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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삐걱거림
“커피..하고 가요.”
“지금..?”
“…아니..아니에요. 헤헤 죄송해요. 알바가셔야 하는데.. 그냥 혼자 있기 적적해서…신경쓰지말구 얼른 가세요!”
“아..응..걱정말고 푹 쉬어.”
“네에..감사합니다.”
살짝 놀란 마음을 뒤로하고 그녀의 집을 나섰다. 도로로 나와 돌아보니 역시나 고급멘션의 느낌이 뿜뿜이다. 날이 추워옷을 감싸려보고니 레미에게 입혀줬던 코트를 받아오는것을 깜빡했다. 다시 올라갈까 했지만 편의점도 가깝고 그냥 다음에 받기로 생각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따라 유난히 차가운 바람이 분다. 여밀 옷도 없었기에 빠른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소헤이 녀석은 잘 되어가고 있는것인지 문자도 연락도 없다. 괜시리 레미가 걱정이 되었지만 우선 늦은 알바가 더 걱정이었다.
‘딩 동 딩 동’
“어서…”
“아 미안미안..늦었어요…미안해요.”
“무슨일 있어?”
“아니..소헤이 녀석 땜에..이래저래..”
“흐음..”
“미노는요?”
“사무실에..”
“아…나 옷갈아입고 나올게, 마무리 하고 먼저 들어갈래요?
“아..저기 재희야..”
“어?”
“그…”
“왜요?”
“아냐..옷갈아입어 얼릉..”
“응..”
카오리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나를 돌려세운다.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안쪽에는 미노가 서류들을 정리 중이었고, 나를 보자 꾸벅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응, 미안 늦었다. 별일 없었어?”
“네. 아 저..근데..”
“응? 왜?”
“제가 실수를 한거 같아서…”
“무슨 실수..?”
“아까..잠깐 심부름 나갔다가 재희씨를 봐서요..오늘 쉬는날이신 줄 알고 니시카와 선배에게 말을 했는데..뭔가…”
“아..언제..?”
“좀 아까 어떤 여자 아이랑..”
“아아..ㅋ 괜찮아..난 또 뭐라고 ㅋㅋ”
“네 그럼 다행이구요.”
“날 뭘로 보는거야 ㅋㅋ”
“아뇨 그건 아니지만 ㅋ 저 이것만 정리하고 나갈게요”
“그래”
옷을 갈아입고 카운터로 나오니 카오리가 아직 뾰로통 해 있는것 같다.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눈치를 살폈다.
“뭐야? 질투해여?”
“하아? 내가 왜?”
“아하하하..뭘 놀래요. 미노가 다 얘기했어요 ㅋ”
“흥..소헤이 만났다면서..”
“아 소헤이 만나는건데 레미라는 아이가 끼어들고 그래서..어쩌다보니..”
“흐음…”
“에이..나 못믿어요?”
“믿어. 근데 그런거 있다? 처음부터 다 말을 하면 얼마든지 이해하고 믿고 아무렇지 않은데, 남한테 이런거 듣게 되면 믿으면서도 괜히 기분 안좋은거.”
“아 미안..그러려던게 아니라..정말 원래는 소헤이만 보기로 했는데..”
“알았어..화난거 아냐. 그냥 삐진척 해본거야.”
“응 미안. 담엔 다 말해줄게요. 아니 오늘 소헤이가 소개팅을 했거든.”
“에? 미팅도 아니고 소개팅? 잠깐..둘이 소개팅 갔다가 여자들이랑 히히덕거리고 온거 아냐?”
“아오 아니라니까..하하.. 그 레미라는 애는 소헤이 좋아하는 소꿉친군데..”
“걔도 특이하네..”
“아하하하하 그쵸? 근데 미팅은 틀어지고 소헤이랑 여자애랑 일대일로 만난거지..”
“그럼 그냥 오지, 넌 여자애랑 밥이나 먹구!”
“아..미안 ㅠ 역시 화난거죠..”
“흐음..아 어떡할까..? 그냥 풀어주기엔 내가 너무 무른것 같구..”
“맛있는거 해줄까요?”
“그건 맨날 먹을 수 있으니까 시러”
“그럼…오늘 밤..아니 낼 새벽이구나..기분 좋게해줄까요?”
“치..그것도 맨날 하는거라 시러.”
“그럼..으음..생각좀 해봐도 돼요?”
“그래! 그럼 나도 생각해볼게 ㅋㅋ”
“그래그래. 카오리 선배 해달라는거 다해줄게요”
그녀는 조금 기분이 나아진것처럼 보였다. 아니 처음부터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내가 잘못한것은 있지만 부끄러운 짓을 한건 아니다. 그녀도 그것을 알고있을 터였다.
