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의 주목조차 받지 못하는, 대표작이라 할 작품도 없는 필자가 감히 누군가에게 창작의 방법과 중요한 요소를 안내하는 것은 조금 꺼려지는 일이다. 또한, 필자가 서술하려는 내용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에, 굳이 필자가 서술하지 않더라도 이미 모두가 아는 내용일 터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를 서술하고 싶었기에, 서술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관해서는 양해를 요청하고자 한다.

창작은 고독한 과정이다. 마음이 맞는 누군가와 협업을 하여 창작물을 형성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창작물은 한 사람의 사고에서 시작하여, 한 사람의 노력과 집착으로 끝을 맺는다. 이 점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본다.

고독한 창작의 과정의 목표는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혹자는 자아실현의 목적으로 창작을 하며, 혹자는 스스로의 경험을 타인에게 들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창작을 하고, 혹자는 금전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창작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창작자는 스스로의 시간을 투자하여 사고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한다는 점이다.

이를 달리 서술한다면, 창작은 결국 창작자의 사고에 국한되는 범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표현살 수 있다. 스스로가 사고하지 못하는 내용을 서술할 수는 없다. 스스로가 경험하지 못한 일을 서술할 수는 없다. 스스로에게 정보가 없다면, 그를 서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창작물은 창작자라는 한계를 지닌다.

현 시점에서도 고전 명작이라 칭송을 받는 문학작품을 보더라도 이 점을 알 수 있다. 창작물은 작가의 경험과 사고가 깊게 배어 있다. 이상의 기녀와의 생활의 경험은 ‘날개’에서 드러나며, 다자이 오사무의 동반자살시도의 경험은 ‘인간 실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조지 오웰의 가난한 삶 속에서의 탄압과 불평등의 경험은 ‘1984’와 ‘동물농장’에 깊게 배어 있다. 러시아 문학은 비참한 국가 제정으로 인해 발전하였다는 우스개소리 역시 창작자의 경험이 창작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나고 태어난 이들에게 명작을 서술한 이들과 같은 경험은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다. 재앙과도 같은 세대변화의 과도기를 경험한 이들에 비한다면, 현대인의 경험은 그저 3%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한 유사 주류에 지나지 않는다. 강렬하며 독특한 경험은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10명 정도의 인간을 마구잡이로 선별하더라도, 그 중 한 명 정도는 흡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을 터이다.

이는 현대의 문학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소재, 비슷한 문체, 비슷한 스토리, 비슷한 결말. ‘양판소’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문학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일 수준이다. 새로우며 참신하며, 문학계에 충격을 줄 법한 소재의 탄생은 앞으로도 없을지도 모른다. 창의성과 관념의 탈피만으로 문학계에 한 획을 긋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셈이다. 이상의 오감도와 같은 작품이 다시 등장한다 한들, 그 누구도 그것을 향한 찬사를 보내지는 않을 터이다.

현대사회에 새롭게 등장하여 출판되고 공개되는 문학작품 역시, 과거에 이미 존재했던 문학작품에서 이미 다루었던 소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비슷한 소재와 문체와 스토리와 결말을 보인다 할 지라도, 어떠한 작품은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작으로 평가를 받고, 어떠한 작품은 읽을 가치도 없는 땔감의 취급을 받는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같은 재료를 활용하였음에도,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정답은 이미 서술해 두었다. 창작물은 창작자라는 한계를 지닌다. 달리 서술한다면, 창작자가 발전한다면 창작물도 발전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등장인물이 같은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할 지라도, 창작자의 따라 그 설정을 얼마나 더 실감나게 독자에게 부여하는지는 작품별로 차이가 있다. 등장인물의 설정이 그저 작가의 기획 속의 설정으로만 남는지, 아니면 독자들 역시 그 설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어디까지나 창작자의 기량에 따라 좌우된다.

가령, 수 없이 많은 사전조사와 기획을 거쳐 서술된 ‘천재’의 모습과, 그저 스스로의 막연한 지식과 배경으로 서술된 ‘천재’의 모습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의 천재는 매 순간 그 지성을 드러내어 독자로 하여금 그가 천재라는 사실이 각인된다. 후자의 경우 그저 설정상으로의 천재로만 위치할 뿐 독자는 그 인물이 어째서 천재인지 납득하지 못한다. 이 차이는 거대하며, 이러한 인물의 모습이 쌓여 나가는 것으로 인해 작품의 전반적인 질이 결정된다.

물론, 창작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기교가 존재하며, 정석에 의존하더라도 작품이 성공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 어떠한 사전조사 없이도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작이라 불리우는 창작물의 창작자는 언제나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보다 정확한 정보를 탐색하고, 보다 유기적으로 구조를 설계하고, 보다 명확하게 인물의 성격을 설정하였다. 등장인물의 사고와 행위를 독자가 모든 시점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창작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창조하는 과정이다. 창작물의 인물에게 있어서 창작자는 신과 다름 없다.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사회의 모습을 묘사하며, 시대상을 조사하여, 정확한 표현양상을 활용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았던 자를 존재하는 것으로서 다른 누군가에게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다. 창작자는 이 점을 이해하여야 하며, 언제나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기 위해 발전을 지속하여야 한다. 창작자가 발전하는 것 이외에 창작물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다.

창작자가 발전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많은 작품을 읽고, 많은 글을 서술하고, 많은 것을 공부하고,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전부이다.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사고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작품을 스스로가 몇 번이나 반복하여 읽으며 질문을 반복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창작물은 기존의 한계에서 벗어날 한 없이 발전할 수 있다. 필자는 이것을 창작의 정석이라 묘사한다.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이기에 크게 와닿지는 않을 터이다. 그 보다는 한 순간에 발전할 수 있는 기교와 참신함을 알고 싶을 터이다. 순식간에 명작을 서술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천재가 아닌 이상, 그러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필자의 지견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천재가 아닌 범인의 사고 속에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혁신적인 소재는 탄생할 수 없는 것이 현대의 현실이다. 모든 창작자가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창작물을 서술하는 현 상황 속에서, 창작자는 스스로의 기량만에 의존한 채로 정면승부를 할 수 밖에 없다.

전략적이고 과감한 행동을 바탕으로 작품을 출판하는 데 성공할 수는 있다. 운을 바탕으로 상업적 성공을 이룰 수는 있다. 그러나 작품은 기억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을 죽이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 귀하가 만약 명작을 서술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금전적 이윤을 얻을 수 있는 평작이 아닌, 금방 잊혀지고 새롭게 등장한 작품들로 대체될 수작이 아닌, 수 세기간 기억될 법한 명작을 서술하고자 한다면, 정석을 착실히 따르는 것 이외에 방법은 없다. 정석은 창작자가 창작물의 한계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명작을 서술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글을 서술하고, 글을 읽는 귀하는 분명 명작을 서술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 수 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재능이 있다는 것이 곧 재능이 개화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재능을 개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운이 필요하다. 정석을 착실히 따르다 보면, 언젠가 진정으로 명작을 서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그러한 명작이 탄생하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기에, 이렇게 뻔한 이야기를 다시금 서술해 보았다.