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 저랑 사귀어 주세요!”


어디선가 달콤한 분위기를 내고있는 옥상 위에 두사람. 아마도 솔로들이 가장 극혐한다는 달달한 고백 현장인것 같았다. 보이는걸로 보아 저기 보이는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편지를 건내고 있는 여학생이, 반대쪽에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보는 저 남학생한테 고백을 하려는 모양이다. 근데 이상하게 그들 주위에 학생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걸로 봐선 비밀 고백은 아닌듯 하다. 이때 학생들은 현장을 지켜보며 웅성웅성 떠들어댄다.


“오늘은 왕자님이 고백을 받아줄까?”

“아닐껄. 왕자님이 그렇게 쉽게 고백을 받아줄것같애?”

“맞아. 벌써 저런 여학생들만 해도 수십명일껄? 물론 고백에 차인 몇몇은 다시 고백할 기회만 엿보는거 같더라.” 

“아니야, 이번엔 다를껄? 저기 보이는 여학생이 ‘소서희’라고, 우리 학교 일진인거 다들 알지? 전에 복장불량으로 남자 고문선생님이 붙잡으려고 했을때, 불쾌하다면서 다리로 얼굴을 한번 걷어 찼는데 아직도 입원중이시래.ㅎㄷㄷ 

“그래;; 고백해서 거절당하면 바로 뉴스에 보도 뜰껄. 그랬다간...”

“조용히해봐! 왕자님이 지금 뭐라고 말했어!”


학생들이 숙덕거리는 사이, 벌써 남학생이 결론을 내렸나보다. 하지만 그말을 듣곤 여학생은 계속 얼굴을 붉힌채 고개를 푹숙인 상태였고 남학생은 그런 여학생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휙 돌리고는 계단쪽으로 향할 뿐이었다. 이거 암만봐도...


“(웅성웅성)....차였나 본데?”


“누가 차였다고 그래!!!!!!!!!!!!!”


고개를 숙인 소녀는 이내 고개를 들어 큰목소리로, 학생들쪽을 쳐다보며 기합을 줬다. 그리고 계단쪽으로 거의 다다른 남학생을 바라보며 이윽고 다시 소리를 지른ㄷ


“네가 아무리 잘났어도 감히 나를 단번에 차아!!!!!!!!! 너 오늘 학교 끝나고 꼭 옥상으로 올라와라. 올때까지 다시 잘 생각해보는게 조.을.그.다. (빠직)”


그 거대한 목소리에 남학생은 마지못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남학생의 얼굴은 반쯤 감긴 길쭉한 눈과 입을 약간 벌린채 한숨을 푹 내쉬며 여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든가 말든가. 너나 네모습을 보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호구녀.”




  



<무뚝뚝한 왕자님, 호감도 100%!> 



  




내 이름은 우수한. 

전국 상위 0.01% 인재들만 모인다는 명문고, 늘품고등학교에 재학중인 2학년이자 현재 학생들사이에선 주목받는 인재. 한마디로 말해서 아이돌 같은 존재랄까? 어쨌든 난 그딴건 관심없다. 지금은 그냥 조용한 학교생활을 보내는게 내 소원이다. 어릴때부터 이렇게 소란스럽지도 않은 평범한 일상을 보냈던 내가, 어째선지 학년이 점점 올라갈수록 주위에 사람들이 점차 내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나에게 고백을 하는 여학생들까지 생기게 됐고, 지금에 이르러선 하루에 고백을 하는 사람이 5-6명 있을정도로 심화됐다. 또한 나를 보기위해서 이쪽 명문고로 오려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헛소문도 돌정도로. 대체 나에 어딜 보고 반하는 건지 몰라도, 오늘 옥상에서 또 시답지않은 소녀에게 고백을 받았다. 물론 편지도 받기전에 단칼에 거절했지만. 어쨌든 저 여자애는 아직도 저러고 혼자 승질을 내고 있다니. 이거야 원, 무슨 어린애랑 있는것도 아니고.


“뭐라고?!!!!”

“야야, 정말 살인 일어나겠어;; 어서 단체로 말려;;;!!”

“너 진짜 가만안둬!!! 나보고 뭐라고 했어? 호구녀라고?!! 뜷린 입이라고 막 말하냐?! 다시 얘기해봐!!!”

“야, 너. 밑에 노트 떨어졌다. 네꺼야?”

