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라고. 장생종도 한둘이 아닌데 그렇게 뭉뚱그리면 쓰겠나."
"하필이면 엘프라니... 자네 단단히 미쳤군."
"왜 그러나, 뭐가 문제야."
"자네 장생종 중 왜 악마들만이 세계 정복에 성공한 지... 아, 아니다. 됐네. 집에 한번 가보게. 금방 이해할 걸세."

며칠 전 나눴던 친구와의 대화다.
알겠다. 이젠.
왜 그렇게 성을 냈는지.

"주인님! 실례합니다 주인님!"
"왜 그러느냐."

엘프 노예가 잠든 날 깨우며 들어왔다.
연유를 묻자 녀석은 뒷머리를 긁으며 헤헤거렸다.

"혹시 화장실이 어디였던가요. 제가 기억이 잘 안 나서..."

68번째 강제 기상.
거진 2달간 밤잠을 제대로 자질 못하는구나.
아니, 2달 넘게인가.

엘프는 인간의 10배의 수명을 산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기에 그렇게 길게 살 수 있다고 하면 대마법사나 검성 같은 칭호는 손쉽게 이룰 것 같겠지만
실상 이 녀석들의 전력은 인간과 별 차이가 없다.
인간의 10배 수명이면서 인간 보다 10배 더 강하진 않은 이유가 이거다.
이 녀석들, 인간보다 학습 능력이 10배 쯤 떨어진다.

"... 쭉 직진."
"안 꺾고요?"
"그냥 직진."
"오른쪽으로 꺾었던 거 같은데."
"그냥 직진."
"맞다맞다. 저도 참, 또 까먹어 버렸네요 엣큥."

... 덤으로
10배 더 뻔뻔한 것도 같다.

단명종을 샀어야 했는데.
망할.

"그냥 직진이라고!"
"아 맞다. 엣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