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균열

-본 소설은 실제 역사와 다르며, 특정 종교, 단체, 인물과 연관 없고,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한 허구의 이야기 임을 밝힙니다.-
















“가주님, 쇼군님께서 입성하라 요청하십니다”
나카이오 신사의 무녀 한명이 나카이오 저택의 문지방 앞에 서서 말했다.
“알겠네, 곧 가도록 하지”
그 문지방 너머에는 나카이오가의 가주, 나카이오 무이가 있었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그는 훤칠한 외모로 세간에서 인기가 높았다. 반란군 20명을 혼자서 상대해 승리를 거둘 정도로 뛰어난 검술 능력을 갖춘 그는 쇼군의 신임을 사기에 충분했고, 그에 따라 방금처럼 쇼군에 의해 궁에 입성하라는 명이 자주 떨어 졌디.
하늘 빛 하카마 상의와 검은 하카마 하의를 고쳐 입고 그는 나막신을 신었다. 그러곤 하인이 건내주는 검을 허리에 차고는 길을 나섰다.
신사에서 궁까지의 거리는 1km정도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신사와 저택이 산에 위치한 탓에 말을 타고 오르내리기가 불편하다고 판단한 나카이오 가문은 절실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말을 타지 않았고, 이는 현세대에도 유효했다. 절대로 단 한번도 나카이오 일가의 사람들은 그런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말을 타지 않으면 말의 발굽소리 대신 자연의 소리와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며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나카이오 가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가주 아저씨! 안녕하세요!”
“나카이오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산의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과 바로 코앞에 있는 시장을 지나면서 항상 듣는 말이다. 그런 말에 웃음으로 답하기는 하지만 그는 내심 자신의 나이가 21세인데 어르신이라는 소리를 듣기엔 너무나 이르다고 생각했다.
신사에서 내려와 오른 쪽으로 꺾으면 보이는 이 복작거리는 시장거리는 다양한 국적의 상인들이 자기나라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어온 새로운 문물들을 지나 앞으로 쭈욱 걸어가기만 하면 어느새, 그는 카미자와 막부의 성채 앞에 도착하게 된다.
성을 둘러싼 작은 수로 위의 다리를 건너고, 석재 계단을 오르면 쇼군이 머무는 궁이 들어 나게 된다.
“직함과 성함, 방문 목적을 밝히시기 바랍니다!”
대문을 넘고 성의 본문을 넘어 들어가려던 무이를 한 병사가 창을 들어 멈춰세웠다.
“나카이오 가문의 가주, 나카이오 무이. 쇼군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만”
“알겠습니다. 확인이 될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병사가 정중히 그에게 부탁했다.
“그럴 필요 없어”
병사의 뒤에서 한 여자가 말했다. 백색의 머리에 주황빛 눈동자를 가지고 등 뒤에 황금빛 환이 떠있는 자, 카미자와 시노부, 태양의 쇼군으로 불리는 현재의 쇼군이었다.
“나카이오 가문의 78대 가주, 나카이오 무이, 쇼군님께 인사드리옵니다.”
무이가 허리를 숙여 경의를 표했디.
“격식차릴거 없어. 들어와. 급히 논할 일이 있으니.”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자네는 내가 다시 나올때 까지 성에 아무도 들이지 말고”
쇼군이 나카이오를 막아세웠던 병사를 향해 명했다. 병사는 창을 바닥에 내리꽃으며 경례를 취하고는 성의 대문을 향해 돌아갔다. 쇼군은 돌아가는 그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고는 나카이오에게 가자는 손짓을 보내며 성채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쇼군의 개인 집무실…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다다미가 깔린 일반적인 방이었다. 벽에 붙어있는 옻칠이 된 책장 위에는 다기와 여러가지 서류를 엮은 책들이 올려져 있었다. 쇼군은 그 중에서 다기와 두꺼운 책 하나를 꺼내어 방 가운데에 있는 탁상에 올려놓고는 창문을 등지고 앉았다.
“그래서 논할 일 이시라는게…”
무이가 무릎을 꿇어 시노부의 맞은편에 앉고 허리에 찬 칼을 풀어 옆에 내려 놓았다.
“최근에 이상한거 느끼지 못했어?”
그녀가 차를 우려내며 물었다.
“아니오 크게 없습니다만… 어… 국내 실종자 수가 갑자기 는 것과 벚나무 개체수가 굉장히 감소했다는 것 말고는 크게…”
“바로 그거야”
쇼군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곧이어 차를 따르는 소리가 청아하게 방을 메웠다.