“네넷! 맞아요! 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자님!!”

“야!!! 지금 생까냐?! 너 어디가?! 기다리라고!!!! (버럭)”


계속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아이한테는 무시하는게 상책이다. 저렇게 때쓰는 아이한테는 오히려 반응해봤자 내 입만 아파질뿐. 그리고 나는 그 현장에서 유유히 빠져나왔다. 근데 진짜 골치 아프네. 어서 시험공부 준비해야되는데 말이야.



톡톡



“응? 뭐야?”

“넷?!(움찔) 아아, 저기 저....”


복도를 걷던 중, 뒤를 돌아보니 뭐야. 방금 전에 노트 주워줬던 단발머리 여자애잖아? 무슨 볼일이 있길래 날 부른거지. 근데 이 애, 자꾸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너. 내게 하고싶은 말이라도 있어?”

“네엣?! 아아, 저기 그러니까 저 왕자님께 하고 싶은말이—— 그 뭐냐하면 그——“


그러고 제대로 말도 걸지도 않고 계속 우물쭈물 중얼중얼. 진짜 답답해가지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야겠다.


“할말 없으면 그냥 간다.”

“에——엣!!! 아니아니;;; 진짜 할말이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주...”



콰당!



그 애는 갑자기 날 향해 세게 돌진하더니, 그만 그대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정말 뭐야! 자꾸 뭔가 전보다 귀찮은 일이 생기는거지? 


“으윽....정말 죄송합니다. 왕자님. 어디 다치신데는....(!)”


그 여자애는 날 가까이서 빤히 쳐다봤다. 우리는 서로에 몸이 거의 밀착된 상태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 소녀는 커다란 눈망울에 내 얼굴에서 점점 내 입술을 비추고선 가까이 다가온다. 뭐지 이 시추에이션은? 


“저기 머리는 됐으니까 몸 좀 일으켜줄래? 나 일어나고 싶거든.”

“(벌떡 일어나서는) 네——엣!!! 죄송, 아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자, 떨어진거 주어줄테니 이만 돌아가도록 ㅎ....”


고개를 숙이고 여자애가 떨어뜨린걸 주어주려는 그 순간. 핑크색 편지지에 하트 문양 스티커가 붙어져있고 하단에는 ‘주은아’라고 적혀진 편지봉투를 목격했다. 그걸 본 나는 이 물건은 뭐냐는 듯이 눈빛으로 노려봤고, 이내 눈치챈 소녀는 다급히 떨어진 편지봉투를 집어들고는 나에게 긴장이 잔뜩 들어간 큰 목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저저저저저저저저....! 이..이이이이이건...아무거것도 아닛...!”

“당연히 그렇겠지? 그럼 난 급한 볼일이 생겨서 이만.”

“에엣?! 아니 잠시만...”


난 그말을 다 듣기도 전에 얼른 빠른걸음으로  그자리에서 도망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피한거다. 연이은 고백은 일절사양이니까. 저 애도 오늘 고백하려다가 그 현장을 목격하곤 자신감을 잃었던 모양이군. 오히려 잘됐어. 이후로 내가 얼마나 냉정한지 조금이나마 알아겠지. 이로써 고백 받을 일이 약간은 줄어들겠군.


“후후, 역시 마이프린스♥ 여전히 인기가 많구나. 언제나 고백을 차서 그동안 참아줬다고 해도...”

“아까 그 여자앤 누구야? (섬뜩)”

“그러는 너는 누구냐?”


갑자기 앞에서 뜬금없이 새하얀 은발의 소녀가 나에게 다가와선, 시비를 걸려고 다가온것인지 알수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겨우 귀찮은 상황에서 빠져나왔더니, 이번엔 또 뭐야?


“이런. 그러고보니 우리 아직 초면이었지? 그치만 난 이미 너에 대한 모든걸 알고있는데. (씨익)”

“그딴건 관심없고. 할말없으면 이만 가...”

“여태까지 네가 고백받은 횟수는 중복 허용, 아까 전에 옥상까지 합쳐 총 4731회. 찬 횟수도 이와 동일. 그중 편지를 읽기전에 찬 횟수 2527회, 읽은후 찢거나 버린 횟수 1429회, 고백한 상대방을 독설로 걷어찬 횟수 1153회, 모른척한 횟수 748회, 고백 도중에 도망친 횟수 173회, 마지막으로 상대방 가슴을 만진 횟수 1회.”

