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을 바라볼 때
걸어갈 길이 보이지 않아 두렵다
걸어갈 길만 바라보려 해도
걸어온 길이 보이지 않아 두렵다
두려움을 없앨 유일한 방법은
사실 나는 이미 모두 알고 있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고
사실 나는 이미 손에 쥐고 있다
허나 뒤돌아볼수록 내 마음이
내가 뒤돌아보는 것을 막아선다
결국 나는 뒤돌아보지 않은채
고개를 떨구며 앞으로 나아간다
1초
2초
그렇게 몇 년
뒤돌아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뒤돌아보지 못한 것이 아닐까
뒤돌아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뒤돌아보지 않은 것이 맞을까
그렇게 오늘도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가 뜯겨나간다
이제 달력은 몇 개 남지 않았고
나는 나의 걸음을 멈춰서야 한다
걸어갈 길이 걸어온 길로 바뀌기 전에
나는 나의 과거를 마주해야 한다
내가 알고도 도망쳤던 쉬운 길
나는 이제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내가 쥐고도 도망쳤던 그 한 길
나는 이제 그 길을 부셔야만 한다
뒤를 돌면 부는 바람은 어떤 바람일까
걸어온 길에서 바람이 불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