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난 달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책에서 나오는 닐 암스트롱처럼, '이글은 착륙했다'같은 멋진 말좀 내뱉고, 발자국도 좀 남기고, 별들도 좀 보고, 깃발도 세우고 사진도 찍어보고 싶었다. 창백하고 공허한 회색 땅 위에서, 푸른 별을 보고 싶었다. 그 광경을 눈에 담고 멋지게 돌아와서 평생 안주거리로 사용하고 싶었다. 어렸을때의 나야. 만약 너가 이걸 보고있다면 놀라 까무라칠거다. 


왜냐하면 난 지금 우주여행중이거든. 그것도 초호화 여객선으로. 부럽지? ㅋㅋㅋㅋ


'승객 여러분께 안내말씀드립니다. 본 함선은 곧 델포이 행성에 도착합니다. '


델포이 회의. 마법연맹 주도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범우주적 회의라고 한다. 차원연합 내의 수많은 유명인사들과 신적 존재들이 모이는 회의.  여기 참가하는것 자체가 우주적으로 중요한 이들이라는것과 다를게 없다고 한다.


근데 난 왜?. 심지어 초대장의 이름도 내가 제일 크다. 대체 내가 뭔데 이러는걸까

"심란한 표정이군"


내 스승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높으신분들 잔뜩 만나게 생겼는데 심란하지 않으면 이상하죠"


"뭐야. 너희들 여기서 뭐해? "


아 시발. 그 목소리를 잊지 못한게 참 후회된다. 흰색 로브를 걸친 붉은 눈의 소녀가 걸어왔다. 누군지 말 안해도 알것이다. 내가 어떻게 잊겠나.이녀석을 어떻게 잊을수 있겠나. 처음 보자마자 신경을 긁고 소름끼치는 마법으로 죽이려고 했던 녀석을


"녹스"


먼저 입을 연건 내가 아니라 사이키였다.


"안녕 사이키. 그리고 거기 인간도~ "


"저희 지금 식사중입니다. 방해하지 마시죠"


난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무 적대적으로 행동하는게 이상할것이다. 하지만 이사람이 내 심정을 긁기 위해 내뱉은 온갖 정신공격을 듣는다면 이상하기는 커녕 당장 총을 갈기는게 당연하다는듯이 여기게 될것이다. 이곳에서의 윤리개념과 사회 개념이 내가 살고있는 세상의 것과 어느정도 차이가 있을지라도 결국 같은 흐름을 공유하고있다.


하지만 내앞에 서있는 이사람은 마법사들 기준으로도 지나치게 잔혹하고, 가학적이며, 퇴폐적이면서 그냥 미쳤다고 말할수밖에 없었다. 광기를 일으키는 빛을 다루는 마법을 익히겠답시고 지 스스로 미친년이다.


당연하게도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 머리아픈건 나다. 분명 십중팔구로 말에 마력을 담아서 내 정신을 긁을테니까. 그래서 이렇게 행동한거다. 사이키도 옆에서 납득하는듯한 표정을 지었으니, 남의 표정 잘읽는 백야의 마법사가 눈치채지 못할 이유는 없을것이다.


"미안하군 녹스. 내 제자가.. 너한테 트라우마가 좀 있어서"


"날 멀리하는 분위기네... 뭐 어쩔수 없지"


내가 하는 말에는 반응도 안하더니, 사이키가 말하니깐 시무룩해지고는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거기 젊은이. 가지 말게나"


뒤에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녹색 로브를 걸치고 허리에는 보기만해도 어마어마한 마력이 느껴지는 검을 찬 노인이 나타났다. 검날이 보이진 않았지만 마력이 계속 뿜어져 나오는걸 보아하니 마검의 일종인거같았다. 딱봐도 범상치 않은 이 노인이 나타나니깐 사이키랑 녹스도 어쩔줄 몰라하는것같았다


"자리가 두개나 비었는데, 낭비하면 안되지. 앉아도 되겠나? "


"..물론입니다. 녹스, 너도 앉아"


"아..아!. 그래야지!. 야 이거 느낌 좋네. 하하하"


이야 저새끼가 식은땀 흘리면서 벌벌떠는건 처음 봤다. 대체 이 사람이 누구길래 다들 이러는걸까


"저.. 혹시 누구세요? "


그러자 노인을 제외한 사이키와 녹스는 물론이고와 다른 자리에 앉은 이들도 얼어붙고는 날 바라봤다. 뭐야 나 뭐 잘못말했어?


"야.. 너 이사람이 누군지 몰라? "


녹스가 기는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아니 시발 처음보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알아. 누군데? "


"허허. 괜찮단다 녹스. 칼 대륙 출신도 아닌데, 너무 몰아붙이는것같지않니"


노인은 건틀릿 끼운 손으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난 쿠스토스라고 하네. 보아하니 우리 모두 델포이 회의로 가는것같은데. 앞으로 잘 부탁하세. 그 이름이.. "


"신승우입니다. 아깐 죄송했습니다. "


나도 모르게 통성명과 사과의 말이 나왔다. 그러고보니 초대장에 이사람 이름도 적혀있었다. 그럼 이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지?. 마법사는 아닌것같은데


"흠. 이제 도착했나보군. 다들 식사는 끝냈겠지. 어서 가세"


우린 자리에서 일어나 함선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향했다. 드디어 델포이 행성에 도착한것이였다


***


광경은 어마어마했다. 거대한 고딕 양식의 성을 중심으로 구름까지 뚧은 도시들과, 그 너머의 아름답고도 이질적인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간단히 말해 완벽한 행성이였다.


