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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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새끼가 숨어들어 있었구나."

직후, 남자의 망토가 무언가에 잡아당겨진 듯 거칠게 휘날리고 안쪽에서부터 두 채의 황금 의수가 빈센트를 향해 내뻗어진다.

기이한 풍압이 남자의 주변을 휘감아 오르며 안개를 공터 가장자리로 흩어 버린다.
물론 그리도 지독한 안개는 극히 찰나의 순간을 거쳐 제자리를 찾아낼 것이 분명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구역 전체에 흩어진 흰 안개가 다시금 모여든다.
이젠 그 외부에서 관조하는 구도가 되었기에 과감히 표현하자면, 마치 흰 구름에 가까운 그것들이 순간적으로 낮은 안개의 농도를 이룬 공터를 향해 모여드는 모습은 참으로 신비하면서 근원적인 부분에서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이었다.

모든 과정이 끝나기 조금 전, 남자가 행하려 한 공격도 그 준비를 마쳐가는 참이었다.

남자가 두 손목을 강하게 부딪히고, 보통의 사람이라면 둔탁한 소음만이 울려퍼졌을 그 행위는 황금 팔에 의해 청명한 금속음을 자아낸다.

그 소리를 방아쇠 삼은 듯 그의 팔 주변으로 막대한 마력의 흐름이 관측되며 이내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니 그 모습이란 마치 갈라진 칼날, 혹은 고양잇과 짐승의 발톱이나 옛 전승으로 전해 내려오는 용의 그것과도 같았다.

시린 광채를 줄기차게 뿜어대던 그것이 빈센트가 위치한 골목을 향해 날아들자 빈센트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아니, 그가 아니라 도시의 범인에 불과하더라도 누구나 내릴 법한 결론은 상대가 명백히 마법사라는 사실이었다.

빈센트만이 추가로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라면 그가 절대로 마탑의 마법사는 아니라는 것일까.

그가 일체 보고 들은 적이 없는 술식과 구조의 마법임은 차치하고서라도, 바닥에 흩어진 종이들을 마구잡이로 잘라 그 잔해를 휘감으며, 그러다 못해 콘크리트로 된 무채색의 지면을 잔인한 열상으로 채워 가며 쇄도하는 세 줄기의 참격을 무시하기란 절대로 요원한 일이리라.

빈센트는, 조금 전에 남자가 보인 다소 화려해 보이기도 하는 움직임에 비하자면 일견 단조롭게, 그럼에도 절도가 엿보이는 움직임을 고수하며 왼팔을 내뻗었다.

상대의 마법이 대기 중 모습을 드러낸 시점을 기하여, 그의 사고 처리는 시간을 잡아늘이듯 초월적인 속도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가 일순 떠올린 뇌명과 전격의 묘리가 어깨 언저리를 떠돌고 팔을 감싼-혹은 팔 자체라고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금속제 외갑과 전선 사이를 어지러이 튀겨 다니며 이내 손끝에 이른다.
그렇게 도달한 전격의 새파란 빛은, 본래 빛을 잡아먹고 자리하여야 할 안개를 거꾸로 잡아먹다시피 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 결과로 발출된 빛과 뇌전이 어린 에너지 또한 결코 범상치는 않았다.

마치 장맛비에 동반되는 광란적인 번개 다발, 혹은 테슬라 코일이라 불리는 물건에서 솟구치는 전기 다발들을 닮은 것들이 산개하여 쇄도한다.

그것들로부터 찬란하게 쬐어지는 전광은 그 밝음과 대비되게도 주변의 안개를 왜곡되게 비추어 검은빛을 띄게끔 한다.

검은 먹구름을 헤치고 달려드는 모양새의 전격 다발들은 마치 한 무리의 사냥개를 닮았다.

그것들 중 대부분은 날아오던 참격의 곳곳을 가격해 그것을 이루던 마력을 처참히 깨트리고 스스로도 사멸하나, 몇몇은 개중에서도 약한 부분을 가격한 뒤 재차 산개하여 꽃처럼 피어나는 스파크 다발을 형성한다.

그것들은 참격의 풍압에 이끌려 오던 종잇조각들에 부딪히고 그 강렬한 빛을 온전히 불꽃의 타오름으로 선회시킨다.

허공을 날던 수백의 조각들이 제각기 푸른 불꽃을 두른 채 흩날리는 광경은 비록 오래 유지되지는 못했으나 일순간 마치 푸른 나비의 군집이나 흩뿌려지는 천상의 입자들을 연상케 하는 절경임에 틀림없었다.

만약 어떤 예술가가 이것을 목도하였다면 즉시 강렬한 영감을 얻었을 아름다움.
그것은 퍽 모순적이게도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생명의 위협에 준하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한 박자 늦게 터진 마법 간 충돌의 여파가 시전자 둘을 덮치나 빈센트는 가볍게 팔을 휘저어 그것을 흩어낸다.
별 충격을 받지 않은 것은 상대 또한 마찬가지인지, 남자는 여전히 검푸른 옷자락을 휘날리며 경계만을 일삼고 있었다.

"나즈 님, 괜찮으십니까?"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남자의 일행 중 키가 가장 큰 자가 입을 열었다.

나즈라고 불린 황금 팔의 남자는, 한쪽 손을 가볍게 들어 대답을 대신하고는 가벼이 질책하듯 짧게 말을 이었다.

"크게 문제는 없다. 다만 외부인 앞에서는 칭호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예."

그가 물러가자 주변에는 잠시 적막이 흐른다.

빈센트와 나즈는 방금의 수 교환으로 어느 정도 서로의 역량을 파악해낸 상태였으며 그들이 서로 맞붙었을 때 결코 한 쪽이 압도적일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검은 베일식 차폐막으로 얼굴을 가린 나즈와 애초애 표정이랄 것이 없는 빈센트였지만 상황과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엔 이골이 난 두 명이었기에 이는 곧 결투를 이어 간다면 적어도 한쪽의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로 이어졌다.

그것은 곧 싸움의 종식을 뜻했다.

빈센트와 나즈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게서 시선을 거두었고, 나즈와 일행은 공터를 지나 더 깊은 곳으로 항했으며 직후 빈센트가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바닥에 흩뿌려진, 그러나 이젠 절반 이상이 잘려지고 불에 탄 종이들만이 그들의 대치를 증명하는 듯 했다.

또한 빈센트가 눈치채지 못한 사실이라면,
그들 중 하나의 시선이 빈센트에게 꽂혀 차마 달아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리라.




전투씬은 잘 안 써봐서 어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