“...가슴? 대는대로 지어내지 마라.”

“후후, 맞아. 농담이야. 사실 네가 상대방을 실수로 때린 횟수였어. 똑똑하시네요. 왕자님 ♥


뭐지, 저 반응은? 칭찬해 달라는거야 뭐야? 별별 인간을 다 봐서 그런지 별로 감흥이 없었지만 하는짓을 봐선 정상은 아닌것 같았다. 하여튼 그게 농담이든 진담이든 뭐가 대단하다고 혼자서 지껄이는 건지.


“그런거 새고 다닐 시간에 공부라도 하지?”

“설마 날 걱정해주는거야? 아잉, 그렇게 관심 안줘도 계속 따라다닐텐데♥

“(하아... 말이 안 통하는군) 너랑 노닥거릴 시간따윈 없다. 그럼 볼일이 있어서 이만.”

“무슨 볼일?”

“그건 네가 알아서 뭐하게.”

“누구랑 만나러 가는거야? 날 버리고. 설마 그 여자애?”

“....뭐?”

“누군데? 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구?누...”

“(그냥가자. 미친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연스레 무시, 그리고 무식하게 달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자 그 소녀는 나에게 마지막 발악을 질러댔다.


“만약 나에게서 멀어질 생각이라면 당장 접는게 좋을걸? 안그러면 몰래 찍은 너의 부끄러운 사진을 학교 게시판에다 전부 업로드시켜 버릴테니까!”


나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높이 치켜들곤 내게 보여주더니, 이내 내 반응을 볼려고 하는 눈치였다. 이게 진짜 단단히 미쳤구나.


“....화질이 구려서 제대로 안나온건 아니고?”

“당연하지. 한번 볼래? (불쑥) 내가 얼마나 잘찍어뒀는데! 봐봐. 이건 널 처음 만났을때 뒤에서 몰래 같이 찍은 사진이고, 이건 네가 체육시간에 화장실 갔을때 몰래 찍은거. 그리고 이건...”



덥썩



그리고 난 그 더러운 스마트폰을 단번에 낚아챘다.


“앗! 안돼애애애애—! 그거 돌려줘! 아무리 갖고 싶어도 그건 내 보물들이란 말이야!”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런 말을 잘도 지껄이는구나. 지금 네가 한 짓은 도촬 및 유포 죄에 해당된다고.”

“그..그건...! 아니아니지. 컴퓨터에다가 저장해놓은것들도 있으니까 어차피...”

“그럼 더 못주겠네. 이걸 근거로 도찰 및 유포죄 미수에다가, 네 컴퓨터까지 합쳐 재판에서 중범죄로 넘어가고도 남겠는걸?”

“그딴건 상관없어! 순순히 안 줄테니까. 그리고 우리 아빠는 유명한 거대 조직의 보스이시고, 또 친구분들 중에 판사도 있거든.”

“이후엔 난 다신 너따위 면상은 볼일이 없겠지. 영.원.히.”

“.....!”


이렇게 말해두면 포기할까 싶어 얘기했더니, 갑자기 급 토라지고선 약 몇초라는 시간동안 난 뺏은 스마트폰에 저장돼있던 도촬사진을 거의 다 지우고 있을때쯤 (진짜 많네), 갑자기 눈을 치켜 세우더니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이렇게 될 바에, 널 누구한테도 주지 않을거야!!!!!!!!!!!!!!!”

“!”



파지직



나는 순간 내게 휘두르려고 했던 그 손목을 재빨리 붙잡았고, 그런다음 약간 힘을 주어 가까스로 제압시키는데 성공했다. 근데 문제는 걔 손에 들고있던게 다름아닌 스턴건.


“윽!”

“너 진짜 미쳤냐? 학교에서 이런 무기를 들고다니다니. 하 진짜...이것도 압수.”

“안돼! 그거는 내—— 맞아! 그건 내 치한방지 호신용 도구라서 안..”

“작작해라. 이 미친년아. (살기)”

“흐잇...! (움찔)”


진짜 살다살다 나를 죽일려고 하는 여자애까지 만나다니, 대체 다들 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 나있는지 원. 하... 이 지긋지긋한 인생 빨리 청산하고 싶다. 그리고 이 범죄도구들은 당분간 가지고 있도록 해야겠어. 또 저년이 언제 달려들지 모르기 때문에. 