이제보니 하늘에는 거대한 고리가 공전하며 마력들을 살포하고있었다. 이 행성에는 공장단지도 있고 거기서 나오는 연기도 만만치 않은데, 아무래도 저 고리때문에 자연환경이 보존되는것같았다


"어서오십시오. 백야의 마법사, 법칙의 마법사. 그리고... "


안내원은 날 보더니 바로 초대장을 번갈아가며 보기 시작했다.


"신승우"


"아!. 신승우님이셨군요!. 이거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


안내원은 내 옆에 서있는 쿠스토스를 바라보자 바로 무릎을 꿃었다. 그것도 갑자기 말이다


"대.대기사 쿠스토스. 왜 사지타리호에서 내리셨는지.. "


"내가 이 여객선을 타고 오면 안됐단 말인가?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


"두려워 하지 말게. 질책하는게 아니니까. 이 여객선이 지나가는 경로에 내가 구경하고 싶은 행성이 있어서 탄것뿐이네. 두려워 말게나"


"저. 진짜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요"


난 쿠스토스에게 질문했다


"무슨일인가? "


"진짜 뭐하는 사람이세요? "


"그냥 별볼일없는 기사라네"


그순간 인파가 몰려왔다.


"아 이런. 이거 아무래도 떨어져야겠군. 나중에 회의때 보세"


그러면서 그는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그래 일단 전 우주에서 모이는 회의니 사람들은 겁나 많을게 당연했다.


"그럼 나도 이만 가볼게 사이키. 니 제자 잘 챙겨주라고~ "


그러면서 백야의 마법사도 빛 사이로 사라졌다.


"본회의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니 구경이라도 하게나. 어쩌면 여기서 인맥을 쌓을수도 있지 않겠나"


"뭐 친구라도 사귀라는겁니까? "


"비슷한거지. 델포이 회의에 참석한다는건 매우 귀중한 기회라네. 허나 그 성격은 단순한 회의가 아니지. 이곳에서는 전 우주에서 온 명망높은 마법사, 학자, 정치인, 국가나 조직의 수장, 심지어는 신적 존재들까지 모여서 회의를 여는곳이라네. 그리고 이곳에 온 이들 대부분은 이곳에서 최대한 아군을 모으려 하고있지. 본회의 이전의 이 시간이 존재하는게 바로 그 이유때문이라네. 어떻게든 인맥을 쌓게나. 아군이 많을수록 좋다네"


사이키는 손목의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어딘가로 달려갔다. 내가 말하는것도 듣지 않고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아니 이러면 내가 미아라도 된것같잖아. 난 여기가 어떻게 생겨먹은곳인지 모른다고


"혹시 길 잃은건가요? "


그때 뒤에서 코트를 걸친 고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소년이 걸어왔다. 내가 오랫동안 마법을 사용한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흐름정도는 볼수있었다.


아무래도 내앞에 서있는 이사람은 마력을 숨기고있는것같았다.


"초대장은 있어요?. 혹시 이름이.. "


"신승우입니다"


그러자 소년은 얼어붙었다. 그 표정은 마치 죽은사람을 본듯한 얼굴이였다. 하지만 이내 알수없는 미소를 지으더니 손을 내밀었다.


"이거 이상한 운명이네요. 제이름은 레베라고 해요. 보아하니 우리 모두 본회의까진 할게 없는것같은데 같이 돌아다녀볼까요? "


초면에 이렇게 권유를 해오니 좀 미심쩍었지만 뭐 딱히 할일도 없으니 따르기로했다. 어차피 본회의까지는 시간이 겁나 오래걸리니 친구사귀는 느낌으로 돌아다녀보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뭐 좋죠. 여기 길 잘 압니까? "


"네. 근데 처음와봐요"


길은 아는데 처음왔다니, 지도를 외운건지 아니면 횡설수설하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아.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도 돼죠? "


"당연하죠. 아 그럼 나도 말 놓아도 되지? "


"물론이죠"


이새끼 사회생활 잘하네.


***


그래. 이 웅장한곳을 둘러보니깐 한가지는 알수있었다. 여긴 진짜 엄청난곳이라는것. 둘러보면서 여러 사람들이랑 예기를 주고받았다. 문제는 그사람들이 죄다 높으신분들이라서 문제지.