“국내 실종자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봐”
“그들은 모두 광부거나 그들과 관련이 있다라는 공통점이 있군요.”
“그리고 벚나무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다기를 양손을 모아 든 쇼군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많이 뜨겁네… 뭐. 아까하던 얘기를 계속히자면, 죽은 벚나무 들은 모두 광산이 부근에 자라고 있었지”
“차는 좀 식혔다 드시죠. 그런데 그 두개의 특이한 연관성이 있습니까? 우연의 일치 일수도 있잖아요?”
그가 쇼군의 차를 받아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두고는 바람에 휘날리는 김을 바라보며 말했다.
“광부들과 실종자 명단이야”
시노부가 책을 건냈다.
“음? 직업이… 광부, 고고학자, 천문학자, 식물학자..? 광부만 있는게 아닐 뿐더러 고고학자와 천문학자는 왜..?”
책을 받은 나카이오가 책장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내 생각엔 말이야, 단지 내 상상일 뿐인데”
“그 문명의 흔적이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아래에 건재하다는 거지”
“그 문명라뇨? 설마 쇼군님께서도 그 전설을 믿으시는 겁니까?”
“확신은 없어. 다만 유적이 있기에 고고학자가 광산으로 향했을거고, 천문학적 지식이 팔요했으니까 천문학자들도 동행을 했겠지라고 생각하기에, 알려지지 않은 문명에 그 문명이 천문학적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면 이 모든게 들어 맞지. 그리고 넌 지금 그 증거를 가지고 있잖아?”
“전설은 전설일 뿐입니다. 유독 오래가는 명검일 뿐이죠. 그러면 벚나무는요?”
“내가 사람을 보내봤는데, 목격자가 있다더라고”
그녀가 서류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목격자가 마지막으로 본건 엄청나게 밝아진 달빛과 광산 주위로 퍼진 은백색의 파장이었고, 다른 식물들은 멀쩡했는데 벚나무는 이에 닿자 마자 바로 죽어버렸고. 그후 며칠 뒤에 산에 들어간 사람들은 모조리 사라져버렸다고 증언했데”
“!”
나카이오가 갑자기 위협을 감지한것 처럼 바닥에 놓은 카타나를 집어 차고는 검의 자루에 손을 올렸다.
“제가 신호하면 몸을 낮추십쇼”
그가 시노부에게 말했다. 옅은 바람이 그의 하카마를 펄
럭거리게 할 정도로 세게 불다가 거짓말 처럼 점점 사그라 들었다.
“숙이세요!”
그가 외쳤다. 그와 거의 동시에 쇼군의 뒤에서 은백색의 균열이 발생하면서 공간이 벌어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가 나타나 괴성을 내며 쇼군을 공격하려 하였다. 하지만 나카이오의 검술실력은 상상을 넘을정도로 뛰어났고, 그는 곧바로 카타나를 빼어들어 괴수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바닥으로 쓰러진 괴수를 보니 형상이 마치 사자같은 갈기를 가진 늑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이한 점은 갈기는 달빛과 같은 영롱한 빛을 내는 것에 반해 가죽은 회색빛을 띈다는 것이었다.
“성밖으로 피하시죠”
그가 쇼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어서요!”
그들은 곧장 방에서 나와 성밖을 향해 달렸다. 그들을 뛰는 와중에도 뒤에서는 계속해서 균열이 생기며 나타난 괴수들이 쫓아왔다.
“쇼군님의 안위를 지켜라!”
나카이오가 성채 밖으로 나오면서 주위에 있던 무사들에게 외쳤다. 말이 끝나게 무섭게 성안에서 창을 든 인간과 같은 형상에 얼굴이 없는 괴수가 튀어 나왔다.
무사들은 곧장 검을 들어 괴수를 공격했지만, 괴수에 닿는 칼날은 손톱만큼도 생채기를 내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나며 부서져 버렸다. 괴수는 괴성을 지르며 창을 휘두르며 무사들을 잔혹하게 도륙냈다. 병사들은 눈 앞에서 상사를 잃고 그들의 상사가 흘린 피를 뒤집어 쓰고는 두려움에 떨며  겨우 괴수를 향해 창을 겨누었다.
크아어아아!
얼굴없는 괴수는 괴성을 내질렀다. 병사들은 눈을 질끈 감고는 이 세상과 작별할 즌비를 했다.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과
서걱
무언가 크게 베이는 소리. 병사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괴수가 자신들을 반으로 갈라버렸을 텐데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사한명이 눈을 천천히 떴다.
