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형같은 소녀가 자신을 품 속에 안아든 여자를 불렀다.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여자가 그 모습을 들키기 싫었던 건지 대답없이 그저 소녀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

"숨 막혀"

 

소녀가 칭얼거렸다.

 

소녀의 칭얼거림이 여자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고 사라졌다.

 

'불쌍한 내 아기, 가여운 내 아기'

 

눈물을 그치고서 웃는 낯으로 소녀를 바라봤다.

 

"주은아, 이제 저거 타고 가는거야"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소녀가 불안한 듯 되물었다.

 

"엄마는?"

 

"엄마는 조금 있다가, 아빠랑 같이 따라 갈게, 저 아저씨 말 잘 들어야한다?"

 

주은이 여자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다시 여자를 돌아본 주은이 말없이 고갤 끄덕였다.

 

담배 한 까치를 빼어문 남자가 트럭에 기대고서 무신경히 말했다.

"시간 없습니다. 서두르세요."

 

여자가 자신의 딸을 트럭에 올려 태웠다.

 

아이를 태운 여자가 남자의 멱살을 잡아 끌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맹세해, 아이를, 우리 딸을 지켜주겠다고"

 

여자에게 당겨진 모양의 남자가 싸늘하게 묻는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지 않던 눈매가 날카로웠다.

 

"넌, 어쩔건데"

 

"난, 난 ......"

 

"후회없는 선택 해"

 

멱살을 쥐던 여자의 손이 힘 없이 떨어지자 다시 허릴 편 남자가 담배를 한 모금 마저 빨곤 바닥에 툭 던졌다.

 

불똥이 여자의 발치까지 튀었다.

 

"주은이 앞에서 담배 피기만 해봐"

 

여자의 말에, 건성으로 '예, 예' 대답한 남자가 트럭에 올라 탔다.

 

"좀 있다가 보자"

 

여자는 운전대에서 선글라스 너머로 내려다 보는 남자의 말에 흠칫한다.

 

그러곤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

 

남자가 백미러 너머로 멀어지는 여자의 모습에 조용히 중얼거렸다.

 

"...... 멍청한 년"

 

그의 말이 들렸던 걸까, 인형을 조물 거리던 주은이 남자를 살짝 흘기더니 묻는다.

 

"삼촌 뭐라고 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멀어지는 트럭에 가슴이 사무쳤다.

 

' 잘가, 내 딸, 잘가 '

 

여자가 응어리진 마음을 입 밖으로 뱉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 삼켰다.

 

 "두 손 들고 천천히 이쪽으로 돌아서라, 마녀"

 

그녀가 천천히 손을 들고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애새끼 어딨어?"

 

"어머, 나는 모르겠는데?"

 

"지 남편 꼴 되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능글맞게 웃던 그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넌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봐?"

 

여자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이 천천히 치켜 솟았다.

 

잠깐의 정적이 터져나오는 총성과 총구의 화염으로 깨졌다.

 

날아오는 총알들을 향해 여자가 오른손을 뻗었다.

총알들이 보이지 않는 벽에 박힌 듯, 여자의 지근거리에서 멈췄다.

 

"5등급 주제에 애 좀 쓰구나, 흩어져"

 

다섯 명이 빠르게 흩어져 그녀를 포위하듯 에워쌓다.

 

다 섯개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여자의 전방위로 쇄도하는 총알들을 이젠 여자가 양 손을 들고서 막아냈다.

 

힘 잃은 총알들이 그녀의 발치에 투둑하며 떨어졌다.

 

총성에 귀가 먹을 것 같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흐른다.

 

총성을 틈 타, 자신을 향해 컴뱃 나이프를 휘둘러 오는 남자를 공중에서 붙잡았다.

 

아슬아슬하게 쇄골에 박히지 못한 컴뱃 나이프와 그것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집중 해야 해'

 

떨리는 이빨을 앙 다물었다.

 

멎은 총성 사이로, 주변을 살펴보려던 찰나 어깻죽지에서 화끈한 감각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한 명을 붙잡는 사이에 또 다른 한 명이 여자에게 몸을 던져 여자의 어깻죽지에 컴뱃 나이프를 박아넣었다.

 

자신을 향해 몸을 던진 두 명을 으스러뜨리듯 집어 던졌다.

 

"지금이야!"

 

다시 총성이 울리며 총알이 날라든다.

 

고통에 집중이 흐트러졌다.

 

막아내지 못한 몇 개의 총알이 여자의 몸을 헤집었다.

 

다리에 총알을 허락하며 볼품없이 쓰러지는 여자의 모습

 

상황은 끝났다.

 

"5등급 밖에 안되는 쓰레기가 개기긴 왜 개기는거야?"

 

힘없이 넘어진 그녀가 억지로 몸을 추스리고서 주저 앉은 채 벽에 기댔다.

 

어깨에 총을 걸친 남자가 다가가면서 물었다.

 

"야, 미친년아, 말 좀 곱게 들었으면 이 꼴 안 났을 거 아냐?"

 

그녀와 눈 높이를 마추려고 쪼그려 앉은 남자가 비열하게 웃었다.

 

가쁘게 숨 쉬던 여자가, 힘겹게 말했다.

 

"뭘 잘못 했어......?"

 

"니 존재, 니 사상 자체가 죄야, 이 씨발년아 말같잖은 소릴하고 있어, 너 법 모르냐? 능력 보유자는 국가에 소속되며 그 능력은 국가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가 꺼내 문 담배에 불을 붙이고서 말을 이었다.

 

"씨발년아 너 같은 핵폭탄이 개목줄도 안차고 돌아 다니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 그러게 왜 태어났냐, 우리만 힘들게"

 

흙먼지로 더러워진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우리도 사람이야"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빨던 남자가 그녀의 얼굴에 뱉더니 귓가에 손을 대고서 묻는다.

 

"뭐라고, 하나도 안들리는데?"

 

이윽고 눈물이 강이 되어 그녀의 얼굴을 씻어내린다.

 

"우리도 사람이야!"

 

"뭐라는 거야 사람 탈 쓴 짐승새끼가, 넌 사람이 사람을 애기 손 목 비틀듯이 찌그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말을 마친 남자가 우뚝 일어섰다.

 

"마무리 해"

 

골목 사이로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