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이른 새벽. 평소처럼 햇빛이 만져지기도 전에 산책을 하고 있었다. 새벽공기를 만끽하며 걸으니 어느새 눈 앞에 경찰서가 보였다. 어제 아침에 봤던 모습 그대로 당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당연한 길을 가기 위해 시선을 돌려 계속 걸었다. 그런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경찰서와 옆 건물 사이로 드리운 그림자 속에 무언가가 빛났다. 시야가 어둠에 적응하자 비로소 쓰레기봉투를 뒤지다 말고 나를 응시하고 있는 고양이가 보였다. 


하루를 경계하는 고양이와의 만남으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인사를 강요하는 고양이의 눈빛에 압도되어 마음속으로 인사만 하고 가던 길을 갔다. 

한참을 같은 방향으로 가다보니 어느새 희붐한 빛이 떠올라 주택가의 유리창을 차갑게 물들였다. 


나는 더이상의 산책은 단념하고 방향을 반대로 틀어 집으로 향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되새기며 걷다보니 어느새 내 눈앞에 집이 보였다. 우편함에 넣어둔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섰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에 들어가 책상에 앉아 볼펜을 꺼냈다. 글쓰는 일이 직업인 친구를 위해 오늘 아침 하늘의 색이 어땠는지와 눈이 반짝이는 고양이에 대해 적었다. 멍하게 걷는 시간이 더 많았던 탓에 더 적을 건 없었다. 그 부탁을 한 친구로부터는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친구가 부탁을 언제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달력을 봤다. 딱 일주일 전이었다. 

부탁을 할 때,  친구의 표정은 밝았다.

 

그 날. 한적한 카페,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나는 진한 아메리카노를, 커피를 마시지 않는 그녀는 허브티 한 잔을 눈 앞에 두고 - 우리는 마주보고 앉았다. 나는 커피를 급하게 홀짝이다 혀를 데일 뻔했고, 이후 이어진 그녀의 말에 더 놀랐다. 

"나 회사 그만뒀어. 답답한 공기 속에서 똑같은 일만 반복하는 게 지겨웠어.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려고." 


나는 그녀가 직장에 잘 적응한 줄로만 알고 있었기에 잠깐 숨을 멈추고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결국 말은 그녀가 계속 이어갔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바로 글쓰기야. 오래전부터 항상 하고 싶었지. 참. 네게 부탁이 하나 있어." 

"어떤 글을 쓰는데?"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내가 하는 말에 집중해.

있잖아, 내가 이번에 글을 쓸 재료를 구하러 취재 여행을 갈 거거든? 그런데 그걸로는 소재가 충분치 않을 것 같아.

 그러니까 네가 하루동안 경험한 것을 적어서 나한테 보내주라. 분량은 상관없고. 그래, 네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한다니까, 그 때 적으면 좋겠다." 

내용과 이유 모두 마음에 드는 제안은 아니었지만 남는게 시간인데다가 거절할 명분도 없어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내일부터 부탁해. 난 갈 시간이 돼서 이제 갈게. 꼭 해줬으면 좋겠어. 안녕- "

나는 어쩌다 이런 무책임한 놈과 친구가 됐을까.

나는 앞에 빈자리를 두고 벌써 식어버린 커피와 거기에 비치는 조명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