그의 눈 앞에 괴수는 반토막 난채로 흉물스럽게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기리고 괴수가 사있던 자리 뒤에는 나카이오가 검을 빼어들고 자리에 서 있었다.
“성을 빠져나가서 주민들을 대피시켜라, 훌륭한 검사는 전투 중에 정신줄을 놓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운건 이해하지만, 국가의 충실한 군인으로서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도록.”
나카이오가 주저 앉아있는 병사들을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늑대 괴수들이 뒤에서 나카이오에게로 달려왔다.
이아앗!
그는 칼을 잡고는 뒤를 향해 휘둘렀다. 재빠른 두 놈이 피하긴 했지만 베이게 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피한 두 녀석들은 상처를 쳐다보고는 괴성을 다시한번 내질렀다. 하지만 그도 잠시, 무이는 두 놈 사이로 날아올라 바닥을 내리찍으며 충격파로 늑대들을 공중에 띄워 무장해제 시켰다. 그리고 그는 곧장 바닥에서 칼을 뽑아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면서 늑대를 토막 냈다.
“신사로 가시죠, 나무가 많아서 추적하기 어려울겁니다”
당황한 쇼군을 향해 그가 말했다. 그러곤 쇼군과 함께 성 대문에서 도시를 바라보았을때에는 그도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거리의 벚나무는 말라 죽고, 시장가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참히 살해당한 사람들의 피와 살덩어리로 얼룩져 있었다. 거리에는 달의 색과 비슷한 피부를 가진 늑대들이 돌아다니며 먹잇감을 찾아 돌아다니고 무슨 사이비 교단 같은 복장을 한 하늘을 떠다니는 자들이 무고한 민간으로부터 금빛 기운을 뽑아내고 있었으며, 얼굴없는 창병들이 저 멀리서부터 무리지어 천천히 성을 향해 다가왔다. 그 행군하는 괴수들의 앞에는 흰 후드을 써서 얼굴을 가린 여성이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아 성을 향해 다가왔다.
무이는 다시한번 그의 카타나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뒷발을 힘차게 구르며 괴수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달의 신관으로서 명하노니, 시간은 멈추리라”
후드을 쓴 여자가 말했다. 모든 것의 움직임은 멈추고, 그녀를 향해 몸을 날린 나카이오 역시 공중에 그대로 멈춘채로 빛나는 카타나를 휘두르는 자세를 취할 뿐이었다.
“제 말이 들리시죠?”
여자가 말했다. 놀랍지만 정말로 그는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그 말을 들을 수는 있었다.
“아아, 아름다운 월륜도군요. 얼마만에 보는지…”
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카타나의 날을 어루어 만지며 말했다. 그러다가 곧바로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헛기침을 했다.
“큼. 시련을 통과하셨군요. 과거에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던 잊혀진 문명의 부활을 위해 계속 힘써주세요. 이제 여기서 당신의 충직한 하인은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루나를 위해”
그녀가 빠르게 말했다. 그러곤 곧이어 이해할 수 없는 미소와 함께 손을 튕기어 시간을 다시 흐르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도시를 돌아다니는 괴수가 전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자신도 사라지는 와중에도 여성은 기분 나쁜 미소만을 계속 내보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균열이 생기면서 들리는 공간 째지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는, 피와 통곡의 소리로 가득 찼다.
나카이오는 곧장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도시는 참으로 참혹했다. 상가는 모조리 무너져 있고, 거리에는 피가 뒤섞인 살덩어리가 마구 널려 있었고, 잔혹하게 물어뜯긴 사람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그런 시체 옆에서 통곡하며 우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모든 걸 포기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쇼군이 입을 틀어막으며 중얼거렸다.
“가주님!”
산으로 통하는 길목에서 하늘색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창과 활을 들고 달려왔다.
“앗! 쇼군님도 계셨군요!”
병사 하나가 경례를 올리자 병사들은 일제히 거수경례를 취했다.
“다른 봉행에도 연락하도록, 피해 복구에 힘쓰는 것이 지금으로써의 최선이다. 피해 상황 데이터를 모으고 나에게 보고해라. 나는 쇼군님과 함께 신사에 있을 것이다. “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가시죠, 여기 있기엔 위험합니다.”
병사들을 바라보는 시노부를 향해 그가 말했다.
“그래…”
끔찍한 현장을 뒤로하고 그들은 나무가 울창한 산을 향해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산 위의 신사에서 푸른 눈동자의 무녀가 난간을 만지작거리며 이 모든 광경과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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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쓰던 느낌 되살려서 쓸려고 하는데... 역시 시간이 지나니 필력이 딸리네요... 피드백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