싱그러운 여름날의 포플러같은 초록빛 머리의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머나, 정신이 들었니?"


열린 문으로 밝은 햇살이 침침했던 집 안을 밝힌다.

햇살이 닿는 여인에 얼굴에는 포근한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본가에 돌아가면 반겨주는 어머니와 같은 미소였다.


"갑자기 이런데서 눈을 뜨니 놀랐겠지만, 걱정 마렴. 아무도 널 헤치지 않을꺼야."


여인이 문을 닫는다.

서서히 닫히는 문에 햇빛이 점점 가려지고, 미소 띈 여인의 얼굴도 점차 어둠으로 가려진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여인의 눈동자만큼은 황금빛 안광으로 번뜩이는듯 했다.


"자아, 진정하렴. 먼저 심호흡부터 해볼까, 눈을 감고, 들이쉬고- 내쉬고. 우선 침착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보렴."


어째선지 여인의 말 대로 눈꺼풀이 감긴다.

자연스럽게 여인의 말에 맞춰 심호흡을 하자 몸 속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고 온 몽의 근육이 이완되는것 같다.


"도시 한가운데서 그동안 너무 고생했구나. 풀 한포기, 흙 한줌 없는 콘크리트 속에서 너무 힘들고 외로웠지? 괜찮아, 여기서는 더 이상 고생할 필요 없어. 싱그러운 산들바람에 몸을 맡기는 민들레씨앗처럼, 커다란 나무에 의지하며 타고 올라가는 덩굴식물들처럼, 이 자연 한가운데에서 다른 모든 이들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렴.

자연은 모든 존재들이 서로 협력하고 순환하는 장소란다. 너희 인간들만을 위한 도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모두가 상냥하게 대해주거든. 여기도 경쟁은 있지만, 내가 조금만 중재해주면 이 자연은 누구에게도 상처입히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장소가 된단다.

그러니 내게 의지하렴. 너의 그 상처입은 영혼을 치유해줄게. 언제나 너의 말에 경청하고, 너의 몸을 돌봐주고, 포근하게 보듬어줄게.

이 자연 전체에 녹아들어 너의 모든 것을 하나 하나 돌봐줄게. 머리카락 한올 한올 부드럽게 흩날리도록, 손톱은 한 티도 갈라지는 일 없이 동그랗게 관리해주고, 몸 어디든 땀에 기분나빠지지 않도록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맛있는 식사를 한입 한입 직접 먹여주고, 이빨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관리해줄게. 언제나 포근한 이 엄마의 품 속에서 영원히 함께 살자. 갑작스런 욕망이 솟아올라도 이 엄마는 이해해줄게. 감미로운 향기를 풍기면서 포근히 안아줄게. 전혀 불쾌한 느낌이 느껴지지 않도록 온 몸을 소중히 햝아줄게. 너는 아무런 생각 할 필요 없이. 여기서 함께 지내면 된단다."


고생한 자식에게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내어줄때와 같은 분위기로, 어느새 여인은 다가와서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하여 속삭인다.

머릿속이 녹아내리는것 같다.

분명, 딱딱한 의자에 묶여있는데, 내게 닿아있는 이 나무는 지금까지 어떤 이불보다도 부드럽고 포근하게 안아주는듯 하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화분이 되었다.




홀로라이브EN - 세레스 파우나를 모티브로 써봄. 이런 느낌

라작갤 단편집 프로젝트 한다길래 연습삼아 해봄. 여러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번 동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