"잔뜩 긴장했네요. 이런곳은 처음와보는건가요? "


"말도 마라. 나같은 서민이 이런곳에 올줄은 몰랐다고"


"그래도 좋은점은 있잖아요? "


"뭐 술맛은 나쁘지 않은데"


그때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물론 내껀 아니였다. 난 진동으로 해놓았으니까. 소리의 근원은 레베의 코트 주머니속에 있었다


"아 이런. 동생이 연락했네요. 잠깐만요"


레베가 핸드폰을 귀에 대려고 한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검 하나가 떨어져 바닥에 꽃혔다. 워매 시벌 뭐야


"이제와서 전화하는거야? "


그리고 뒤에는 레베와 비슷한 또래의 소녀가 서있었다. 아무래도 레베가 말한 동생인거 같은데 전혀 닮지가 않았다. 레베는 완전 검은색인데 저 동생분은 완전 하얀색이였으니까. 더군다나 다채롭게 표정이 변하는 레베와는 다르게 소녀의 얼굴은 매우 무미건조했다. 분명 말하는건 화날때 쓰는 투인데 목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


"아. 젠?. 내가 다 설명할수있어"


"방금 인파속으로 사라진것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했는지 알아?. 레베, 우린 붙어다녀야해. 여기선 장난쳐선 안된다고"


"동생 나도 잘 알고있어. 내가 니 오빠잖니. 아 그 예기는 나중에 하고 나 친구사겼다?. 형, 제 동생이에요. 젠, 내 새 친구야"


"젠이라고 해요"


"어 그래 안녕. 내이름은 신승우야. 그냥 승우라고 불러"


얼떨결에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첫인상이 좋지 않은것같긴 하지만.


"초대장에 이름이 적혀있는걸 봤어요. 어느 소속이시죠? "


"아 내가 어느 소속은 아닌데... 법칙의 마법사 제자라고 하면 될까? "


"와.. 형 대마법사 제자였어요?. 아니 왜 저한텐 말을 안했어요? "


"니가 안물어봤잖아. 여기 온 다들 엄청 서로 소속 물어보던데 넌 한마디도 안하더라"


내가 한 말에 젠은 무언가 걸리는듯 생각에 잠겼다


"저기.. 무슨 문제있어? "


"아니요. 잠시 생각을 좀 했어요 "


"그러고보니 너희 둘은 어느 소속이냐?. 그리고 마력은 왜 숨기고 있어? "


내 말에 둘다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둘이서 멀리 떨어지고는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눴다. 뭐야 나 또 뭐 잘못 말한거야?


그리고 그때, 안내방송이 울렸다


'곧있으면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니, 참석자들은 모두 중앙시설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아 이런. 가봐야겠네요. 나중에 봐요 형. 가자 젠"


"어..그래. 나중에 보자"


드디어 본회의가 열린다.


***


회의장은 내가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원형경기장같은 형태에 가운데에는 회의를 진행하는 자들이 앉을법한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는 수백개의 조각난 마석들이 마치 별자리처럼 떠있었다.


어느세 사람들이 이렇게나 모였다


"긴장되는가? "


그리고 내 스승 사이키도 어느세 옆에 앉아있었다. 아니 근데 그옆의 사람들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또 만났네 인간~ "


아 시발 녹스다.


"이런. 소개해야겠네. 내 대마법사 동기들일세. 다들 정식으로 인사하게나. 내 제자들인 승우야"


"안녕 승우~. 다시 인사하지만 백야의 마법사 녹스라고해~ "


"...예리코..."


"만나서 반갑구나. 매즈라고 하네. "


책에서 읽은적 있다. 예리코,매즈. 각각 메아리와 별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분들. 둘다 조용한 느낌이여서 적어도 백야의 마법사보다는 덜 꺼렸다. 그래 뭐든 백야의 마법사만 아니면 된다.


"모두 주목해주시죠"


그때 회의장 전체에 소리가 울렸다. 회의실 중앙에 서있는 자. 그는 8개의 매직핸드를 대동하며 주변들 둘러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누군지 난 알고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는 마법연맹의 부연맹장이다. 그리고 연맹장의 동생이고 인도자 프로젝트를 추진한 자다. 저 사람이 연맹장한테 인도자 프로젝트를 제의했을터.


"이번 델포이 회의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우리 마법연맹은 초상세계의 대표이자 차원연합의 맹주로써 주기적으로 델포이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열릴때마다 거듭 참가해주시는 전 우주의 관료, 신들, 마법사들, 위정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매직핸드 3개가 하늘에 떠오르더니 삼각형을 그렸다. 삼각형에서 수많은 홀로그렘 화면들이 나오더니 참석자들에게 날아왔다.


"이번 회의 주제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우선 첫번째를 진행하도록 하죠. 안건을 내주신 센터행성의 신이시자 샬타의 주신. 태양신 카첼라꼐서 나오시겠습니다"


그러자 참석자 한명의 몸에 불꽃이 일더니 회의실 중앙으로 내려앉았다. 황금색 갑옷과 빛으로 덮은 눈을 보아하니, 신들은 역시 신들인가 싶었다.


"숲과 바다와 생명의 이름으로, 광명을 이끄는 신들의 일원중 하나로,나 태양신 카첼라는, 이번 회의에서 오로지 개인적인 감정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추구할것을 명시하겠나이다"


그리고 카첼라는 밝게 빛나는 검 한자루를 꺼내고는 갑자기 땅을 내려쳤다. 뭐야 시작부터 무력시위인건가?


"참석한 여러분. 제가 이번에 내놓은 주제는 인도자에 관한것입니다. 마법연맹의 비대칭 전력, 비록 전보다는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베일에 감춰진 그 전력 말입니다"


이에 관중석에 앉은 신적 존재들로 보이는 이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인도자?. 왜 갑자기 태양신이 인도자 예기를 하는걸까?.