나와 미노는 밤 알바를 시작했고, 카오리는 우리와 떠들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들어가겠다고 집으로 갔다. 그녀가 빠진 새벽 시간은 남자 둘만 있기에 어색한 시간이었다. 괜시리 할 일을 찾아보고 제대로 정리 되어 있는 물건들을 다시 정리해 보기도 하며 시간을 떼웠다.
“저기.. 미노는 무슨과야?”
“저요? 의예과에요..”
“오오 공부 잘했구나.”
“뭐..부족하지 않게 했지만..”
“근데 알바는 왜해?“
“의대라고..돈많은게 아니거든요. 의사가 되어야 뭐라도 버는거지. 의예과는 아직 학생인걸요.”
“아..그렇지..”
“그리고 월세 정도는 제가 내려고..”
“아 독립한거야? 부모님은 딴데 계셔?”
“아뇨, 가까워요. 그냥 독립하고 싶었고, 여친도 사귀고 싶고..뭐 그냥 이래저래요 하하”
“그렇군..아! 의대면 혹시 레미라고 알아? 카즈하 레미.”
“오..알죠. 벌써부터 우리과 인기쟁이인데.”
“그래?”
“오티때부터 완전 인기쟁이여서, 노리는 사람들 많을걸요 ㅋ 근데 왜요? 선배도 관심 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아까 같이 있던애가 레미였거든..”
“아아..선배는 어떻게 아세요?”
“내 친구 후배라길래, 그냥 몇번..?어쨌든. 정리되면 먼저 들어가. 끝날 시간 다 됐는데.”
“아 넵.”
미노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갈 채비를 하는동안 나는 소헤이에게 문자를 보내봤다. 이 녀석은 뭐하는건지 저녁식사 이후로 문자도 없다.
‘하루종일 연락이 없냐. 잘 되는거야?’
바로 답은 오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기다려보지만 그래도 답은 오지 않았다. 새벽녘의 편의점 일은 한가롭다. 물건이 들어오는 날이 아니라면 할일이 없기는 하다. 캔커피 하나를 들고 밖으로나와 새벽 공기를 맞아본다. 얇은 유니폼이기도 하고 아직 엄청 추운 날씨였지만 그냥저냥 버틸만한 날씨이긴 했다. 온몸에 냉기가 감돌고 코끝이 시려왔지만 무슨 생각에선지 그냥 들어가기 싫었다.
하늘이 점점 쪽빛으로 물들고 캔커피의 마지막 한방울을 입에 털어넣자마자 어두운 골목 어귀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어..? 뭐냐..?”
“아아..아직 있구만..”
“이시간엔 어쩐일이야?”
“형님이 동생 좀 볼라고 왔지!”
“하루종일 연락도 안받다가 무슨..악..너 술마셨냐?”
“그래..”
“그 여자랑? 잘 된거야?“
“하아..”
“뭐야..분위기는 다 내더만 잘 안된거냐”
“우선 숙취해소제좀 줘바라..”
“들어와”
소헤이 녀석이 비틀거리면서 나타나 숙취해소제를 찾는다. 비틀거렸지만 정신이 없어보이진 않는다. 이녀석은 술에 잘취하진 않는 녀석이었다. 소헤이와 함께 편의점으로 들어와 숙취해소제를 건내주고는 나는 차가워진 몸을 녹였다.
“레미는? 잘들어갔냐?”
“연락 안해봤냐?“
“….”
그는 숙취해소제를 마저 들이키고는 못들은척 하는듯 했다.
“잘 들어갔다. 워, 그러고보니 레미네 엄청 부자인듯 한데..”
“어..맞어”
“부자에 의예과에..성격좋고 이쁘고..머하나 빠지는게 없네..”
“…..”
그를 떠보기 위해 레미를 엄청 치켜세웠다. 내가 보기에 레미는 소헤이를 많이 좋아하는게 맞다. 그게 아니라면 오늘 레미가 보여준 모습도, 그동안의 이야기도 납득이 안된다. 그렇다면 소헤이는..?
“그렇지..“
“오티 가서도 아주 인기 짱이었다더라, 솔직히 그런애가 너 좋아하는게 말도 안되는..”
소헤이가 붉게 물든 눈으로 나를 흘겨본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나 말고 니가 뭔가 하고싶은 말 있는거 아냐? 아니면 이시간에 술 잔뜩 취해서 여긴 왜 온거냐?”
“하아..됐고, 알바 언제 끝나냐”
“한시간 후? 왜?”
“한잔하자”
“새벽에 무슨 한잔이야, 이미 많이 마셨고만”
“아 그럼 데니스(24시간 패밀리 레스토랑) 이라도 가자.”
