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보아왔던 세계과, 나이 들어서 살게 된 세상은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철 지나고 난 다음엔  내 생각과

세계가 사실 다르지 않을까? 다른 것이 아닌가?  눈치 챌 수 있었으나, 실제로 체험하는것은 알아챈 것과는 또 다른 

것인지라. 


 사실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나 자신이였다. 총명한 아이라는 소리 듣고 무엇이던지 할 수 있을것 같았던 어린시절의 나,

할 줄 아는거 하나 없는 병신 새끼라는 말을 들으며 어디로도 나갈 수 없어 자리를 맴도는 내 자신. 생각과 몸이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은 가장 큰 문젯거리였지.


 문제적인 몸에서 나온 생각은 결국 불화를 이르킬 상념일 뿐이었다.  세상의 일을 왜 사람들은 이리 쉽게 생각하지 못하

는 것인가? 꾸짖고, 나라면 그러지 않을텐데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그런 것들을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게끔 재정렬해 

놓을텐데 라는 불평들 말이다. 


 해결법이라 제시한 문장들이  사실 하나 하나 아무런 대답도 없는 또다른 문제와 질문만으로 가득한 문장이었다는 것.

그것을 깨닫은 것은 한참을 떠들어 내어 다시 줏어 버리기 힘들 정도로 땅바닥이 어지러워 진 후였다. 어지러워 진 

집에 방문한 내빈객들이 좋은 표정으로 나를 대할 수 있었겠는가? 당연히. 머무는 이 없는 집 위에는 혼자 서 있을 밖에.



  쉬운 일이라는것은 사실 하나도 없고, 세상의 일을 쉽게만드는 것은 그냥 무식한 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나는 그 나이 

먹도록 내가 알던 지식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까, 그간 너무도 쉽게 꺼내던 말들이 어려워졌다.  이를테면 함부로 입 밖에 소리 내어 발음하던 그 

문장들 말이다.


'실망스럽다', '안타깝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부터 시작해서 


'병신같다' '그새끼가 병신이라 그렇다' '씨발놈' '애미 애비한테 뭘 배운건지.'


까지. 


 신명나게 입 밖으로 쏘아붙이던 그 가볍고 얇은 단어의 실타레들이, 가벼운 들숨과 날 숨에 섞여 날아가던 그 문장들이 횡경막

사이에 눌러 앉아 허파를 짓이겼다.   짜내여 말을 뱉어 보려 해도 쉬이 나갈 수 없었다. 잘못된 문장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실히

인지 했기 때문이었다.  인지 한 상태에서 나아가는 잘못된 문장은 목젖을 울리며 오심을 불러 일으켰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까? 그나마, 최후의 양심이라는것은 있어서 잘못된 단어와 얕은 지식으로 빗어 낸 문장의 흉수

를 뱉어내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일까?  그래도, 잠깐은 그렇게 생각 한 시절도 있었지. 


 하지만 그것도 영 아닌듯 싶었다. 더 살아보니, 나 말고도 그런 새끼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사실을 말하거나 그게 아니면 자기 자신조차 속일 정도로 뻔뻔하게 거짓된 문장을 목젖 밖으로 태연히 던질 수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나는 뒤에 일을 꽤 잘한다 여겼는데, 그건 독단적인 내 말일 뿐이었으니 잘한다고 하기엔 조금 그런 말이었다. 

제대로 선동하고 제대로 끌어들이며 제대로 그들을 다루려면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듣고싶은 말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 부분

에 있어선 한참이 모자랐다. 그러니까 나는 둘 다 못된 수많은 소시민 중 하나였으니.  영, 아니게 된 것이지.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너무도 쉽게 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니지, 엄연히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것은 아닌거 같다.


 상처를 가리고 없다고 말 하는 것을 실제로 없다고 인지 하게 되고 그렇게 믿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다는 것을 

돌려서 말한 것이지. 생각보다도 이런 사람들은 훨씬 많았기에, 어설프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은 차라리 능청을 떨며 거짓

된 문장이라도 열심히 내 뱉을수 있는 사람이 옳았는데. 


 나는 그것조차 되지 못한 것이다.


 사실을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있다. 허나 사실이 굳이 아니더라도, 듣기 좋아하는 말을 믿고 그것이 사실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보다 더 많을 것이다.  중요한것은 사실이 아니라, 퍽퍽한 삶을 견디어 나갈 수 있게 하는 

부드럽고 달콤한 말이니 그것으로서 살아 가는 처량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일 따름이겠지.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안되었으니 나는 쉽게 입을 열 수 없을 뿐이었다. 양심을 누르고 쉽게 말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양심을

계속해서 지키면서 이야기 하기에도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 온 사람은 또 아니라.


 세상이 너무 어렵다. 사람들 중에서 쉬운 사람은 한명도 없는거 같다. 못난놈 재끼고 잘난놈 치워가면서 살아 가라 배웠는데 

세상에서 제일 못난 놈은 나인거 같아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첫 걸음에서 이미 나아갈 방향을 잃었는지 나는 남들은 한참 먼저 지나간 이 길을 해메이고 있는듯 싶었다. 오늘은 좀 나으려나

내일은 좀 나아 지려나......하나도 모르는 세상에서 나는 오늘도 시간을 죽이며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