"최근에도 인도자의 무력이 사용된 흔적이 나타나기도 했지"


관중석에 앉은 한 신이 입을 열었다. 내가 책에서 읽은것이 맞다면 그는 강철로 덮힌 코끼리의 모습을 감춘 킵차스의 주신. 아이움 마리우스 아무르티르일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불안감은 확실하다 부연맹장. 우리가 인도자를 묵인하는 이유가 있음을 잊지 말도록"


"고맙소 군신이여. 본론으로 넘어가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여러 분쟁에서의 마법연맹의 개입은 이 인도자라는 존재들이 확실히 차원연합의 삼두의회 체제에 큰 위협이 될거라는 증거가 되고있습니다. 2년전에 일어난 우상파괴 사건을 기억하시죠?. 신들이 부서졌습니다 신들이!. 그정도로 강력한 전력이 인도자죠. 그 창날이 우리 고등의회를 향하지 않을거란 보장이 있습니까? "


"기우에 가깝군요 태양신이시여"


내 스승, 사이키가 일어서서 말했다


"고등의회는 수천년동안 차원연합에 속한 백성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그 신념은 우리 마법연맹과 일맥상통하지요. 가장 큰 동맹을 우리가 왜 견제하겠습니까? "


"허면 왜 가장 큰 동맹과 군사정보 교환을 하지 않는거지요?.우리 신들은 셀레스티얼에서의 전력을 모두 알려주고 있소. 만신전의 쌓여가는 신앙의 척도도 알려주고 있지. "


그러자 사이키도 침묵했다. 뭔가 말하기 힘든게 있는것같다.


"그리고 전 샬타의 주신의 권한으로 이 인도자에 관한 존재들에 대해 조사해봤습니다"


작은 태양 구체가 하늘에 떠오르더니 홀로그렘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그것은 여러 사진들이였다.


"2년전의 우상파괴 사건과, 2달전에 있었던 배반자 신족의 살해는 모두 마법연맹이 주도했고, 놀랍게도 이를 주도한것은 인도자였으며, 더 놀랍게도 그 두사건의 인도자가 모두 동일인물이라는것을 알아냈습니다. 그 힘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아낼수 없었지만 외형은 똑같았지요. 이 외에도 이 인도자에 대한 기록들이 너무나도 많고 그 대부분이 신적존재들을 공격하는 기록들이였습니다"


이에 회의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마법연맹에 존재하는 인도자라는 전력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신을 죽일수 있다는 정보는 없었다. 핵무기도 신을 죽일수 없다. 영적인 무기들도 신을 무력화하는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화면에서 재생된 영상속에서는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인간 형상을 한 존재가 배반자 신이 깃든 신상을 일격에 반토막을 냈다. 


그것은 결코 일어날수 없는 일이였다. 신은 죽일수 있을지언정 쉽게 죽일수 없다. 그것이 신들의 시대가 진정으로 끝났음에도 많은 이들이 인정한 사실이였다.


"아 물론 저는 마법연맹을 질책하는게 아닙니다. 해명은 원하는거죠. 그도 그럴게, 이번 델포이 회의에는 인도자들도 참석했을테니까요. 그동안 델포이 회의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인도자들이, 이번 회의에서는 참석했다고 하니. 이는 분명 마법연맹에서 의사를 밝힐 의향이 있을거라 생각했소"


그러면서 카첼라는 광휘를 키우면서 부연맹장을 내려다봤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작디작은 필멸자를 광색 불꽃의 눈으로 째려보고있었다.


"자. 말해보시게 부연맹장. 무언가 숨기는게 있는가? "


"고등의회가"


호라이즌은 입을 열었다.


"정보들을 수집한다는건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수집할줄은 몰랐습니다. "


"진실이란 말인가? "


"물론입니다. 기록된 인도자 포함해서 인도자들중 1,2위는 연합에 배반한 신적존재들,더 나아가서 고등의회까지 견제하기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회의실에 참석한 상태입니다"


그러자 카첼라는 검의 불꽃을 키웠다


"신들을 능멸하겠다는거냐!. 너희 마법연맹을 그 어느 세력보다도 후원한 우리 신들을!? "


그때 누군가가 검을 튕겨냈다. 그가 검을 튕겨낼때 사용한것은 이세상의 것이 아니였다. 그리고 그 또한 내가 모르는자가 아니였다.


레베?. 아니 니가 왜?


"무기를 거둬주시길 바랍니다 카첼라. 여긴 신성한 델포이 회의입니다"


그리고 카첼라의 뒤에는 젠이 불타는 검을 든채로 날아왔다.


