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자연을 오염시켰다. 자연은 문명을 침식했다.


결국 승자는 자연이였다. 이 땅이 모든 방면에서 쪼개질때, 더이상 조화로운 기계음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기계가 서있다. 기계는 움직였다. 심장은 영원히 작동되었다.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것을 눈에 담을수 있었다.


사막의 나라는 다시금 비옥해지기 시작했다. 이젠 그 누구도 살지 않지만, 파괴적이고도 충동적인 침공의 영향으로 나일강은 기이하게 뻗어나갔다. 이젠 사막 전체를 지나는 크고 작은 자손 강들로 나뉘어졌다


기계는 언덕위에 올라갔다. 이 언덕은 풀이 무성했다. 사실 언덕이라기에는 너무 크고, 산이라기에는 너무 작았다. 그것의 모양은 삼각뿔이였다.


흙 아래에 묻혀져있는 벽돌은 대체 뭘까?. 설마 누가 산 아래에다 무덤을 세운걸까. 그 누구도 알수없다


***


기계는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신성하고도 피를 많이 머금은 곳에 도착했다


두개의 깃발이 서로를 향해 창을 찌르듯이 걸려져있었다. 원형건물은 많은부분이 박살나 있었다


기계는 길을 걷던 도중 부서져가는 벽을 마주했다. 원형건물 옆의 그벽은 오래된것이였다. 다시금 원래 모습을 되찾는것을 원하던 벽이였다


기계는 벽을 밀쳤다. 쿵. 벽은 무력하게 무너졌다


통곡이 무너졌다. 모스크도 무너졌다


사람은 무너졌다. 해서 여긴 더이상 성지가 아니다


***


기계는 배를 탔다. 참 이상하게도, 그 어떤 파도도 없었다. 그저 잔잔한 물결만이 보였다


이것도 멸망의 증거인걸까?. 기계는 무언가를 찾고있었다


그리고 그때. 기계는 물속으로 스스로 가라앉았다. 가라앉고 가라앉아 어떤 수중잔해 앞에 다다랐다.


그것의 이름. 모스크바. 두번이나 가라앉은 이름.


이것 그 첫번째였다. 기계는 다시금 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모스크바는 아니다. 이미 첫번째를 봤으니까


그 누구도 사용된 무기를 바라보지 않는다.


이제 무기를 들 자들도 없으니


***


기계는 매우 흥미로운것을 찾았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개조된 가축이였다


가혹하게도, 인간은 이 동물에게 고기로써의 희생뿐만 아니라 산란의 고통도 얹어줬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그들은 모두 없어졌으니


그리고 그순간. 가축이 서있는 자리가 폭발했다. 가엾게도 지뢰를 놓은곳이였다


기계는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말한다한들 알아들을 턱도 없으니까.


바이러스는 죽어서도 피해를 준다는데, 어째 좀 비슷한 상황이였다


***


여행하는 기계들 사이에서 특이한 자료가 전파되고 있었다


거의 유일하게 남은 인간의 서적.


그리고 오늘 기계들이 모여서 다같이 읽을 시간이였다


책의 색은 붉은색이고, 낫과 망치가 그려져있었다


사회주의. 책 이름은 그러했다


***


과거. 이땅은 온난화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계가 보는 북극은 더 추워졌다. 다행히도 기계는 기계였다. 기계는 고장나지 않았다


그리고 기계는 처음으로 화석이란것을 발견했다. 정확히 말하면 미라와 같은 것이였다


기계는 눈속에 묻혀있는 이 시체. 코가 길고 덩치는 큰 생물이 뭔지. 가능한 한 검색하고 분석했다


이것을 가리키는 이름을 찾았다.


이제부터 이녀석은 코끼리다


***


기계는 처음으로 논리적 오류속에 빠졌다


왜 남극대륙이 하늘에 떠있는걸까, 왜 온통 회색일까. 왜 공격적이고도 공격적이면서 그냥 공격적인 토끼들이 달려드는것일까


그렇게 한동안 움직이다가 기계는 대륙 한가운데에 놓여진 흰색 깃발을 찾았다


eagle is landed


기계는 사진을 찍었다


***


바다에 새로운 섬이 생겼다!. 기계는 폴리네시아풍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이동했다


진짜 섬이였다. 온갖 쓰레기들이 쌓여서 발을 딛고 서있을수 있을수준의 땅을 만들고, 그 섬들 주변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있었다


그중에는 핵추진 항모랑, 서플라이급 보급함들도 있었다. 이제보니 이곧은 기계들의 휴게소로 변한듯 보였다


과거, 조국을 지키기위해 배에 탄 이들이 누웠을 침대위에 앉으면서. 기계는 메모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석유를 얻었다. 만세


***


기계는 더이상 움직이기 힘들었다. 모든 기계들의 운명이, 기계에게 다가왔다


다리를 움직일수 없게된 기계는 과거 화성의 위대한 로버. 스피릿의 행동을 따라했다.


그가 서있는 곳은 땅과 연결된곳중 가장 높은곳이였다. 수많은 인간들이 이곳을 정복하고자 하였고 깃발을 꽂았으나, 그들도 시간에 의해 눈속에서 숨이 끊어졌다


그런면에서 기계에게는 위대한일이였을것이다. 기계는 깃발을 꽂지 않았다. 그 대신 최대한 그곳의 풍경들을 모았다


미세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높은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충분히 가치있었다


그리고 기계는, 멈췄다. 영원히.


가장 큰 슬픔은


이 기계가 보고 느낀것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것이다


뭐, 혹시 모르지. 또 누군가가 이 산을 정복하러 올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