“왜?”
“어쨌든…먼저 간다! 꼭 와라 끝나면”
“하아…”
소헤이는 그렇게 말해버리고는 편의점을 나갔고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남은일들을 마저 마무리 했다. 그러는 중 주인아주머니가 오셨고 인수인계와 정리를 하니 퇴근시간이 되었다.
새벽의 쌀쌀한 공기를 맞으며 길을 걷는다. 레미에게 걸쳐준 코트가 아쉬울 정도로 차가운 날씨다. 귀찮더라도 받아왔어야 했다. 집에 돌아갈때를 생각안하다니 바보같았다.
집보다 가까운 곳에 데니스가 있다는게 다행스럽다. 차갑게 얼어붙은 몸을 이끌고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주변을 둘러보자 한쪽 구석자리에 널부러져 자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감자튀김과 콜라 하나씩 시켜놓고 언제 잠든것인지 침까지 흘리고 있다.
“야.”
“으음..”
“얌마! 일어나 임마. 졸리면 들어가서 잘것이지 뭘 여기서 이러고 있냐.”
“아아..음…왔냐”
“들어가자. 오늘은 너나 나나 피곤한데..”
“앉아봐”
“아 왜.”
나도 콜라 하나를 시키고 그와 마주 앉아 그녀석이 말을 꺼낼때까지 기다려본다. 그 와중에 시킨 콜라가 나왔고 빨대로한모금 크게 들이킴과 동시에 그녀석이 말을 꺼냈다.
“나 그 애랑있다가 오는 길이다”
“쿨럭..쿨럭 컥..어? 뭐야, 그 소개팅녀랑 같이 마신거야?”
“어…”
“근데 이시간에..니가 왠일로 술만 마시고..”
“하하..그렇게 됐네…”
“뭔 실수를 한거냐. 이시간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술만마시다니, 천하의 소헤이가!”
“뭐..실수라면 실수겠지만..”
“왜 무슨일인데..”
“그나저나 레미는? 잘들어갔냐?”
“아까도 물어봤다. 밥도 잘 먹었고, 술도 잘 마셨고 잘 들어갔고..”
“아! 이쉬키! 누가 술 그렇게 많이 마시래! 계산할때 개놀랐네 진짜..”
“아 ㅋㅋ술은 내가 계산한다는게 깜빡 했다.”
“아놔.. 레미가 마신거냐?”
“뭐 같이 마시긴했지만 레미가 많이 마셨지..”
“음…”
“아니 니 얘기 하라고, 걘 어떻게 됐어? 맘에 들어?”
“어어..착하고 이쁘고..뭔가 어른스럽고..말도 뭐..잘 통하는듯 하고..”
“근데..?”
“아 모르겠다..”
“뭘 몰라, 너 레미때문에 그러지?”
“어?”
“놀라는 척 하지마라. 너 레미 좋아하잖아”
“하아..아니라곤 못하지만..레미도 레미고..또..”
“또 뭐가 있는거야? 다른 여자있냐?”
“….아녀..”
“뭐야, 그나저나 넌 여자친구 제대로 사겨본 적은 있냐?”
“당연하지! 날 뭘로보고!”
“근데 뭐가 문제야. 레미는 왜 안되는거야.”
“안돼..내가 어떻게 겨우 이렇게 만들었는데..”
“안되긴 왜 안돼? 뭐가 문제냐..”
“얘기가 길다. 담에 얘기해줄게.”
“뭐야..왜 부른거냐..”
“그냥. 친구얼굴 보고싶었다.”
“너나 레미나 참..왜 그러고 힘들게 그르냐..”
“레미가 왜?“
“아 몰라임마. 니들 알아서 해.”
“…오늘 만난 여자애가, 말이 참 잘 통하더라고..착학고 좋은 아이인데, 사진 이야기 하니까 자기도 찍어달라고 그러면서..모델 해도 되냐고 막 그러고..”
“음..걔는 니가 좋대?”
“모르지? 근데 하나하나 얘기할때마다 너무 재밌고 좋아서..나도 모르게 막 떠들었는데, 그러다가 그 애가 같이 술한잔더 하자고 해서, 지금까지 마신거지..”
“근데..?”
“뭐가?”
“그래서 왜 갑자기 날 보러 왔냐고 ㅋ 그 아이랑 잘 된거 아냐?”
“솔직히 그 애가 아까 술 마시다가 고백하더라, 사겨보자고.”
“오오 근데!”
“뭔가..내가 아직 정리가 안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설마 거절한거냐!”
“아니 거절은 아니고..시간을 줄 수 있냐 했지..”
“그랬더니 뭐래”
“알았대.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하진 말라면서..”