"네놈들이..그 인도자렷다? "


"맞습니다 위대한 카첼라. 전 인도자 2위 레베라고합니다"


"인도자 1위. 젠이라고 합니다"


"이들 모두, 신적존재들을 제거하기위해 만들어졌습니다.그 위치는 유사시 고등의회의 모든 전력을 제압하고도 충분하죠. 1위는 모든 신적존재들의 힘을 제한없이 사용할수 있습니다. 허락도 대가도 필요없죠. 이는 그 힘의 근원인 신들을 소멸시켜도 유지됩니다. 2위는 반대로 신적 존재들의 힘을 상쇄하는 힘을 지니고 있고 악마학에 능통합니다. 이들 모두 여기있는 고등의회 소속 신들을 카운터할수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부연맹장때문에 아예 넋이 나간 신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친한 친구가 뒤에서 자길 죽일 준비를 한다는걸 안다면 어떤 이유가 있든간에 납득할수가 없을것이다. 지금 이곳의 신들이 바로 그런상황이였다


"질문 있으신지요? "


"우리가"


카첼라가 말했다


"우리가 필멸자들과 평등의 조약을 채결하고 해온 수많은 덕들에 대한 보상이 고작 이거란 말인가?. 이 상황을 맞이하기위해 야훼가 유일신의 자리를 내려놓고, 우리 신들이 필멸자들의 정치에 맞춰주며, 때로는 그들의 전쟁에 이득없이 참전해야 했단 말인가?. 이 상황을 맞이하기 위해 지옥의 악마들과 종전협정을 채결하고, 셀레스티얼을 만들어야했으며 쥐죽은듯이 조용히 있어야했단 말이더냐?. 우린 너희들을 믿고 이리 행했는데 어찌 너희들은 우리의 믿음을 배반하였단 말인가?. "


"믿음을 배반했다니요"


호라이즌이 말했다.


"태양신이시여. 당신이 말한 사건들중 고등의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일들이 있었습니까?. 신들로부터 비롯된 일임에도 해결은 필멸자들이 하였습니다. 그것은 고등의회가 그동안 정세에 개입하지 않은탓이 크지요.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있습니다. 제가 이들의 존재를 알린 이유는, 고등의회의 경각심을 다시세우기 위함이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은 맞았다. 과거 거대한 계약이 채결된 이후 고등의회는 대대적으로 움직인적이 없었다. 그 행동은 더이상 신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필멸자들의 뜻을 존중하기 위함이였으나 결국 그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음을 알리는것뿐이였다. 하이브가 폭주하고 엔드차원이 거병을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고등의회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호라이즌에게는 그들을 견제할 최고전력들을 노출시킴으로써 경각심을 세우는것이 최선의 방법이였을것이다.


"허면 저 인도자들은 어떻할거니? "


관중석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월광이 빛이 감도는 가죽망토를 두르고, 얼어붙은 화살을 손에 쥐고있는 여신. 그녀는 어비스 산맥의 달의 여신 이네렐. 카첼라의 남매였다


"너가 보여준 정보는 잘 읽었단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심각해지지. 1위 인도자는 고등의회 신들의 힘을 제약없이 끌어다쓸수있고, 2위 인도자는 악마학의 모든것을 깨우친 자란다. 우리 고등의회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니? "


"맞는말이다. "


또다른 신이 입을열었다. 킵차스 동부 번헤임을 다스리는 전쟁과 학살의 신. 헬고르였다


"저들의 힘은 우리들에게서 비롯된것. 허면 저들의 관리는 마법연맹이 아닌 고등의회가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저들은 신들의 힘을 사용하는만큼, 신들의 사도가 되어 고등의회의 무력이 되어야 마땅하다. 병기로써 사용되어야 마땅하다. 파괴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권한은 당연히 너희 마법연맹이 우리에게 양도해야 한다."


"오. 그때 이후로 언제부터 신들이 필멸자의 의사존중도 하지 않은채 소속을 바꾸게 만들었던가요? "


"저희들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제복을 입은 필멸자 노장이 입을 열었다. 크레딧 연맹 로도스 함대 사령관. 로도스 밀라인이였다. 그가 입을 열자 다른 필멸자들도 동의하는듯 일어섰다.외교관, 조직의 수장들, 기업의 이사들, 그리고 여론을 확인하기위해 부른 대표단까지. 어차피 그들에게는 인도자라고 해봤자 그저 어린아이들뿐이니.


"아무리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한들 저 아이들도 결국 인격체입니다. 그들의 의사를 물어봐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우리들에게서 비롯되었다. 특히 저 1위!. 아무런 제약없이 우리들의 힘을 사용하는 그 능력은 용납할수 없다. 능력을 축출해야한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부연맹장이 목소리를 깔고 말하였다. 마치 경고를 하는것처럼


"그들의 선천적인 힘은 축출할수 없습니다. 축출하는 순간 목숨을 잃을테니까요. "


모든 이들이 두 인도자를 바라보고있었다. 인도자 2위는 입을 열었다


"누군가는 안타까워할거고, 누군가는 분노할거고, 누군가는 안도할 대답을 하겠습니다. 저희는 인도자로써 활동할겁니다. "


신들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카첼라는 불타는 눈으로 그들을 주시했다. 아무르티르는 찰나의 시간동안 강철의 무구들을 벼려내고 있었고, 헬고르는 다가올 전투를 기다리듯 웃고있었다. 그외에도 수많은 신들이 이를 갈고있었다. 오로지 유일하게 어비스의 신 이네렐만이 인자하게 웃고있었다


"다만, 저희들의 힘이 고등의회에서 비롯되었다는건 변명할수없는 사실이죠. 그렇기때문에 전 제 동생과 오랫동안 상의해봤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들의 힘은 고등의회에서도 어느정도 지분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말은? "


이네렐이 관심이 있다는듯 말을 꺼냈다. 


