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자각몽에 대하여 아십니까? 


하하 맞아요. 단어 그대로 자신이 꿈속에 있단 걸 자각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무엇이든지 당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은 부자가 되거나, 초능력이 생기거나, 사랑해왔던 반쪽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거나...




하지만 보상이 큰 만큼 모험도 크죠.


기본적으로 꿈속에서는 무슨 해괴한 일이 벌어져도 그것이 현실인 줄 압니다. 자각몽을 꾸기란 힘든 일이죠.



왜일까요?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건 제약일지도 모릅니다. 


무슨 뜻이냐구요? 하하.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자각몽을 쉽게 꾼다면 모두가 수면을 생리적 활동이 아니라 유쾌한 흥취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수면제를 이용해 강제로 잠을 잔다거나... 일이나 학업은 뒤로 한 체 침대에서 나오지 않겠죠?


국가적인... 아니 더 나아가 문명적인 손해일 겁니다. 



뭐 잡담은 그만두고 제가 선생님께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걸 안다면 쉽게 자각몽 상태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뜬금없이 왜냐고요? 음~  



아아~ 정말 실례되지만 이건 말해야겠네요. 


당신의 얼굴에선 생기가 가시고 옷에 있는 솔기는 전부 닳아버렸네요. 


현실에게 완전히 휘둘리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는 것이 제 삶의 낙입니다. 



......동의하십니까? 하하. 후회 없는 선택일 겁니다!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아뇨. 볼을 꼬집거나 손가락을 꺾어보는 방법들은 너무 흔하죠. 


자주 사용한다면 익숙해진 나머지 다음부턴 통하지 않을 겁니다. 인체의 신비랄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계를 보는 겁니다. 


오. 느낌이 오시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감각이란 주관적이죠. 믿을 수가 없죠. 하지만 그에 반해 시간은 객관적. 모두에게 평등하게 흐릅니다. 



자각몽을 꾸고 싶은 날엔 전날부터 24시간 동안 손목 시계를 착용하세요. 그리고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는 습관을 기릅시다.



꿈속에선 시간의 흐름이 비정상이 되니 금방 알아차릴 겁니다. 


예를 들자면 분명 몇 분이나 지났는데 시계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던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시침의 위치가 바뀌었던가 하는 그런 현상들이요.



잠깐, 선생님 뭐라구요? 저 시계가 이상하다구요? 



아이고야 깜짝 놀랐습니다. 하하! 난 또 뭐라고



여긴 백화점이니까 정상적인 시계는 없습니다. 일종의 상술이랄까요?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쇼핑을 하게 일부러 시계를 장식해두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저것들은 판매용이네요. 그래서 시계가 움직이지 않아요. 


보통 시계를 판매할 때는 시침을 10시 방향에 분침은 10분 방향으로 맞춰놓습니다. 


12시 방향엔 시계 회사의 로고가 있거든요. 그것을 시곗바늘이 가리지 않게 일부러 10시 10분으로 고정해둔 거죠. 


무엇보다 좌우대칭이라 안정감도 있잖아요?



어쨋든 안심하시길 시간이 멈춘 게 아닙니다. 


초침은 어딨냐구요? 보통은 30초나 35초 부근에 있습니다. 그러면 시곗바늘이 역삼각형 모양이라 보기 예쁘거든요. 




......


네? 초침이 아예 없다구요? 


............


..........


.........




어라? 그 쪽은 누구죠? 아하. 부인이시군요... 손가락에 반지가 없어서 몰랐습니다.


아닙니다 사모님. 저는 이상한 포교 활동이나 다단계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두 분을 방해 했군요? 네. 네. 그만 물러나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