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좋은 이유?"


소녀의 고개가 이쪽을 돌아본다.


"하하, 별이 싫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있어? 저 하늘 높이 반짝이는 별들은 누구나 좋아하잖아?"


"그런것 말고 마리사."


단호한 내 목소리에, 당당했던 얼굴이 굳는다. 소녀의 입술이 달싹이다 꼭 다물어지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평소와 같은 힘찬 목소리로,


"나 참, 별을 그리는게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고, 갑자기 뭐야?"


그러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니면, 혹시 내 마법을 배우고 싶은거야? 하핫, 미리 말해두지만 수강료는 꽤나 비싸다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 언제나와 같은 반짝이는 얼굴과 주변을 감싸는 화려한 마법. 언젠가 '진짜 마법사'가 되어 온 세상을 자신의 마법으로 채우겠노라, 자신의 라이벌, 영원한 동경의 대상마저 이겨보이겠노라 큰소리치는 아이. 

빛나는 우상을 동경하며 별이 되고픈 아이.


"하늘에 별들은 저렇게 많지만, 사실 별 하나하나는 고독하지. 바로 옆에 붙어있는것 같은 저 두 별들도, 사실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이 광활한 공간을 사이하고 있어. 그럼에도 저렇게 가까워 보이는 것은 그들 하나하나가 한없이 거대하고 밝기 때문이야… 그래, 인간의 시선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함. 그것이 별들이야."


반 인간, 반 요괴인 나조차도 오롯이 요괴인 그들의 시선이 이해되지 않는다. 하물며 대요괴라 불리는 자들은 어떻겠는가. 그럼에도 한낱 인간에 불과한 마리사가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스펠카드라는, 그저 놀이에 어울려 주기 떄문이다.

그러니 제 아무리 놀라운 탄막을 쏟아낸들, 제 아무리 많은 이변을 해결한들, 제 아무리 많은 스펠카드를 파훼한들, 그저 놀이의 틀에 갇혀있는 이상, 마리사는 진정으로 요괴를 감당해 낸 것이 아니다.

진정한 요괴를 보지 못했기에, 마리사는 그들을 동경하는 것이다. '진짜 마법사'가 되어 그 일원이 되고 싶은 것이다. 한낱 미물이 저 멀리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마리사, 전복이라는 바닷조개는 껍질 안쪽 면은 반짝여서 화려한 칠기의 장식으로 쓰이지만, 바깥면은 주변에 널린 바위와도 같이 볼품없다고 하지."


언젠가 책에서 본 구절. 반대로, 네 그 반짝임으로 가려진 어두운 진심은 무엇일까?

그저 이 작은 소녀 마법사 바라본다. 


"코우린, 그거 알아?"


여전히 웃는 얼굴, 그러나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


"내가 아무리 스파크를 쏘아내도 결국 순간의 반짝임일 뿐, 절대로 빛나는 별이 될 수는 없어."


중심에서 지휘하던 마력의 흐름이 끊어졌다. 마리사를 감싸던 반짝임이 하나 둘 꺼져간다. 


"요…별들은, 그저 놀라워. 어떻게 그 한 몸으로 그런 강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가 아무리 빛을 뿜어내어도 결국 더 강력한 별빛에 가려지고 말 거야. 광활한 어둠을 뚫고 온 우주에 존재를 새기는 그 강렬한 빛을 나는 동경해."


어느덧 어두운 그림자속에 잠긴 마리사. 그 너머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별빛을 눈에 담던, 노력으로 반짝이며 모두의 이상을 그린듯하던 황금색 눈동자는 탁해져, 칙칙한 호박색만이 남았다. 그러나, 밤하늘의 구름이 흘러가, 은하수가 빛을 쏟아낸다.


"그렇지만, 찬란하고도 고고하지만, 그들은 고독하고 이기적이야."


모자에 가려 그늘지운 마리사의 얼굴. 그러나 그녀는 별빛에 반짝인다.


"별빛은 너무나도 밝고 눈부셔서 자신 주위의 작은 별과 행성들을 빛으로 덮어버려. 항성은 무거운 엉덩이를 깔고 앉아 우주 반대편까지 빛을 뿌리지만, 작은 별들은 큰 별의 주위에서 묻혀버려. 그리고 별은 빛나기만 할 뿐, 다른 별들의 빛을 받아들일 줄 모르지."


은하수를 맞으며, 공중에 빗자루를 올려놓고, 그 위에 걸터앉는다. 호박색 눈동자가 빛을 반사한다.


"항성은 스스로를 태우면서 빛을내고, 행성은 그저 태양빛을 반사할 뿐이야. 하지만, 혜성은 온몸을 태양으로 내던져."


혜성은 그 자체는 얼음덩어리라 빛을 내지 못한다. 그래서 태양의 뜨거움에 자신을 녹여 흩뿌리고 그 조각들이 빛을 반사한다. 항상 제 자리에 붙박혀있는 다른 별들과는 달리, 지구와 태양을 오가며 온 하늘을 가로지르지만 혼자서는 빛을 낼 수 없다.


"저 은하수를 봐, 저렇게 많은 별들이 거대한 강을 이루는데도, 모두 자기 잘난 맛에 빛날 뿐, 주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돌아보지는 않지."



"코우린, 나는 항성에 비하면 그저 미약한 인간일 뿐이야. 하지만 내게는 친구이자 라이벌인 레이무가 있어. 저 산자락 끝 신사에는 내가 동경하는 찬란한 태양이 있어. 인간이고 요괴고 신이고 모든 이가 두려워하는 광활한 영력을 태우는 무녀. 놀라운 재능을 품은 역대 최강의 하쿠레이의 무녀. 그에 비하면 내 마나와 재능은 보잘것 없는 쪼가리에 불과하지만, 나는 태양을 두르고 질주헤. 그 휘광에 반짝이도록 한 줌 먼지를 던져. 긴 꼬리를 흩날리며, 찰나라도 마치 별처럼 반짝이게 빛을 흩뜨려.


그렇게 하늘을 가로질러 저 항성 옆을 스쳐지나가는거야.


제 잘난 맛에 살던 별들이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도록. 찰나라도 자신의 빛이 다른 빛에 가려지는 놀라움을 보여주도록. 그렇게 은하수를 가로질러, 별자리를 꿰뚫어, 별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나는 그런 별이 되고 싶어. 동경하던 별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그들의 세상에 끼어들어가는거야. 설령 그러다가가 별의 뜨거움에 이 몸이 녹아내려도, 온 하늘은 내가 남긴 흔적으로 마치 대낮처럼 빛날꺼야! 빛나는 조각조각들이 하늘에 흐르는 두번째 강을 만드는거야! 바로 그걸 위한 스펠카드 혜성「블레이징 스타」라구!"



굉음과 함께 푸르고 긴 꼬리를 남기며, 마리사가 밤하늘 저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객성이 된다. 아마 환상향 전체가 저 별을 보았을 것이다.


서구의 이카로스 신화. 태양에 닿으려다 추락해버린 인간. 순간은 빛났을지언정 그 끝은 허무했다.

마리사도 이미 각오를 끝마쳤다. 분에 넘치는 빛을 흩뿌리는 대가로 언제든 사라질 각오를. 아니면, 오히려 회광반조를 노리고 사지를 쫒는걸까?

나도 절반은 인간이지만, 절반은 요괴라서인지 잘 모르겠다.

제아무리 한 순간 하늘을 밝히는 초신성이라 한들, 결국 죽어버리면 그만인것을.

다만, 네가 선택한 길이 그것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