“저기 그래도 쟤 스마트폰만 다시 주면 안될까...요? (쭈글)”

“이딴 짓을 벌여놓고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야. 앞으로는 내 앞에서 얼씬도 거리지마. 기분나빠.”

“그럼 대신에, 몰래 숨어서 엿보는건 괜찮다는 얘긴 거죠...? ♥

“너 진짜 역겹다.(멸시)”


이런 인간얘기 같이도 않은 소리에 질려서 난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더이상 나를 따라오지는 않지만, 뒤에서 왠지 나를 괴이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으윽 소름끼쳐.


••••••


딩동댕—동—♬



학교내 종소리가 울려퍼지며 힘든시간과 함께 점심시간이 끝나버리고, 나는 다시 간신히 내 반으로 돌아가 수업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는데만 열중했다. 하지만 다음교시가 하필이면 내가 싫어하는 자유롭게 모둠을 짜서 진행해야만 하는 모둠과제 시간이었다. 딱히 할 사람이 없어서 기피하는건 아니다. 오히려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문제지.


“이봐. 왕자. 우리 모둠으로 들어올래? 이번에는 훨씬 깍듯이 모실겡. 한번만 응? 우리조에 네 도움이 필요하단 말이양~”

“야. 왕자님은 우리랑 같이 하시기로 했거든? 너네 같은 하찮은 것들이 어딜 감히! 그쵸, 왕자님?”

“야 여자애들! 아무리 왕자님이 좋다고 그렇지, 선수치는게 어딨냐?! 그리고 왕자님은 우릴 간택하실거거든!”

“제발 조용히 좀 해라. 재잘재잘 시끄럽거든. 니네가 알아서 조용히 처리해.”

“앗! 네,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맨날 느끼는거지만 우리반애들 반응이 너무 오바하는 경향이 있는것같다. 왜 저러는건지.



띠링~♪ 



이러는 사이, 내 주머니속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그래서 바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어 살펴봤다. 아무것도 온게 없었다. 그렇다면 아까 압수한 유해물인가. 한번 꺼내서 살펴봤다. 근데 한개의 알림 메세지가 떠있었다.


『 6교시, 왕자님네 반 모둠수업. 꼬여있을 벌레들 관찰시간 - 작성자 ‘유리애’님 』 


유리애라는 이년, 완전 사이코패스 범죄자잖아. 이런걸 매일 확인하고 나를 몰래 염탐하러 온단 말이야? 휙휙.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있는지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왜 이런거에 신경써야할까. 정말 여태까지 한숨을 몇번 쉬었는지도 감도 안잡힌다. 에휴....


••••••


그렇게 마지막 수업을 마침과 동시에 다사다난했던 오늘 학교생활도 이렇게 끝마쳤다. 오늘은 저번보다 더 머리가 복잡했던날 인것같다. 책가방을 다 싼 다음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 일어나기 직전, 여학생 무리들이 내게 찾아와서 말을 걸었다. 쟤네 우리반도 아닌데 말이지.


“왕자님~♥ 혹시~ 저희랑 도서관 같이 안가실래요? 그다음에 시간 남으면 노래방도 같이 가서 노시는게...”

“미안. 난 시끄러운 곳은 딱 질색이거든. 가려거든 너희들끼리 가. 이상한데 가지는 말고.”

“앗! 옛♥ (거절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릴 걱정해주시다니 완전 차도남! 꺅~!) 

“(거절했는데 왜 좋아하는거지? 여학생들 속은 통 이해할수없군.)”


여학생들도 순순히 간것 같으니 이제 자리에 일어나볼.....



후두둑



음? 뭐야?

자리에 일어나려는 순간. 책상 서랍안에서 뭔가가 우수수 떨어졌다. 떨어진걸 자세히보니 갖갖이 종이봉투가 널려있었다. 러브레터군. 어느새 이런걸 넣어놓은거지? 전에 몇번 이런식으로 넣어둔게 종종 있었지만, 이번엔 훨씬 많은걸. 아마도 고백현장을 보고 소심해졌나. 귀찮네. 그냥 갖고갔다가 한꺼번에 버려야겠다. 


그렇게 치우던 와중, 편지봉투사이에서 유독 구겨진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 구겨진 종이를 주은다음 펴가지고 안에 내용물을 살펴봤다. 아무 노트에서 찢어가지고 악필로 막 적은 그 종이 안에는 이렇게 써져있었다.


