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눈을 뜨니 추운 숲속이였다. 주변은 온통 어두운 초록 빛깔이였고 중간 중간 들리는 정신나갈 울음소리에 뒷목이 없어질 지경이였다. 나는 분명 지하철에서 오늘도 야근을 하고 오는 중이였는데 말이지.


의자에 앉아 잠깐 졸았을 뿐인데 엉덩이가 아파 일어나니 왠 뾰죡한 바위에 앉아 있었고 주변은 아파트 8층 높이는 될법한 나무들이 빼곡했다. 


설상가상으로 은은한 달빛이 빛추고 있어 현대인인 나로썬 공포심에 심장마비가 올 정도로 가슴이 뛰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뭐지 트럭에라도 치였나? 아니 난 지하철 타고 왔는데?!??


그때였다.


나무 사이에서 검은 형상이 부스럭 대며 움직였다. 


밤에 손전등 하나 없는 내가 달빛 하나로 저걸 어떻게 봤냐면 그 검은 형상 크기가 기아 트럭만했으니까.


조심스레 뒷걸음치긴 개뿔, 난 얼어붙어 꼼짝도 못했다. 놈은 킁킁대기 시작했고 내 심장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놈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난 튀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만 내 다리는 깨닫지 못했나 보다.


놈이 내게 얼마나 빨리 돌진 했는지 눈 한번 깜빡였을 뿐인데 내 눈앞에 있었다.(그 놈은 차우같이 생긴 존나 무서운 멧돼지였군 그래)


난 죽었구나 싶어 눈을 질근 감았지만 왠 땅바닥이 꺼지는 소리가 나더니 잠잠해졌다. 살짝 눈을 뜨자, 그 멧돼지놈은 내 앞에 쓰러져 움직이질 않았다.


그때 내 등 뒤에서 고라니? 울음소리같은게 들려서 고개를 확 젖혔더니 이번엔 왠 도깨비불 두개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이게 꿈이길 빌며 잠들었다.


...


"하아 또 인간 사냥꾼인가. 티이나 숲은 위험하다고 경계선마다 표지를 심어 뒀는데 말이야."


숲지기 샤르리드는 한숨을 쉬며 멧돼지와 함께 그 괴상한 복장의 인간을 들쳐 멨다. 인간은 근사한 가죽 가방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지품은 왠 이상한 직사각형의 검고 가벼운 주괴와 작고 뾰족한 나무말뚝들 따위가 들어있었다. 


그는 오른어깨엔 멧돼지와 인간을 메고 왼팔로는 활과 인간의 소지품들을 든채 자신의 오두막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