"그렇기때문에 저희 인도자 1,2위의 명령 권한 일부를 고등의회가 지니도록 부연맹장님께 허가를 받았습니다. 고등의회는 저희 둘이 허락받을수 있는 선에서 저희의 무력을 사용하실수 있을겁니다. 뭐 결국 고등의회 소속이 되는건 아니지만 이정도도 괜찮지 않나요?. 작지만 무려 인도자에게 명령을 내릴 권한이라고요?. 야 이건 못참지. "


"음. 좋을거 같은데? "


"이네렐! "


카첼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왜그래?. 난 마음에 드는 예기인데. 저 아이들의 신앙심은 매우 커. 적어도 우리를 향해 무작정 칼을 들이밀진 않을거야. "


"우리에게 얻는게 없잖아!. 결국 저들은 인도자 소속이라고! "


"그렇기때문에 저희 마법연맹쪽도 거절할수 없는 제안을 하나 하려고합니다"


호라이즌은 매직핸드들을 양손에 모았다. 문서 하나가 나타났다


"고등의회의 자체적인 성전군 창설을 금지하는 조약을 없에겠습니다. 이로써 고등의회는 차원연합에 얽매이지 않고 군사력을 증강하고 무력을 투사하는게 가능합니다"


성전군. 신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필멸자 군대를 갖추지 못했다. 과거 우주급 규모의 종교전쟁이 벌어진 이후 신들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차원연합의 체제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들은 필멸자들에게 종교적인 군사권한을 내려줄수 없게 되었다. 그 어떤 나라도 성전을 선포할수 없게 되었다. 이는 마법연맹이 조약으로 억제했다. 하지만 조약이 없어진다면 고등의회는 전보다 힘이 더욱 강해질것이다.


"좋은데..카첼라?. 이건 놓치면 안되잖아?. 어차피 마법연맹이랑 적대할 생각도 없잖아?. 몇백년만의 재무장인데 이걸 놓치면 바보같지 않아? "


"칫..좋다. 샬타의 카첼라와 어비스의 이네렐은 찬성한다"


그외에 수많은 신들이 찬성을 표했다. 당연했다. 성전군 창설은 단순히 군대가 생기는게 아니다. 종교적인 힘을 물질세계의 무력으로 투사하는게 가능해진다. 생각해 보라. 신들이 내린 천사들로 이루어진 군단과 필멸자들의 견고한 신앙심으로 뭉친 십자군이 힘을 합친다면 그 힘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도 중세시대가 아닌 우주시대에서 말이다.


물론 그만큼 고등의회의 힘도 강해지니 마법연맹 입장에서도 골치아파지겠지만 부연맹장은 신경쓰는거같진 않았다.


당연했다. 어쨌든 인도자는 유지했으니


***


첫번째 회의가 끝나고 다음 회의까지의 시간이 생겼다. 회의장에서 수많은 이들이 서로 대화를 오고가고 있었다. 물론 가장 큰 떡밥은 바로 신들의 대화였다. 특히나 이번에 고등의회의 자체적인 성전군 창설이 가능해지니 당연히 자기들끼리 엄청나게 말을 나누고 있을것이다


"거기있었군요 형"


뒤에서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레베,젠. 이번 회의에서 정체를 들어낸 인도자 1,2위였다. 그 강력한 녀석들중에서도 가장 강한 녀석들이라니. 심지어 그중 한명이 내게 형이라고 부르면서 걸어오니 좀 어리둥절했다.


"승우. 서로 아는 사이였나? "


내 스승인 사이키가 앞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아. 당신이 법칙의 마법사이셨군요?. 다시한번더 소개하겠습니다. 전 인도자 2위 레베라고 합니다. 같은 마법연맹에 속한 몸으로써 앞으로의 협력 부탁하는 바입니다"


"협력할지 안할지는 두고보면 알겠지. 신들까지 속여가면서 전력을 유지하려고 하다니. 호라이즌 그자도 참 정신나간 자로군"


어째 사이키는 부연맹장하고 사이가 좋지 않아보인다.


"걱정하지 말아주시길. 이제 더이상 마법연맹이 고등의회를 속이는 일은 없을겁니다. 그나저나 법칙의 마법사께선 마치 고등의회 소속인것처럼 말하시네요?. 같은 마법연맹 소속으로써 우리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낼 필요가 없으실텐데요? "


"우군의 신뢰를 떨어트리는것은 마법사의 덕과 맞지 않는다. 우리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았으니 망정이지. 아니였으면 고등의회와 전쟁이였다. 너희들의 힘의 근원인 그들이 자비로운 존재들임을 상기해라. "


"..명심하겠습니다. 일단은"


레베는 고개를 돌려 날 봤다. 뭐 나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는건가?


"그나저나, 다음 회의 주제는 형한테 매우 중요할거같은데요? "


"그게 뭔소리냐?. 나한테? "


"네. 그 주제가 아니였다면 형이 이곳으로 오지도 못했을껄요? "


그순간 안내방송이 울렸다.


'곧 다음 회의가 열릴 예정이오니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뭐 저희들은 반대편 자리에 앉아야 겠네요. 그럼 끝나고 봐요. "


그러면서 둘은 등에 날개를 펼치며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아무렇지도 않게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저녀석들도 평범한 존재는 아니라는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게 또다시 회의장에는 수많은 이들이 다시 모였다. 그리고 중앙에는 부연맹장이 서있었다.


