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이유로 잠을 못 드는 날

방 안을 환히 채우고 있던 무지갯빛 불빛이 시간에 맞춰 꺼지면

그때부터 숨어 있던 좀벌레들이 나와



만찬을 즐기기 시작한다.


먼저 무지갯빛 소스로 점철되었던 벽지와 바닥 전채요리를 남김없이 먹어치운 뒤

내 가방과 책과 개어놓은 교복과 시계 모양의 빵들을 아무렇게나 베어물고 나서

메인 디쉬인 나까지 천천히 좀먹기 시작한다. 


냠, 냠, 냠


몸이서서히굳어가면서움직일수가없다 

무지개등을켜서다시좀벌레들을방구석어딘가로몰아내고싶다 

하지만등을킬손은더이상남아있지않다


나를 모두 먹어치운 그들은 냅킨으로 입을 닦음과 동시에 입맛을 다시며 남아있는 내 정신의 부스러기들을 노려본다


오늘의 디저트는 빵가루 튀김 러스크입니다.


나는 결국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아무것이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