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순간 주위가 적막으로 변했다.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가끔 침을 삼키는 소리만이 나지막하게 울려퍼졌다. 침묵의 시간이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남자에 모두가 긴장에 빠졌다. 어째서, 어째서 저 자가 이곳에 나타난 것인가!

 사파의 고수, 혼염(炎)이 조심스레 물었다.

 "천수박귀 선배, 무슨 일로 이곳에 오신 겁니까?"

 천수박귀(千手鬼)!

 박수를 쳐 음공을 쓰는 자로, 그 속도가 매우 빨라 마치 천 개의 손이 박수를 치는 것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천수박귀는 안그래도 길죽하게 찢어진 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 되물었다.

 "왜? 내가 오면 안될 곳이라도 왔어?"

 혼염은 입술을 깨물었다. 천수박귀는 초절정에 올랐다고 알려자 고수였다. 그를 포함해 이곳에 있는 모두가 덤빈다고 해도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혼염은 애써 화를 억누르고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그저 선배가 사천으로 잠시 떠났다는 소문을 들어 잠깐 의아함을 들었습니다."
 "아 그거?"

 천수박귀는 이히히-!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 음공을 쓰는 이답게 웃음에도 내공이 섞여 있었다. 내공이 부족하거나 실력이 떨어지는 몇몇이 귀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개중에는 실신하는 머저리들도 있었다.

 뚝.

 갑자기 웃음을 멈춘 천수박귀가 말을 이었다.

 "다 끝내고 왔지."

 혼염은 놀란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분명 천수박귀가 사천으로 떠난 지 이레가 넘지 않았다. 같은 중원이라고는 하나 강서와 사천은 수백 리가 넘는 길이었다. 더군다나 둘 사이에는 장강이 있어 시간은 더욱 촉박했다. 그런데 벌써 돌아왔다고?

 "한가지 여쭙겠습니다.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천수박귀는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마가 땅에 닿기 직전까지 허리를 숙였다. 혼염이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모두 귀를 막아-"

 혼염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천수박귀는 허리를 피며 아가리를 벌렸다. 뺨을 넘어 귓가까지 벌려진 아가리에서 대포가 쏘아지는 소리가 났다. 천수박귀가 살의를 가득 담아 외쳤다.

 "다 - 죽 - 여 - 버 - 리 - 러 - 왔 - 지 - !!!"

 혼염의 고막이 터져나갔다. 이공(耳孔)에서 핏줄기가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일대가 혼란으로 가득찼다. 이미 늦었다! 혼염은 재빨리 두 다리를 놀려 서있던 자리를 벗어났다.

 짜악!

 전신을 울리는 박수 소리가 혼염을 덮쳐왔다. 그는 뇌를 울리는 충격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사파와 정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인원이 땅바닥과 이마를 부딫혔다. 죽은 이도 속속히 나타났다. 울음, 비명, 두려움, 공포가 섞여 오줌이라는 형태로 바지를 적셨다. 이 모든 게 박수 단 한 번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짜악!

 두번째 박수 소리가 퍼져나갔다. 고막이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일류에 속하는 이들조차 박수 소리를 견디지 못했다. 피가 철철 흘렀지만 그들은 살점을 뜯어서라도 손가락을 귓구멍에 집어넣었다.

 "이히히히히!"

 참으로 끔찍한 웃음소리였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였다.

 짜악! 짜악! 짜악!

 박수 소리가 들려오는 주기가 짧아졌다. 더이상 서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건 혼염 또한 마찬가지였다.

 짜악짜악짜악짜악짜악!

 천수박귀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박수는 천수박귀의 가랑이에서 시작해 가슴, 머리 위, 뒷통수, 등, 다시 가랑이로 이어졌다. 이 순서는 앞뒤가 뒤바뀌며 끝없이 이어졌다. 팔이 기괴하게 꺾이며 배와 등을 오갔다. 

 쩌엉!

 이제껏 들려왔던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터졌다. 솥뚜껑이 맞부딫히는 소리였다. 이질감으로 가득한 괴음이 귓가를 갈기갈기 난도질했다.

 서있는 이? 아니, 살아있는 이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저항은 커녕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나갔다. 절정에 이른 혼염과 정파의 군자검도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음공으로 초절정에 오른 고수는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쩌어어어어엉!!!

 천수박귀의 손바닥에서 마지막 박수가 굉음을 울렸다. 공기가 찌그러드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풍압이 먼지를 열 장 밖으로 날렸다. 연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묘기였다. 감동의 전율이 시체밭 위에 흘렀다.

 살아남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살아있는 이 또한 아무도 없었다.

 괴물, 한 마리가 서있었을 뿐이었지.

 이히, 히히히. 이히히-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