[결투 신고장] 

반드시 이걸 읽었다면 즉시, 옥상으로 올라와라! 

네가 마음을 바꿀때까지 옥상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겠다!

혹시라도 도망치기라도 했다가는 앞으로의 너의 학교생활은 평탄치 못할것이며 또한 너의 치한은 결코 안전치 못할...


“그냥 종이쓰레기였네. (휙)”


그리고 나는 교실로 나와 약간 조용해진 복도를 걸어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조용하니 기분 좋군. 그렇게 내려가던 와중, 밑에 먼저 내려가던 시끄러운 남학생 무리때문에 그 생각은 한순간에 시라졌다. 그중 남학생 한명이 흘러지나가는 소리로 재잘거린다. 


“야, 내 하나뿐인 여친말이야. 걔 너무 까탈스러워. 겨우 대시해서 간신히 사귀긴 했는데, 자꾸 부딪히잖아. 이참에 내일 주말에 로미오처럼 여친 집 창밖에 계속 서있을거야. 그래야 마음을 바꿔먹겠지.”

“로미오는 개뿔, 그정도면 진상이지ㅋㅋㅋ”

“야, 아무도 날 말리지마라. 한번 사랑에 빠지면 눈에 뵈는게 없는법이야. 만약 처음에 무시해도 계속 하다보면 창피해서라도 날 만나주겠지.”

“너같은 바보라면 하고도 남겠네. 그래 잘해봐라ㅋ”

“(움찔)”


뭐지. 갑자기 엄습하는 요 불안감은. 저 얘기를 듣고나니 아까 전에 버린 종이에 써있던 내용중 한 대목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네가 마음을 바꿀때까지 옥상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겠다!


젠장. 듣고보니 걔는 이미 그러고도 남잖아! 저러고 계속 냅두면 분명 나를 들먹거리겠지. 물론 문제아라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겠지만, 학교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건 싫은데.왜 여학생들은 내 프라이버시에 자꾸 회방을 놓는건지. 그래. 한번 결판을 내보자.


••••••


탁탁


결국 나는 옥상으로 올라오고 말았다. 근데 바로 앞에 이미 여기서 살 준비라도 하듯. 옥상 바닥에 내놓고 누워있었다. 아무리 호구라도 이런 진상이 다 있다니. 그리고 이내 내 기척을 느꼈는지 벌떡 일어나선,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내뱉는다.


“결국 마음은 정하셨나요? 왕자님. 지금와서 용서를 구하고 고백을 인정하면 죽음은 모면시켜 줄테니 어서 결정부터.”

“됐고, 호구녀. 당장 집으로 가라.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그딴 시답지 않은 얘기 꺼내지 말고, 어서 결정해!!! 나랑 사귈건지, 싸울건지! (착)”

“적어도 너같은 진상하고는 안사귀어. 인생 망신이라고.”

“기어코 죽음을 선택하셨군. 좋아. 한번 겨뤄보자. 네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겠지? 왕.자. (뿌드득)”

“진짜로 싸울거냐? 후회 안해?”

“내가 왜 후회를 해? 네가 이제부터 느낄 감정인데. 자, 각오해라!!!!!”


그렇게 소리지르곤 내게 빠르게 다가온다. 주먹은 불끈쥐고, 다리엔 힘을 가한채 차차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그런 짓을 한번 흘끗 보고 말했다.


“학교폭력을 일으키려고 하는거 같은데. 어떡할까요, 부장 선생님?”

“소서희 너, 당장 선도실로 따라나와!!! [2학년 부장 선생님이자 서희네 반 담임 선생님] 

“헉! 왜 여기에 선생님이!!”

“그럼 혼자 왔을거라 생각했냐? 어쨌든 잘 가라. 호.구.녀.”

“야이, 비겁한 놈아!!! 나중에 두고봐!!!! (후다닥)”

“야 소서희! 어딜 도망쳐! 이리 당장 안와?!”


이제야 마무리가 된것 같군. 그만 집에 가보록 할까. 역시 바보라서 쉽네.


“저....저기! 왕자님 잠시만요!”


아아, 제발 이제 진짜 그만해라! 왜 자꾸 시답잖은 이벤트가 계속 발생하는거야! 또 누군데?!


“긴히 전해줄 말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잠깐만 시간을 내주시면....”

“....주은아였나?”