“음…어쩔건데? 시간이 필요한건…역시 레미때문이냐?”
“하아..아니..솔직히 말하면..모델도 그렇고 고백을 먼저 한것도 그렇고..내가 기다려달라는 말을 한것도 그렇고..첫 여친생각이 나서..너무 비슷한 느낌이라..”
“에? 갑자기?”
“어.. 그러다보니 뭔가 가슴이 쿡쿡..”
“참나…이건 뭐 날라리야 아니면 순정파야..”
“하아.. 안되겠다. 거절 해야겠어..”
“뭐를? 고백을? 왜?”
“이건 아니다 싶어서..그냥 다 좋긴 한데..내가 예전과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걸 보면..참..나도 한심하네..”
“알긴하는구만..”
“ㅋㅋ이번 주말에 뭐하냐?”
“별건 없는데.? 촬영 가는건 다음주말이지?”
“어. 이번주말에 술이나 한잔 하자. 니네집으로 갈까?”
“그러던지. 가자 그럼. 너무 늦으면 선배가 혼내”
“좋겠다 넌. 이쁜 여친도 있고..”
“니가 바보인거지..담에 얘기 해 그럼. 들어가자.”
그녀석과 패밀리레스토랑 앞에서 헤어진 후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분명 오늘 무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소헤이가 레미를 신경쓰고 있다는것은 그녀석도 레미를 좋아한다는 뜻이 아닌가 싶었다. 무엇을 정리하고 싶은 것일까..
현관을 열고 들어오자, 집안의 온기가 나를 맞이한다. 차갑게 식은 움츠러든 몸을 쭉 펴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 창문에 점점 밝아오는 아침하늘 빛이 새어 들어와 자고 있는 카오리 선배의 얼굴을 밝힌다. 아름다웠다. 문득 이런 사람이내 여친이라는게 뿌듯하기까지 했다.
대충 잘 준비를 하고,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한켠으로 다가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우웅…”
“미안..깼어요?”
“웅..몇시야..?“
“5시 좀 넘었어요..”
“요즘 왤케 늦어..”
“아..소헤이 녀석때문에..술먹고 와서 얘기좀 하느라..”
“또 소헤이네..”
“미안해요..”
“돼써..”
그녀가 또 삐친척을 하는지 등을 돌려 돌아누웠다. 그런 그녀의 뒤로 다가가 백허그를 해주자 그녀는 어깨를 흔들며 빼는척 하더니 곧 내 품으로 스르르 들어온다.
“더 자요.”
“….재희야.”
“응…?”
“….아…아냐….”
“뭐야..아까두 그러더니..”
“아냐 아무것도..자 얼른”
“에잇!”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간지럽혔다.
“꺄아악!! 아아아아하하하하하하 아아아악 안대!!! 그만!!! 그만!!!! 아아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알았어!! 알았어!! 얘기할게 ㅋㅋ 아하하하 그만”
내가 간지럼을 멈추자 그녀가 나를 보며 홱 돌아 눕더니 내 볼을 힘껏 꼬집는다.
“아아..”
“아 정말..잠 다깼자나..”
“선배가 말을 안하니까..”
“…별건 아니야..그냥 이제 집에 갈까…하고..”
“응? 무슨 집이요..?”
“내 집..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도 없고..”
“아…갑자기..왜요? 나 뭐 잘못했어요?”
“응? 아냐아냐 그런거..그냥 너도 불편한거 많을거고..이제 나도 제자리로 돌아가야지.”
“그런거라면 괜찮은데..난 카오리선배랑 있는거 좋아요.”
“나두 그래..근데,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치만..”
“그렇게 하자..나중에..다 괜찮아지면..그때 또..”
“뭐가..요? 괜찮아질게 따로 있어요..?”
“…아니야..얼른 자자..피곤한데..”
그녀는 무언가를 감춘채, 내 품으로 들어와 얼굴을 파묻었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살짝 감싸 안았지만 답답한 마음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을것 같았지만 피로감은 궁금증보다 앞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일어날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눈을 뜬 내 옆엔 아무도 없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귀가 아플듯한 고요함. 그녀가 누웠던 자리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듯 했다. 화장실에도, 부엌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미친듯이 아파왔고답답함이 엄습해 왔다.
터덜거리며 거실로 나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황급히 전화기를 집어들고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가슴이 미칠듯이 뛰어오고, 손가락이 떨려왔다.
‘뚜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
‘철컥’
“여..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남자목소리..온몸에 피가 빠지고 머리가 하얘지는듯한 느낌을 느끼며 벙어리가 되었다.
“여보세요. 아 저기..혹시 니시카와 카오리양과 아는사이 십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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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제 시작..? 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