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은 시간이 지나면 여러가지 이유로 이선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선은 철거됩니다.
 그러나 선이 사라진 뒤에도 성토면과 터널과 낡은 교량은 가끔 남아 있습니다. 특히나 터널이 남죠. 그런 장소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장소가 됩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얼마 전 사진을 찍으러 갔었습니다. 어디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밤하늘 아래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별빛과 철길과 빗방울을 찍었습니다.
 아주 깊은 밤 사진에 집중하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혹시 사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사진은 시간을 종이에 담는 행위입니다. 확실히 어떤 특정의 시간이 담깁니다. 밤이라면 약 10초 정도의 시간이, 낮이라면 약 4천분의 1초 정도의 시간이.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주세요.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시간방향을 광속으로 달리고 있는 존재입니다. 즉 사진을 찍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사진으로 부터 광속으로 멀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벌써 아득한 과거가 된 거죠.

 이야기가 길었는데, 다시말하자면 사진은 시간이란 말입니다. 그런 사진을 찍다보면 시간이 모호해지게 됩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모호함 속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저는 무심코 셔터를 열어둔채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시간방향을 광속으로 달리고 있는 존재입니다.

 머릿속에 과거의 빛이 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래된 기차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된 군인들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된 아주 먼 옛날의 개척자들 물이 차오르고 바다가 되고 번개가 치고 들끓는 마그마가 되었다가 아무것도 없는 공허가 남았습니다. 아주 긴 공허가 아주 오래 반복되었습니다. 별빛이 빠르게 명멸하고 작아지고 어느 순간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깼습니다. 아까 그 장소 버려진 터널 그대로 였습니다. 약 139억년의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이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 까지의 모든 시간이 지금 보이는 이 풍경에 겹겹히 겹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냥 꿈일 수도 있구요.

 하고 싶은 말은 가끔 사진을 찍어보라는 말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으로 부터,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으로 부터. 나와 당신은 벌써 광속으로 지나쳐가고 있습니다. 한 순간을 기록하여 지나갔던 기억을 가끔 떠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