내 앞에 서있던건 몇시간전, 복도에서 부딪혔던 단발머리 소녀였다. 이번엔 무슨일로...아아 그러고보니 고백하기전 먼저 피했었지. 다시 고백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군. 생각보다 끈질기네. 확실히 거절했어야 했나. 이번에는 제대로 거절해야겠다. 


“쟤—쟤 이름을 어어어——어떻게 기억해주시는거——(당황)”

“그건 됐고. 너 지겹지 않냐? 눈치가 없어도 정도가 있는거다. 그럴땐 그냥 깔끔히 포기해야 하는게 정상이야. 구차하게 기다린다고 난 고백따윈 안받는다고. 그러니 이만 돌아가도록 ㅎ...”

“그런게 아니에요!!!!”


말하는도중, 소녀는 나에게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뭐야, 너도 아까 걔같이 나한테 몰아붙일려고? 하.... 진짜 그러면 답 없는데. 그냥 피하는게 좋겠다. 여학생들은 이제 지긋지긋...


“사랑 고백하려고 하는게 아니에요-!!! 그 편지는 쟤 친구가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한거라고요.”

“.....뭐라고?”

“그리고 제가 기다렸던 이유는——


친구가 되고 싶어서에요!”


“친...구?”


뭐야. 저 낯선 단어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저런 정상적이고 이질적인 단어는 처음 들어본다. 아니, 어릴땐 자주 들은 말이고 실제로도 있었으니까 처음이라고 볼순 없겠지. 그럼 어째서 처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매일 원치않는 고백이나 받고 관심의 대상이되고, 누구에게 선망의 대상이나 되서는 그렇게 피하다보니 난 외톨이가 되어 있었구나. 결국 나는 남이 쌓아올린 높은 성에 홀로 갇혀있던거나 마찬가지겠네.


“아니에요. 싫으시면 됐어요. 그래도 오해는 제대로 풀고싶었어요.”

“아니; 잠시만. 아직 난.....”

“사실 전 왕자님과 같은 반이에요. 모르고 계셨죠? 매일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니 안보이셨겠죠. 하지만 전 왕자님처럼 주위에 빛나는 모습에 끌렸을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반면에 조금은 외로워 보였어요. 저도 모르는사이 빛보단 그쪽에 끌려선 나도 모르게 그만.....(추욱)”

“알겠어. 그러니깐 그...뭐냐...그...(버벅) 친구가 되어줄순 있.....(!)”


말하려는 그 순간, 어디선가 섬뜩한 기운이 맴돌았다. 누군가에 따가운 시선과 함께. 그때였다. 풀죽어있는 은아 뒷쪽에 반짝거리는 무언가와 함께 은아쪽으로 급격히 다가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위험해!!!”


외침과 함께 나는 은아를 밀어낸다음, 반짝이는 쪽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제대로 명중했는지,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앞쪽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기어코 저 벌레하고 눈이 마주치셨군요. 마이 프린스.”

“또 너냐. 다신 나타나지도 말라 그랬지.”

“어쩌다 폰을 받아오려고 찾던 길에 왕자님의 소리가 옥상에서 들려, 뒤좇아 왔더니.... 저몰래 바람현장을.....더 이상 용서할수 없어. 특히-은아 쪽을 째려보며-”

“히익-!”

“너때문에 내 프린스가 한눈을.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에. 너때문...”

“닥쳐라. 쟤는 그저 내게 친구권유를 한것뿐이고, 너는 그저 가까이 하기 싫어서 그런거라고 이 사이코패스년아.”

“쟤가 싫....싫.다.고.요? (번뜩)”

“응, 네 면상만 봐도.”


당연한듯이 말했더니, 지 손에 떨어뜨렸던 뭔가를 다시 주워들곤....아니 잠깐만 저건.


“저때문에 프린스가 슬퍼하시게 만들순 없겠네요. 프린스를 화나게 만든 저따윈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따윈 없겠네요. 이 칼로 (척)”

“(미친, 식칼을 학교에 들고왔었냐.)”

“자결하겠어요. 마지막 제 모습, 지켜봐주세요♥

“뭐, 그러시던가.”

