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writingnovel/48166798?p=2 -전편


 친애하는 로렌스에게.


 안녕하신가? 그리고 강녕한가? 자네야 그 으스스한 저택에서 따분한 일상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으니, 이렇게 묻는 일이 멍청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하지만, 이해를 좀 해 주게나. 나에게 편지를 쓰는 재주가 없다는 것은 자네나 나나 모두 잘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그래, 이딴 으레 변명처럼 늘어놓는 구질구질하고 진부한 인사치레는 다 갖다 버리자고. 이렇게 편지로조차도 정말 빌어먹게도 오랜만이군.


 그래, 내가 아는 자네라면 지금쯤 내가 무슨 일로 편지까지 보냈나 궁금해하고 있겠지. 자네가 아는 나라면, 언제나 불쑥 찾아와 시답잖은 소리나 하다가 사라지는, 역마살이 낀 전직 군인일 테니까 말이네.


 자네, 혹시 기억하고 있나? 아니, 당연히 기억하고 있겠지? 자네가 나를 정신병원에 집어넣은 일 말이네. 나는 잘못하면 머리에 구멍이 뚫려서는, 입에서는 침이 질질 새고 평생을 간호사에게 보조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 될 뻔했지. 자네는 날 한 번 죽일 뻔했다는 말이네. 그러니 부디, 이 편지와 함께 찾아온 아이에게는 그런 일을 하지 말게나. 그녀는 내가 겪은 일과 아주 비슷한 일을 겪은 불쌍한 아이란 말이네. 


 그래, 그 빌어먹을 악마숭배자들. 그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네. 내가 몇 년 동안이나 쫓아다녔지만, 꽁무니도 잡히지 않았던 그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단 말일세. 그래, 자네는 또 내가 미쳤다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녀가 겪은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그녀는 기억이 온전치 못하네. 아마, 내가 그랬던 것처럼 헛소리들을 지껄일 거야. 내가 어느 정도는 설명해 놓았지만, 아마 그녀가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걸세. 그리고 내가 찾아갈 때까지 잠시동안만 그녀를 맡아주기를 바라네. 


 미안하네. 자네가 보모가 아닌 것은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친구 중에서 가장 적합한 사람이 자네였단 말일세. 나는 이 일이 끝나면 자네를 찾아가겠네. 그러니 나와 마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보듬어 줄 수 있겠나?


 추신. 그녀를 아주 잘 감시하는 것이 좋을 거야. 내가 아는 자네라면, 알아서 잘할 것을 아네만, 그녀는 지금 아주 불안정한 상태라네. 부디 그녀를 구해주게.

 

자네의 오랜 친구 더글라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