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하게도 다시 한 번 살아가고 싶어졌습니다.

 

 

저에게서 시노에를 빼앗아 간 소노자키와, 저를 두고 더러운 놈을 선택한 시노에가 죽어버렸습니다.

그것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괴물에게 먹혀서.

 

차량 하나가 겨우 들어올 법한 이 좁은 골목에서 넷, 아니 한 명과 하나의 괴물과 두 고깃덩어리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 괴물은 저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 식사를 이어갔습니다. 그 모습은 흡사 아귀와 같았죠. 빠드득 하면서 뼈 까지 부수는 소리가 찌익 하면서 생 살점이 찢기는 소리가, 한 때 사람이었던 것의 흔적을 빠르게 없애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식사하던 괴물은 배가 불러졌는지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를 듭니다. 그리고 하늘에선 마치 그 얼굴에 묻은 피를 씻겨 주려는 듯 다시 비가 내리는군요.

 

새빨갛고 진한 핏물이 지워진 얼굴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한 여학생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렇게 흔적을 다 지우고 나서야 저에게 다가왔죠.

 

“넌...”
아주 짧은 음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에 굵은 짐승의 소리가, 당당한 남학생의 소리가, 늙은 노파의 목소리가, 다 죽어가는 사람의 소리가 찰나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사츠키?”
맑고도 부드러운 소리. 그건 분명 시노에의 목소리였습니다.

어째서 이 괴물, 아니 여학생에게서 시노에의 목소리가 들렸던걸까요?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건 말건 그 아이는 갑자기 두통이라도 온 듯 양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신음소리를 내더니 골목 저 안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시노에의 자리는 텅 비어있었죠. 그리고 어느 반의 소노자키 자리 역시 비어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한 달, 세 달이 지났습니다만 역시나 자리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니 학급에서는 둘이 혼슈로 야반도주를 했다 라던가, 혼전임신을 했다 라던가, 마약에 손을 댔고 지금 야쿠자에게 쫓기고 있다 뭐 이런 말같지도 않는 소문이 돌고있습니다.

 

시노에가 사라지면서 절 괴롭히는 귀신은 이따금씩 나타났지만 예전처럼 절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절 그들의 대장마냥 떠받드는 듯 아양도 부릴때가 있었죠. 그렇게 전 제 삶을 다시 찾아가고 있을때였습니다.

 

“자 오늘은 전학생이 왔어요.”
조례시간 담임선생의 소개를 받으며 전학생은 인사를 했습니다.

 

“내 이름은 가에다 마유키야. 혼슈에서 왔어.”

티 없이 깨끗한 얼굴과 까만색의 찰랑거리는 머리칼의 그 아이의 등장에 남학생들은 오오 하는 소리를 내었습니다. 저라도 그럴거에요. 그녀는 정말 너무나도 이뻤거든요. 하지만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런 생각을 했죠

 

[그 골목!]

 

맞아요. 소노자키와 시노에를 먹어치운 그 괴물소녀입니다. 그런 사람이 시노에의 빈 자리에 앉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요! 조례가 끝나자 그 아이 곁으로 학급 전원이 달라붙었습니다. 이름이 뭐라고? 어디에서 왔어? 이런 질문들을 쏟아내면서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하교길이었습니다. 뒤에서 절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그 곳에는 가에다가 있네요.

그녀는 저에게 같은 방향이니 같이 가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네요. 오늘 처음 본 이 아이가 저의 집 방향을 알 리가 없을텐데 말이죠.

 

“너가 어떻게 그걸 알아?”
“왜 몰라? 예전에 몇 번 놀러갔었잖아, 너 그때 펜케이크도 해줬던거 기억 안나?”

 

제가 펜케이크를 해준건 당연하게도 이 아이가 아닌 시노에였습니다.

“그 날 엄청 비 와서 같이 시내에 갔었다가 흠뻑 젖었었지.”

이 일 역시 시노에였습니다.

 

“그럼 혹시 너가 선물해준...”
“펜더 키링 말하는거야?”

소름끼칠 일이었습니다. 이 아이는 어째서인지 저와 시노에만이 알고있을 비밀을 전부 꿰뚫고 있는것입니다. 아니 꿰뚫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알고있습니다.

 

제가 미쳐서인걸까요? 이런 가에다에게서 시노에가 곂쳐 보이는건 정말 제가 재정신이 아니여서 그런걸까요?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시노에, 아니 마유키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간사하게도 다시금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4화라고 하려했지만 2천자도 넘지 않는 너무나도 짧은 분량이다 보니 그냥 3.5화라는 말도 안되는 기적의 논리를 해봤어. 이걸 처음 생각해본건 2020년이었고 그때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서 그냥 손 놓아버리고 나중에 생각나면 써봐야지 했는데 그렇게 2년하고도 새 해를 바라보게 되었어.

그래서 더 이상 묵혀놔선 안되겠다라는 생각으로 망하더라도 일단 여기는 뚫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써봤는데 뭐랄까

시간에 쫓겨서라는 변명으로 호다닥 끝내버렸다는 생각이 드네.

그러면서도 다음편 부터는 전의 이야기에 얽메이지 않고 내가 새로 구상해둔 시나리오로 갈 수 있을것 같아 내심 해치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글 잘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