“에—엣——?! (둘이 동시에)”

“네가 자진해서 유혈사태를 만들겠다니 별수 있나. 아마도 그걸로 관심 끌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럴줄 알고 미리 네폰으로 네 음성메모 켜놓고 있었다. 이걸로 네가 알아서 자결한걸로 퉁치고 난 이만. 가자.-은아에게 손짓하며-”

“앗! 옛! 근데 저대로 놨두고 가면;”

“(이게 아닌데;;;)”


그리고 나는 옥상 계단쪽으로 무심히 걸어갔다. 솔직히 제가 안 찌른다는 믿음보다 그냥 그러던가 말던가, 관심없었다.


“거기서요!!!-조급한 목소리로- 만약 그대로 가버리면 이걸로 왕자님을 찔러 버릴거...”

“좋아. 찔러봐.”

“옛?”

“찔러보라고, 한번.”


예상치도 못한 반응이였는지, 그 자리에서 날 바라보며 약간 믿지 못하는 눈빛을 보냈다.


“만약 내가 그 칼을 잡으면 정당방위로 네쪽도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살기)”

“흐잇-!”


쫄았는지, 뒤로 약간 물러나 엉거주춤하더니 칼을 슬슬 내려놓는다.


“어떡할래? 찌를거야 말거야?”

“그....그게.....(긴장) 따....딱 한번만 봐줄테니까, 제 핸드폰만 좀;; 그거 밖에 못 다룬다 말에에요;;; 제발요! 부탁드립니다;;;!!! [기계치]” 

“이거 주면 앞으론 내 앞에 얼씬도 안 거릴거야?”

“네....넷! 얼씬도 안 거리겠습니다! (제발 엿보는거 만큼은...!!!) 

“좋아. 솔직히 이 꺼림칙한건 더이상 들고 다니기 싫었거든. 알아서 받아라.-리애쪽으로 툭 던지며-”

“으앗!!!”


이걸로 진짜 마무리. 후~ 치고받고 싸우는것도 정말 오랜간만이군. 마치 유치원때 애들하고 쓸데없는걸로 가지고 화내고 싸운 이래로 처음이랄ㄲ


“으악!!! 사진을 모두 없앤것도 모자라 또하나의 눈(카메라)마저 봉인시켜 놓다니!”


“(아놔. 됐다. 진짜 가야지.)”

“근데 너, 진짜 왕자님하고 친구사이 맞아?”

“예...옛?! 아, 그러고보니 아직 받아줬는지는 모르겠네요.”

“(깜빡했다)”

“흠, 행여나 허튼 수작부리면 가만안둬. 왜냐면 내 전 남친이였으니까.”

“에—엣?! 진짜요?! 그것까진 몰랐네요!”

“(하아....그냥 무시하자)”

“그리고 너, 혹시 친구로 말고 이성으로 다가갈 마음은 1도 없는거 맞지? 미리 배반때리기전에 확인차원으로.”

“예엣!!!—아니—저기—그—그거는——에———그러니까(우물쭈물) 

“(왜 말을 못ㅎ!)”


“왕자—!!!!! 이걸로 끝난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잘 기억해두라고. 너 아주 잘못 찍힌거라—” 

“소서희! 또 어딜 운동장으로 튀어!!! 당장 이리 안와!!!!!”





















하아......(아마도 이게 오늘 마지막 한숨) 끝까지 시달리는구나. 그나마 정상이였던게 그 여자애 빼곤 모두 정신나간 애들뿐이군. 야. 이걸보고 있는 너희들. 잘 들어. 우리학교가 원래 상위그룹만 모여서 너희들끼리 말하는 소위 미소녀라고 하는 애들까지 같이 오는 모양이더라, 특히 이 학교는. 하지만 아무리 미소녀가 좋다해도 이것만은 알아주라. 만약 네앞에 막무가내로 때쓰는 호구녀랑 먼저 건드려 놓고 우물쭈물 몇분동안 답답하게 서있게 만드는 내향적 소녀하고, 사랑을 핑계삼아 협박해오는 여자들을, 그것도 니네 현실에서 부딪힌다고 생각해봐라. 그것도 매일. 그런 삶이 과연 좋겠냐? 나도 그런 느낌이었거든. 제발 내 행동에 뭐라고 하지 말아라. 이 삶 진짜 힘들거든. 차라리 너희같이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 낮은 정상적인 삶을 한번은 살아보고 싶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또 하나.




모두가 날 왕자님이라고 부르더라. 아무도 내 이름을 안부르더라고. 난 이 별명이든 호칭이든 전혀 마음에 안든다고! (빠직) 








내 이름은 우수한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