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이후의 세계 모음집






“브레든 옛날 사람들은 철로 된 새를 타고 날아다녔데.”

“거짓말하지 마 캘리. 사람이 하늘을 어떻게 난다는 거야.”


진짜라며 울먹이는 캘리를 따라 이동한 곳에는 정말로 거대한 새들이 늘어서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는지, 새파란 풀들이 몸체를 반쯤 뒤덮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사람들은 저렇게 큰 새들을 어떻게 길들인 걸까.





바이타 할머니의 집은 굉장히 이상하게 생겼다.

할머니 말로는 아득히 먼 옛날에 거대한 파도에 떠내려온 강철 배라고 하는데 가까이 가보면 정말로 커다랗다.


저렇게 큰 배가 떠내려올 정도면 파도가 얼마나 높았던 걸까.




“아가, 달님께 감사하려무나.”

“왜요 할머니?”

“아주 먼 옛날 사악한 태양신의 화마(火魔)에 혼란에 빠진 시절. 

조상님들께서는 달의 신 님께 간절히 기도를 올렸단다. 

이를 갸륵히 여긴 달의 신 님께서 우리를 보우하시어, 우리를 다시금 번성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게야.”


소녀는 할머니의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태양 신이 온 세상을 이런 황폐한 폐허로 만들 동안, 옆에 있던 달의 신이란 작자는 그저 방관했을 뿐이다.


소녀는 할머니가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당신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젠장, 배고파 죽겠네.”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 겨우 이곳을 발견해 뛸 듯이 좋아했는데, 하필이면 이런 고대 유적이었다니.


이런 곳에 사람이 살리가 없잖아.


소년은 작열하는 정오의 태양빛을 피해 그늘에 앉아 여러 불만을 중얼거렸다.






“저곳엔 사람들이 없었어.”


낡은 서류들과 재개발이라는 문구가 대문짝만 하게 적힌 지도가 달려있는 '대길 부동산'. 수백 년 전에는 집들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방문객이 드나들었던 그곳을 찾는 이는 이젠 그녀 한 명뿐이다.


정든 마을 '인천 베이스캠프'를 떠나, 모험을 해내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기대를 품고 도착한 부천 베이스캠프 마을은 수십 년도 더 전에 쇠락한 모양이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딘가엔 분명 다른 마을이 있겠지!


그녀는 지도에 엑스 표시를 남긴 뒤, 다음 목표지를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이봐 모하메드. 이 기괴한 능선은 대체 뭐야?”

“맞아 카심 넌 이 도시가 처음이라 했지? 글쎄 나도 이게 뭔지는 잘 몰라. 어른들은 철마(鐵馬)의 무덤이라고 부르던데.”


카심은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쇳덩이들이 어딜 봐서 말(馬)이라는 거야. 하여튼 간에 옛날 사람들 거짓말하는 건 알아줘야 한다.


저 무거운 쇳덩이들이 어떻게 움직인다는 것인가.


카심은 피식 웃으며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능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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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라이브에 딱히 이런 거 올릴 데가 마땅치 않아서 요기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