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writingnovel/48136208?p=1  -전편


이렇게 놀리고자 애써보지만, 항상 여유롭게 빠져나가는 게 그녀였다.


 '어렸을 때에는 참 귀여웠었는데.'


 내가 그녀를 처음 데려왔던 시절에는 실수도 잦고 어리숙하지만, 필사적이어서 참 놀리기 좋은 아이였다.


 곧 있으면 아침이 다 되었다며 되돌아올 마리를 기다리며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 생각은 내가 이 곳에 적기 위해서 떠올릴 수 있을만큼 특이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내가 좀 더 젊었을 적의 이야기였다는 것이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다.


 그렇게 잡념에 빠져 있으면, 마리는 곧 식사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려올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1층으로 내려가 마리의 잔소리를 들으며 달걀과 고기가 좀 있는 아침을 포도주와 함께 먹었을 것이고, 그 후에는 이제는 은근히 기다리기조차 하는 심부름꾼 아이를 불러 후한 팁을 주고서는 오늘 자 신문을 샀을 것이었다. 그것이 언제나 이어지던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마리가 아침식사를 알리려 올라온 것이 아니라,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려왔던 것이었다.

 마리는 계단을 재빨리 뛰어올라와,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손님이 오셨어요. 더글라스씨께서 보냈다는 편지와 함께요.”


 “이런 아침에? 참 드문 일이군. 그런데 마리, 그게 그렇게 신이 날 일인가?”


 “당연히 신이 날 일이죠! 3달 만의 손님이라고요. 게다가! 오늘의 손님은 어여쁜 숙녀분인걸요! 제가 이 집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이란 말이에요.”


 그래, 내 집은 꽤 손님이 드문 편이었다. 아니, 인정하자. 아주 많이 드문 편이었다.


 “처음이었나? 그래도 한 두 번쯤은 있었던 거 같은데.”


 “아니요. 제가 장담하건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언제나 찾아오시는 분들은 딱딱하고 무섭게 생긴 분들뿐이었죠.”


 “마리, 내가 항상 말하잖나. 얼굴은 흉악해 보여도 다들 착하고 정직한 신사분들이라고.”


 마리가 말하는 ‘언제나 찾아오시는 딱딱하고 무섭게 생긴 분들’은 군인 시절 사귄 내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편지를 보냈다는 ‘더글라스씨’도 그 무섭게 생긴 분들 중 하나였다.


 “그나저나, 더글라스가 보내는 편지는 오랜만이군. 저번에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 편지는 가져왔나?”


 “아, 그게 말이죠. 손님께서 반드시 직접 전해줘야 한다고 해서요.”


 “그래, 그러면 응접실로 내가 가면 될 일이지. 안내하게.”


 “네! 오늘은 제가 특별히 아주 맛있는 스콘을 구워드릴게요.”


 “아니, 제발 부탁하는데 오늘은 이 근방 가게에서 파는 스콘으로 주게.”


 “네? 하지만, 주인님의 친구분들은 전부 제 스콘을 좋아하시잖아요.”


 “이번 손님은 다르잖나, 마리, 네 스콘은 아주 개성 넘치니까 좋아하지 않을지도 몰라.”


 마리의 스콘은 정말이지 최악 중에서도 최악이다. 그 맛은 아주 퍽퍽하고 딱딱해서 10년은 바구니에서 말라비틀어진 채로 방치돼서 썩어가고 있는 호밀빵과 비슷하다. 그런 것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장담하건대, 아마 이 설명이 가장 적합한 설명일 것이다. 내 친구들은 전부 군인이라 음식을 남기는 것을 용납하지 못할 뿐, 그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존재는 미각이란 것이 없는 아주 불쌍한 사람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