"방금전의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는게 참으로 다행입니다. "


"마법연맹이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았으니, 우리도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지"


킵차스의 군신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다른 신들도 동의를 한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이번에 참 특이한 분이 안건을 내놓으셨습니다"


부연맹장이 누군가에게 입장하라는 손짓을 하자, 회의장 입구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흰색 연구복을 입고, 금색 안경을 쓴 모습을 한 자는 천천히 회의장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모두가 감히 입을 열지 못하는 가운데, 누군가가 크게 말하였다.


"저자는 아카스 박사 아닌가! "


그 말을 꺼낸 사람은 크레딧 연맹 이사중 한명이였다. 하지만 그의 말에 모든 이들이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판게아 제국의 수괴였던 자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


'저자는 델포이에 얼씬도 못하지 않나! '


'대체 무슨생각으로 저자를 들인것이지 마법연맹? '


'당장 쫒아내야합니다!'


그때 무언가 날카로운게 크게 튕기는 소리가 울렸다. 모든 이들이 소리가 난곳을 바라봤다. 칼을 튕긴건 다름아닌 쿠스토스였다.


"모두 그만하게. 그가 판게아 제국의 일원이였던건 맞지만, 판게아 제국을 멸망시킨 자이기도 하잖나. 수많은 독립국들의 국부가 된 그에게 이렇게 대우하기에는 좀 그렇지. 안그렇소? "


그의 말에 수많은 이들이 반박하지 못했다. 아주 잠깐동안 조용해졌다.


"다들 왜 반박하지 않으시죠? "


말을 꺼낸건 아카스 박사였다. 그의 목소리와 말투는 그가 그 판게아 제국이라는곳에서 어느위치에 있는지 알게 해줬다.


"여기있는 모두 저를 경계하는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전 그 이유가 잔혹한 판게아의 수괴중 한명이여서가 아니라, 옛 판게아의 금지된 기술들을 알고있는 자이기 떄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게 맞는다면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전 지금 커뮤네트 연방의 일개 과학자에 불과하니까요. 거기에.. "


아카스박사는 잠시 뜸을 들였다.


"이번에 제가 내놓은 주제는, 어느 금지된 기술에 관한겁니다. 판게아의 기술이죠"


"말해보시게"


관중석에서 기계음으로 점칠된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수브테라의 기술집정관. 바벨 클로커리어스였다.


"수브테라는 그대의 의견을 존중한다네"


"고맙소 기술집정관. 부연맹장?. 화면을 띄워주시길 바랍니다"


그말에 부연맹장은 조용히 화면을 띄웠다. 화면속에는 매우 거대한 빛의 기둥이 화산지형의 섬을 강타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판게아 제국의 비잔틴의 창에 대해서 들어보신적 있으실겁니다. 알수없는 힘으로 지각을 붕괴시키는 기둥을 소환하는 병기. 허나 정작 제국이 멸망하고 그 무기는 찾을수도 없었죠"


"허면 자네는 그 무기의 정체를 알려주겠다는건가? "


쿠스토스가 말하였다,


"정확히는, 이 작은 부산물이 나온 원래의 기술을 알리려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회의장 입구에서 누군가가 끌려나오고 있었다. 그는 아카스처럼 금색 문양이 그려진 연구복을 걸치고 있었으며, 여러번 구타당했는지 멍투성이였다.


"판게아는 군사력이 미친 나라였습니다. 그렇기떄문에 강력한 전력을 최대한 모으려 했죠. 비인도적인 수단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로 인해 탄생한 전력중에 인도자로 들어간 전력도 존재하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판게아는 마침내 어느 유적지에서 발견된 기술을 사용하기에 이릅니다"


"그 기술이 무엇인가? "


이번에는 카첼라가  재촉하는듯이 말하였다.


"이세계라고 들어본적 있으십니까?. 최근 차원연합 내에 싸구려 판타지 소설들이 판을 치죠. 이세계로 건너가서 엄청난 존재가 된다던가.. 스마트폰만으로도 세계를 정복한다든가.. "


아무도 알고싶지 않은 정보를 나열하는 아카스 박사의 말에 도저히 그 이유를 알수없는 이들은 한숨을 내쉬고있었다.


"공통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작품들은, 어느 세계에서 볼품없는 자들이, 다른세계로 건너와 강한 힘을 지닌 자들로 변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카스 박사는 말을 멈추더니 작게 웃었다


"고대인들도 크게 다른진 않은것같습니다"


그러면서 하늘에 떠있는 매직핸드가 이번에는 부서져가는 유적지의 모습을 화면에 띄웠다.


"그들역시 거의 똑같은 방식의 전이를 연구했으니까요. 판게아 제국은 이를 이용하려 했습니다. 이세계로 전생되어 강한 힘을 지니게된  볼품없는 이들을 판게아 제국의 전력으로 만들려고 했죠.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 계획은 실패하고, 그 연구의 부산물들만 남았죠. 그게 바로 저 비잔틴의 창입니다"


"헌데 왜 그 예기를 꺼내는거지?. 설마 그 기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건가? "


"드러내고 자시고 이미 여기 증인이 있잖습니까? "


그러면서 아카스 박사는 손으로 날 가리켰다. 그러자 모든 이들이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시발 나? "


"제 옆에 구속되어있는 이 연구자가, 바로 그 프로젝트를 이끈 자입니다. 지금 그는 엔드차원에 귀의하여 그들에게 관련기술을 내어주고 있죠"


엔드차원이라는 말이 나오자 수많은 이들이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엔드차원, 들어본적은 있다. 많이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대충 차원연합과 전쟁중인 새력이라는건 알고있었다.


