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는 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엔진 진동음으로 미루어보건대 아마 그것은 경유를 사용하는 승합차일 것이다. 그 승합차는 무엇을 태우고 가는 것일까. 주말을 끼고 여행을 다녀올 가족일지도 모른다. 저녁시간에 맞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을 배달원일지도 모른다. 영문 모를 상자들을 차 안에 잔뜩 쌓아놓은 50대 아저씨일지도 모른다. 근처 마트로 장을 보러 갈 한 집안의 가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것은 살인을 해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 무직의 대학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까마귀가 본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13명의 아해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동물들을 헛소리로 선동하고 있는 1마리의 돼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막속에서 어른에 대해 한탄하고 있는 어느 비행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활자속의 허상, 그를 통한 추체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 확실한 것은. 이들은 삶의 진리가 되기도, 안식처가 되기도,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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