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는 소설의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의 편지네요."
"읽어보도록 하고, 저희가 이 아이의 소원을, 이뤄주도록 하겠습니다."
"RBS 라디오, 황인정입니다."
-2022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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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 병실 CPR 준비!"
"22번 병실 심정지 환자 발생!"
...
오늘도 병원은 시끌벅적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병원은 들어오는 사람, 나가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전 여기 누워있죠.
23번 병실에.
여기에 온 건 1년 전이에요.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가 아직 생생하네요.
그 진단서에는 백혈구가 10만개가 있다고 써져있었어요.
10만개라, 정말 많죠?
의사선생님은 이걸 보고 정말 심각하다며 절 바로 입원시켰어요.
그렇게 부모님과 이별하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지내게 되었죠.
...지금은 저 혼자에요.
여기 있던 다른 아이들 모두 어딘가로 떠났거든요.
저도 곧 여기를 떠날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근데 시간은 무한한데 뭔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요.
또, 부모님은 절 보고 정말 착한 아이라고, 좋은 곳에 갈거라고 해요.
부모님이 말하는 좋은 곳은 어딜까요?
놀이공원? 오락실? 학교?
아직 어린지라, 여기까지 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
여기 갇혀있는 지 오래인지라,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가 말하길, 전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대요.
우주사진을 보여주면, 그렇게 좋아했대요.
토성 사진 위에서 기타를 치는 모습을 그리고, 그걸 또 부모님에게 보여주고, 그랬대요.
지금은 그 꿈을 잊어버렸지만,
아직 그 기억의 파편이 제게 남아있는 듯하네요.
전 저 하늘 위 광할히 펼쳐져있는 별들을 보고 싶어요.
별들이 들판처럼 펼쳐져 있는 그런 곳 말이에요.
어릴 적부터 서울에 살았던 저는 별들을 육안으로 본 기억이 없어요.
어떨 때는 가로등이, 어떨 때에는 고층빌딩의 불빛들이, 또 어떨 때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별들의 빛 대신 우릴 밝혀주었죠.
밤하늘은 마냥 새까만줄 알았어요.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별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요.
별들이 마냥 새까만 줄 알았던 하늘에 점같이 이어진 모습을 말이에요.
그 사진이 신기해, 전 그 사진을 하루에도 몇 번씩 봤어요.
가끔씩은 그 별사진을 하늘에 대어보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그것도 사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거 같아요.
결국 제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까요.
병원 창문으로도 보이는 건 가로등과 같은 인공 빛밖에 없어요.
전 별들한테 버려진 걸까요?
별들은 사방으로 자신의 빛을 비쳐준다고 들었거든요.
하지만 제겐 아무런 별들도 제 손을 잡아주지 않았어요.
전 결국 지금까지 별들의 친구가 되지 못했어요.
속으로 좋아해도, 만나지 못하면 다 헛소용이죠.
.......
솔직히 말할게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인 척해서 죄송해요.
곧 마지막인 걸 알고 있어요.
사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 좋은 곳으로 갈거라는 것.
다 무슨 뜻인 지 알아요. 죽음을 의미하는 거겠죠.
여기 아이들이 어디갔는지도, 아이들의 자리에 푯말이 하나하나 세워진 게 뭘 의미하는 지도.
...저도 걔들과 같은 이 세계 저편으로 가야한다는 거겠죠. 다 알아요.
하지만 제 별에 대한 바람은 진심이에요.
그건 믿으셔도 돼요.
저 멀리 떨어진 별에,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어요.
제 버킷리스트에는 아직 많은 꿈들이 놓여져있지만,
그걸 이루는 건 지금은 다 사치겠죠.
이제는 하나를 이루기도 벅찬 시간이니까요.
절 별들이 펼쳐진 곳으로 데려가주세요.
하늘이 들판처럼 펼쳐진 곳으로 데려가주세요.
제가 아직 깨어있을 때,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지 않았을 때,
아직 감동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때.
2022년 12월 20일.
이예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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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는 정적이 흘렀다.
"혹시...아직 살아계시죠?"
라디오 진행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뒤에 더 읽어보시면..." 스탭이 조용히 뒷장을 가르켰다.
"아...고마워요."
라디오 진행자는 뒷 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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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예람군은 12월 29일. 병실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이가 광할한 우주 속 하나의 별이 되었길 바라며,
이 이야기를 끝마칩니다.
- 故 이예람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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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진행자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뒷장 내용을 읽었다.
스튜디오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그 소녀가 저 하늘 속의 별이 되었길 기원할 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