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절제수술에 대해 얘기할 때 어머니들은 보통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릴 때 다들 한 번씩 경험하는 거니까요."


 날개 절제수술은 그만큼 보편화된 수술이다. 보통 3, 4세 가량의 남자아이에게서 등에서 한 쌍의 날개가 자라나는데, 가끔씩은 한 뼘 정도 바닥에서 뜰 때까지 놔두는 부모도 있었다. 나같은 경우는 세 살 때 확실히 절제수술을 받았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현실적일 뿐 무정한 사람은 아니어서, 남은 깃털 중 두어 개를 액자에 담아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었다.


 그 화가는 제 때 절제수술을 받지 못한 가난한 사람이었다. 거대하게 자라난 날개가 바닥에 끌려 더러웠고, 그 날개의 무게 때문에 어깨도 굽어 있었다. 그런 날개를 가지고는 제대로된 일자리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치고는 늘 밝은 그림, 하늘을 그렸는데 주로 늦은 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면 보게 되는 밤하늘이었다.


 그 하늘에는 자주 시야를 갈라놓는 전깃줄도 가끔씩 여기 뒷동네에 내려앉는 매연 구름도 없다. 어지러울 정도로 빛나는 별과 선명한 달이 있었다. (그가 그려놓은 달은 늘 해보다도 선명했다.) 어쩌다 거리에서 그리는 초상화를 보고난 후로 나는 그의 그림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그가 그리는 초상화는 내리쬐는 달빛 때문에 형태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화가는 하루에 일하는 시간을 빼면 매일 8시간에서 10시간씩 그렸지만 그림을 팔기는 커녕 누구에게 잘 보여주지도 못했다. 크고 더러운 날개 속에 자주 스스로의 몸을 숨기듯이, 캔버스 역시도 방 한 켠에 감추고 그리고 그릴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밤에 찾아와 내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아내와 잠에서 깬 아들이 내 옆에서 눈가를 비비고 있었다.


 화가가 말했다. "하하... 이거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제 날개를 비웃지 않았던, 제 그림을 자주 봐주었던 당신에게 꼭 이것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아름답게 빛나는 하얀 깃털 펜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


 "변변찮지만, 그게 제가 지닌 가장 아름다운 깃털이었습니다."


 나는 잠옷차림으로 그 펜을 받아든 후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아이가 아내의 뒤에서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인 얼굴로 거대한 날개를 지닌 그를 훔쳐보고 있었다.


 "나는. 자네의 그림을 선물 받는 게 더 좋네만?"


 "하하." 화가는 웃었다. "제 그림은 제가 모두 들고 가려고 합니다."


 "어디 멀리 가려고?"


 "그렇죠." 그는 날개로 앙상한 몸을 감추며 말했다. "진작 가야했던 곳으로요."


 나와 그는 악수를 나눴고, 나는 가능하다면 밝을 때 함께 식사를 하고 떠나라고 말했다. 화가는 감사하다며 웃었을 뿐이었다. 인사를 하고서, 그는 날개를 바닥에 끌면서 골목을 돌아 사라졌다.


 
 그날 밤 그는 시계탑에 올라 8m를 날았고 72m를 떨어졌다. 그 짧은 시간의 활공을 위해 그는 날개를 끌고서 밤중에 계단을 올라야 했다. 그나마도 끝까지 올라가는 길은 막혀 있었기 때문에, 그는 거기서 뛰어내려야 했다. 화가의 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수많은 검은 전선이 얽혔고, 그 중 끊어진 고압 전선에 의해 즉사했다고. 나는 아는 경관을 통해 전해들었다.


 날개를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의 사회에서 거대한 날개를 단 화가가 날아오를 곳은 결국 없었던 셈이었다. 나는 것을 연습할 기회도 없었고, 그가 늘 보고 있던 풍경이란 애초에 빌딩의 최상층 스위트룸에 살만한 사람들이나 꿈꿀만한 그런 풍경이었으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그가 선물해준 가장 아름다운 깃털펜이 남아있었다. 그걸 사용할 때마다 나는 잘려버린 내 날개자국이 욱신거리는 걸 느낀다. 그렇다고 새로운 날개가 자라나는 것도, 내가 나는 일을 사랑하게 되는 일도 없을테지만.
 


 다만 나는 내 아이에게 나의 어린 시절 날개로 만든 깃털펜을 선물했다. 나에게는 화가의 깃펜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깃펜은 아이에게 줄 수 있었다. 그러자 아이는, 나중에 자신의 아들에게 그러고 싶다고 얘기했다. 아마 그런 식으로 날개는 전해지는 것이리라.


 아마 언젠가는 그 짐처럼 커다란 날개를 혼자 떠안고 있던 화가가 봤던 하늘, 그 별과 달. 모든 전선들이 사라지고 그곳을 올려다볼 수 있는 나날도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많은 아이들이 각자의 날개를 펼쳐 힘껏 날아다닐 것이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절제수술을 받은 나는 날고 싶은 마음 같은 건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아마 그 아이들도 깃펜을 쥐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 인간의 날갯깃으로 만든 펜을 손에 쥐고서. 전선 없는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다.



 (짧게 써보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