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도 죽였다, 저놈도 죽였다.

미워서가 아니라 죽일 수 있기에 죽였다.


죽여도 버튼 몇 번이면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었기에 죽였다.


그렇게 생각했거늘 


이미 이곳은 하나의 연극이라

내가 한 번이라도 죽였다면 당신과 나의 연극은 끝


꼭두각시를 움직이는 줄이 끊어져 몰입이 깨졌다면

당신과 나와의 이야기도 여기까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추억들은 

한 걸음 호기심에 사라지다 못해 뒤틀려 변질되어 버리고


추악한 이별에 가시만 덧대어 마음을 조각낸다.


다시 돌아오면 언제나였던 것처럼 살갑게 말을 걸어주는 너희들을

나는 더 이상 마주할 자신이 없다.


이제 내게 남겨진 모든 길은 각기 다른 형태의 위선일 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