"허면 그 기술에도 대가가 존재하는겁니까? "


아크위성대학의 알파카 교수가 입을 열었다.


"그 어떤 에너지도 무에서 탄생할수는 없습니다. 마법역시 마력이라는 에너지가 필요로 하듯, 마력역시 마법이라는 증식방법을 필요로 하듯. 이세계 전생자들의 힘도 그 근원이 있을겁니다. 무엇이죠? "


아카스 박사는 이번에도 뜸을 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그의 표정은 마치 말하기를 꺼리는듯한 표졍이였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원래있던 세계가 파괴됩니다"


...뭐?


"이세계 전생자들의 힘의 근원은 본래있던 세계의 파괴로부터 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옵니다. 전생자가 이세계로 전생되면 본래있던 세계는 끔찍하게 짝이없는 멸망이 일어납니다. 그들의 감정이 감정화 마법을 통해 에너지로 전환되면 그 에너지가 전생자에게 전해지는것이죠. 그리고 그 에너지는 전생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형상을 변화합니다. "


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신승우씨는 일종의 실패작이지요. 전생자들의 대부분은 기존의 세계에 대한 원망과 새로운 삶에 대한 끝없는 추구가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본래의 세계에서의 연이죠. 판게아 기술로 인한 전생자들의 대부분은 본래의 세계에서의 인연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간의 관계나 좋지 않았던것이죠"


제발


"하지만 당신은 아니였습니다. 한번의 끝없는 추락속에서 당신에게는 아직 당신을 걱정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을테니까요. 당신은 전생자가 될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전생자가 되었죠. 그리고 당신의 본래 세계에 있던 가족과 친구분들은- "


내 머리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생각할수 없었다. 그때 내 마력 계통이 무의식적으로 열렸다. 마치 댐이 무너지는것처럼, 내가 그렇게 멀리 도약할수 있는줄 몰랐다. 어느세 난 그 기술을 개발하던, 잔뜩 멍이 나 구속되어있는 연구원의 멱살을 잡고있었다


"너때문에. 시발 너때문에 우리 가족이 죽었어. 내 원래 세상이 박살이 났다고!! "


손의 혈관에서 마력이 솟아져나오는게 느껴졌다. 감정의 격류속에서 마력계통의 혈관은 점차 가까워졌다. 근력은 더욱 강해지고 피부는 더욱 단단해졌다. 물론 그 대가가 존재하겠지만, 분노는 대가를 모른다.


분노는 그저 표출할뿐이였다.


난 주먹을 들었다


"왜!. 그딴!. 시발놈의!. 기술을!. 쳐!. 가져와서!. 애먼사람 고통스럽게 하는건데! "


어느세 그의 얼굴은 크게 함몰되었다. 살아있는게 기적일 수준이였다. 경비원들이 날 끌어내려고 해도 난 그딴건 아량곳하지 않고 계속 주먹을 내질렀다.


"그냥 좀 조용히 뒤지고 싶었다고!. 근데 대체 왜!! "


그순간, 총성이 울렸다. 총알이 나아간곳은, 내가 죽여야 했던 자의 머리였다. 나는 피가 튄 얼굴로 권총을 집어든 아카스 박사를 바라봤다.


"..뭐하는짓이야"


"당신이 원하는 일 아닙니까? "


난 내손을 바라봤다. 총알로 인해 머리의 살점들이 튄, 피묻은 손이였다. 내가 뭘 하고 있었던거지?.


분노가 사그라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남을까.


나의 경우에는, 당혹스러움만이 존재했다. 이 피가 다 이자에게서 나왔다고?.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내가 총성을 듣고 멈추지 않았더라면, 이녀석을 곤죽으로 만들고도 남았을것이다


"여기있는 모든 분들께 감히 말하는 바입니다. 엔드차원은 그 기술을 완전히 해독했습니다. 엄청난 수의 전생자들이 이제 엔드차원의 전력이 되었습니다"


아카스 박사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그것을 막아야합니다. 그러한 의미로써, 그 전생자중 한명인 신승우씨께, 인도자의 새로운 관리인으로써의 권한을 내려줄것을 부연맹장께 요청하는 바입니다"


부연맹장은 태연하게 말하였다


"좋습니다. 신승우씨?. 축하합니다. 당신은 인도자의 새로운 관리인이 되셨습니다. 이제 그 무력으로 엔드차원에 창을 겨누십시오"


호라이즌은 가까이 다가왔다.


"그 분노를 우리들의 적에게 표출해주십시오"


그리고 그순간 검붉은색 전격이 일더니, 내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사이키였다.


"그만!. 그의 정신을 어지럽히지 말거라!. 지금 무슨짓을 한건지... "


시야가.. 흐려지고 있다.


"승우!. 정신 차리게!. 승우! "


끝없이 흐려지고 흐려져서


결국에는 눈을 감을수밖에 없었다.


피투성이 손을 내려놓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