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가 달리던 길은 수마가 삼켜버렸다. 평소에 기차를 타며 멍 때리고 보기 좋았던 산과 강은 토사와 흙탕물이 되어 철길을 막고, 노반을 가져가버렸다. 전례없는 폭우 속 막혔던 많은 철길은 금새 복구되었지만, 깊은 산 속에 있는데다가 노반까지 유실된 중부선 철길은 언제 복구될지 막막하기만 했다.


 중부선 철길은 곧 내 등굣길이었다. 내가 사는 청제(淸堤)와 학교가 있는 성답(城畓) 사이에는 시외버스가 없었고, 결국 기차 말고는 마땅한 교통 수단이 없었다. 즉 지금의 상황은 사실상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학교를 못 가게 되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한 달 전에 휴학계를 냈으니 말이다.


 철도청 앱을 깔아 열차표를 사려 해도 여전히 중부선 표가 열리지 않는 것을 보며, 문득 집 근처의 폐역이 생각난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그야말로 백수(룸펜) 신세여서 할 일도 없었으니 집 근처의 폐역을 보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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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의 프롤로그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